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敎育.學事 關係

대학 수시모집 ‘폐해 극심’… 교육부 ‘모른 척’ 일관

鶴山 徐 仁 2005. 9. 24. 18:31
[2005.09.24 14:23]  

[쿠키사회] ○…특기와 적성을 고려한 신입생 우선선발의 취지로 도입됐던 수시모집제도가 본궤도를 탈선해 오용되고 악용되면서 교육현장의 붕괴를 가속화하는 기형적인 제도로 변질되고 있다. 고교와 대학의 입시관계자들은 제도도입의 취지가 무색해진 수시모집 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시급한 현안임을 공통적으로 지적하고 있다. 본보는 '수시모집 이대로 안된다' 시리즈의 마지막 편으로 입시업무에 관여하고 있는 전문가들의 좌담을 통해 한계에 다다른 수시모집의 실태와 그 대안을 모색하는 자리를 가졌다. 전문가 좌담은 지난 22일 오후 본사 회의실에서 열렸다.

△정철호 처장=수시모집 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점 제기는 이 제도가 대학과 고교 모두에게 엄청난 부담을 주고 있다는 점과 이로 인해 공교육 정상화에 크게 역행하고 있다는 데서 비롯됩니다.

수시1,수시2,정시 세차례로 나뉜 입시는 대학을 1년 내내 입시행정에 묶어둬 시간적,물리적 비용을 증가시키고 있습니다.

고교도 사정은 비슷해 수시1과 수시2의 모집인원이 50%를 넘어서는 현실을 감안하면 입시기간은 6월에 시작해 2월에 마무리되는 실정입니다. 문제는 1년 내내 대학과 고교가 입시에 매달리면서 제도도입의 본래 취지였던 공교육 정상화와는 정반대의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점입니다.

△박만제 회장=수시모집제도가 본래의 취지가 탈색된 채 대학에서는 우수학생 선발과 신입생 확보의 기회로 삼고 고교에서는 소위 상위권 대학이나 인기학과에 많이 합격시키는 방편으로 이용되고 있습니다.

수험생들은 수시1,2학기에 대학별 복수지원을 하면서 접수일과 전형일자,전형방법,준비사항 등이 다르니 지원에 대한 부담감과 시간분산이 심해 학업에 충실할 수 없는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수시모집은 또 대학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고착화시켜 소수의 상위권 대학만이 우수학생의 선점과 높은 경쟁률로 인한 막대한 응시료 확보 등으로 실질적 이득을 취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채종화 회장=적성과 특기를 우선시하는 학생선발이라는 수시모집 제도의 본래의 취지가 여전히 유효한가 생각해 볼때 '전혀 아니다'라고 답할 수밖에 없습니다.

대학의 서열화가 이뤄진 상태에서 수시제도는 단지 상위권 대학부터 우수한 학생들을 먼저 확보해가는 수단으로 전락해 버렸습니다.

현행과 같은 수시모집 제도하에서는 대학과 고교는 물론 학생과 학부모 모두가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는 현실입니다.

△김근수 회장=특기와 적성을 고려한 학생선발이라는 원래의 취지대로 수시모집 제도가 운용된다면 실업계고교 학생들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순기능이 더 많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같은 좋은 취지는 사라져버리고 남은 것은 부작용뿐이라는 생각입니다. 당장 수시1학기 지원이 많은 실업계고에서는 3학년 수업이 무용지물로 전락하고 있습니다.

3학년 학기가 시작되면 각 대학이 홍보차 학교를 연쇄방문하면서 학교 전체의 분위기가 산만해지는데다 수시1학기 이후에는 학급에 3분의 1이 넘는 학생이 수시에 합격하다 보니 수업 분위기가 흐트러져 고교교육과정 정상화에 역행하고 있습니다. 수시모집제도에 대한 근본적 재검토 목소리가 높은 것은 바로 이 때문입니다.

△정 처장=제기된 여러가지 부작용으로 인해 현행 수시1,2학기를 폐지하는 대신 이를 한번으로 통합해 수능시험 이후로 그 시기를 조정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9월에 모든 고교교육 과정을 종료하고 수능시험을 10월에 실시한 뒤 그 이후에 본격적인 대학입시가 시작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해 볼 만 합니다.

수시특별 전형은 수능점수가 발표되기 전까지 1개월 반가량 기간을 두고 진행하되 학생부나 개인의 특성에 강점이 있는 학생들의 지원을 유도하고 정시는 수능성적 발표 이후 수능과 대학별고사 및 기타 전형요소로 현행처럼 가,나,다 군으로 입시를 시행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고교의 학사일정도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 있을 것입니다.

