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歷史. 文化參考

신흥 IT강국 인도 이끄는 'IIT'의 모든 것

鶴山 徐 仁 2005. 9. 3. 20:45
신흥 IT강국 인도 이끄는 'IIT'의 모든 것

IIT사람들
산디판 데브 지음| 차영준 옮김 |문이당| 388쪽
김한수기자 hansu@chosun.com
입력 : 2005.09.02 18:38 35' / 수정 : 2005.09.02 19:43 04'


인도가 지난 50년간 만들어낸 가장 강력한 브랜드, 미국 실리콘밸리와 월스트리트의 무수한 CEO들을 공급하는 거대한 저수지, 무엇보다 세계 경제 태풍의 눈으로 떠오른 인도를 이끌어가고 있는 대학 그 이상의 대학. 인도공과대학(IIT)의 모든 것을 해부한 책이다. 저자는 IIT 출신으로 저널리스트로 활동하는 산디판 데브.



▲ 인도의 기술산업발전을 이끌고 있는 인도공과대학(IIT) 뭄바이 캠퍼스 모습(왼쪽)과 IIT학생들.
1951년 카라그푸르에 첫 캠퍼스를 연 IIT는 오랜 식민지 생활 끝에 독립한 인도의 네루 총리가 반세기 앞을 내다보고 내린 결단의 산물이다. 공과대학이지만 네루를 비롯한 지도자들은 “도로나 터빈을 만드는 기술자가 아니라 새로운 인도를 만들 지도자를 양성하자”고 마음 먹었다. 식민통치국이었던 영국식 교육제도가 아닌 미국 MIT를 모델로 벤치마킹한 것도 선견지명이었다. 구구단을 넘어 19단을 외는 ‘수학의 나라’답게 IIT는 설립 50여년이 흘러 인도 전역 7개 캠퍼스에서 매년 2500명의 신입생을 받고 있는 요즘엔 “세상을 변화시킬 거대한 잠재력을 지닌 학교”(빌 게이츠)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저자가 세계 각지의 성공한 동문들 인터뷰를 통해 한 조각씩 맞춰 보여주는 IIT 경쟁력의 바탕은 ‘완벽한 자치성’과 ‘엘리트주의’. “인도에서는 정부가 간섭하지 않을수록 대단한 성과를 거둔다”는 한 IIT동문의 말처럼 이사회가 학생선발을 비롯한 모든 학사행정을 결정하는 구조는 결정적인 동력이다. ‘엘리트주의’는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카스트제도, 종교간 갈등, 빈부 격차, 도농(都農) 격차 등 인도 사회를 갈갈이 갈라놓는 요소들이 IIT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오로지 능력 하나만 따지는 것. 매년 20만명의 학생들이 IIT에 응시해 그 중 2500명만이 입학할 수 있다. 심지어 IIT에 낙방하고 대신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으로 진학하는 학생이 나올 정도다.


학생들과 동문들은 이렇게 말한다. “아버지가 백만장자인지, 혹은 종교나 신분이 무엇인지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오로지 지적 능력이다. 우매함이야말로 유일하게 용서할 수 없는 죄악이다.”


학교생활도 특별하다. 학생들은 서구 공대생들과 달리 직접 용접도 하고, 쇳덩이도 갈아 보는 등 육체노동까지 하면서도 창의적 발상을 요구받는다. 매년 기숙사별로 영어 연극과 음악 공연 대항전을 벌이는 등 전인교육도 중요하게 다뤄진다. 돈 많다고 자랑하는 학생이 기숙사 앞에 세워둔 승용차가 완전히 해체·조립돼 기숙사방으로 옮겨지는 일이 벌어지는 곳도 IIT이다. 졸업생들은 “IIT에서 엄청난 스트레스를 견디는 능력과 엄격한 자기 관리를 배웠다”고 말한다. 그 덕택에 “IIT에선 자신이 평범한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고 기가 죽었다가, 미국 최고의 대학원에 들어가면 다시금 자신이 남보다 뛰어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고 말한다.


아직도 상당수 국민이 문맹상태인 거대한 코끼리 인도. 책은 IIT로 대표되는 인도의 지식엘리 트 집단이 이 나라를 어떻게 꿈틀거리게 만들고 있지 상세히 보여준다. ‘아시아의 4마리 용’으로 불리다가 이제 성장엔진이 식어버린 우리 현실이 자꾸 눈 앞에 겹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