"교생실습을 마치던날의 잠자리....
앞자리부터 떠오르는 고사리들의 얼굴"
사무실의 이 책상 저 책상을 돌아다니던 이 책에 별로 관심이 가지 않았다. 원래 소설에는 별 관심도 없었고 누군가가 관심을 가지고 열심히 읽는다면 저렇게 방치하지는 않을텐데...라는 생각과 책의 표지에 그려진 아이의 얼굴...그리고 '...아이들'이라는 제목이 이 책에 대한 무관심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었다.
그러다가 우연치 않게 책의 표지에 작은 동그라미속에 그려진
'선정도서'라는 마크를 보고 '무슨 책이기에 선정도서지?'라는 생각으로 책을 집어들게 되었다.
'가브리엘 루아'라는 작가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할뿐만 아니라 특히 캐나다 작가의 작품은 한번도 접한적이 없었던지라 이 책을 대하며 캐나다 사람의 정서가 어떠한지도 궁금하였지만,
이 책이 저자의 젊은 시절 초임교사의 설레임과 기대속에서 벌어졌던 일들을 반영한것임에 흥미를 가지게 되었다.
나도 한
때는 대학에서 교직과목을 이수한 후 일정 기간의 교생실습을 가진적이 있었다. 처음 1주일은 초등학교에서 교생실습을 하는데, 일주일을 마친날
밤... 교단에 서 있을 때 눈에 들어왔던 앞자리부터의 아이들의 얼굴이 하나하나 떠 오르며 그 아이들의 행동과 얼굴이 자꾸만 눈앞에 어른거려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 비록 대학 졸업후 교직에 몸을 담지는 못했지만, 당시의 내 생각은 뇌리에서 지워지지 않는 어린 아이들의 얼굴을
기억하면서 '아하..이래서 교직이 天職이라 하는구나...'라는 생각으로 교직을 택하리라는 마음을 가졌었다.
'가브리엘
루아'는 불어권의 영향속에서 성장한것으로 소개되고 있으나 그녀의 글은 우리네 실정과 다를것이 전혀 없었다. 맑고 밝은 아이들은 어디에서나 다
같은 모양이다. 그녀가 만났던 아이들이나 우리가 마주했던 아이들이 다른것은 없고 똑같은 일들이 벌어지고 또 앞으로도 환경이 다소 다를수는 있으나
그 일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다.
비록 67세의 대 소설가가 첫 교사시절에서 얻은 영감으로 쓴
소설이라지만 이 소설은 소설 이전에 하나의 생활수기이다. 또한 여기에 등장하는 빈센토, 클레르, 닐 등 6명의 어린이는 바로 우리의 어린 시절의
모습이라 할것이다. 사람은 만나고 헤어진다는 회자정리의 원리를 따른다고 해도 여교사는 어린이를 '사로잡히는
순진한...' 이라고 표현하며 어린이가 어른의 교과서임을 표현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다만, 한가지 다르게
느끼는 것은 아이들의 문제를 인식하는 과정과 그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다. 교육환경이 달라서일까? 소설속의 18세 여교사는 참으로 꾸준하다.
상대의 문제를 인식하기 위하여 꾸준한 방법으로 접근하며 그 문제 해결을 위하여 자신의 일처럼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있는데 우리의 교육환경은
어째서 20세기 중반의 캐나다의 정서만큼도 안되는 것인지....그것은 그녀가 추구했던 삶에서의 내면적 사랑을 끌어내려 했던 노력이었을까?
그렇다면 우리의 교단의 실정은 많은 반성을 해야만 할것이다. 사랑이나 내면적 삶의 진실은 커녕, 하루하루 지식충전을 위한 주유소같은 역할을 이제는 그만 두어야 할것이다. 주유소에서 충전하는 기름은 사용하다보면 얼마 안가서 고갈되기 때문이다.
'가브리엘 루아'는 경계라는 갑옷을 벗어던지며 아이들과 같은 눈높이에서
아이들의 문제를 인식했었기에 아이들에게 결코 소진되지 않는 인생의 에너지를 주유할 수 있었던 것이며 따라서 역자의 말 처럼 비록 소설이라도
대서사시를 이룰수 있었던 것이다. 이 책은 아이들을 가르키는 교직에 종사하는분이나 부모 모두에게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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