△박 회장=수시1학기와 2학기를 통합해 수능시험 이후부터 수능성적 발표까지 약 한달간 1회가량 실시할 것을 제안합니다.

이와 함께 현재처럼 무제한 응시기회를 주는 것보다는 4년제대학은 수시3회,정시 3회 총 6회의 기회를 주되 수험생이 지원하고자 하는 대학과 학과를 순위를 매겨 지원하게 하고 선 지원자를 우대하는 방안을 연구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응시자격은 수시모집의 경우 특별한 재능소유자와 특별전형 대상자만을 하되 전형방법은 재능을 보이는 과목의 내신성적과 대학별 고사로 한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김 회장=수시 1,2학기 통합과 시기조정 의견에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현행 수시1학기 모집은 고등학교 1,2학년 성적만 반영하기 때문에 수시 1학기를 목표로 하는 학생들은 자연스레 3학년 수업을 등한시 할 수밖에 없습니다.

특기와 적성을 고려한 신입생 모집시기는 지금의 수시 2학기보다 뒤로 미뤄 3학년 1학기까지의 성적이 반영되도록 해야 고교교육이 파행을 빚지 않을 것입니다.

이와 함께 교육당국은 수시합격자에 대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설해 이들이 방황하지 않고 자기계발을 계속 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줘야 합니다.

△채 회장=문제는 현장에서 이처럼 수시모집 제도의 폐해를 지적하고 대안모색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절실히 나오는데도 정작 제도를 입안한 교육부는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서울대,연고대 등 서울의 소수 상위권 대학에서는 수시모집제도가 본래의 취지와 근접하게 운영되고 있고 이런 극소수 상위권 대학의 입김이 교육부의 정책방향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잘못된 구조때문에 이런 현상이 빚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교육부는 대학과 고교,교사와 학부모에게 모두 피해를 주고 특히 사정이 열악한 지방의 경우 신입생 유치를 둘러싸고 편법과 탈법이 횡행하고 있는 수시모집 제도를 냉정하게 다시 검토해봐야 할 시기가 되었다는 점을 깊이 인식해야 합니다.

수시모집에 대한 정확한 진단은 외부 공인기관이 맡아야 하며 이 결과를 통해 정책실패에 대해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입니다.

△정 처장=수시모집제도가 본궤도를 탈선하고 있다는 점은 교육부 관계자들도 모를 리가 없을 것입니다. 문제는 입시정책이 정치적으로 이용당하는 측면이 있다는 것입니다.

수시모집 제도를 처음 입안할 당시의 핵심 당사자들이 현 정권의 고위직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수시모집 제도의 전면 재검토는 곧 정책의 실패를 뜻하는 것인만큼 알면서도 모른채 넘어가는 정치적 고려가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같은 정치적 고려속에 본 취지가 변질된 수시모집 제도가 그대로 존속됨으로써 수도권과 지방간,대도시와 중소도시간,선도대학과 후발대학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심화시켜 그 속이 더 곪아가고 실정입니다.

△박 회장=입시정책이 아무리 변해도 상위 10개 대학은 망하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교육부의 입시정책이 소수의 상위권 대학의 이해관계에 맞게 결정되고 있다는 점을 잘 반영한 말입니다.

교육부는 서울의 여론을 중심으로 모든 정책을 판단할 것이 아니라 지방에서 수시모집제도가 얼마나 변질되고 있는 지 정확하게 현실을 진단해야 합니다.

중앙언론이야 자원이 풍부하고 여건이 좋은 수도권 상위대학에서 수시모집 폐해가 드러날 일 없으니 제도의 문제점을 잘 인식하지 못하고 있고 이로 인해 중앙 여론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교육부는 지방에서의 수시모집 폐해를 여러 통로를 통해 듣고 있으면서도 모른 척 넘어가는 핑계로 삼고 있는 것입니다.

교육부는 지방에서 학생을 키우는 학부모의 입장과 대학 및 고교의 입장을 한번쯤이라도 생각해보는 입시정책을 펼쳐야 합니다. 고3 시기는 대입준비를 통해 고교과정을 정리하고 자신의 미래를 설계하는 중요한 시기인 만큼 이들이 변질되고 있는 수시모집 정책으로 인해 선의의 피해를 당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끝-

정리=부산일보 노정현 기자 jhnoh@busanilbo.com

참석자 명단

△ 김근수·부산실업계고교진학지도협의회장

△ 박만제·부산진학지도협의회장

△ 정철호·부산외국어대학교 입학홍보처장

△ 채종화·전국전문대학교수협의회 공동회장(가나다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