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은 시장에 맡기라
문화일보, 2003년 3월 15일
노무현행정부가 출범한 지 열흘이나 지나서야 `우여곡절의 진통 끝에` 발탁된 교육부총
리는 그 동안의 공백을 메우기라도 하려는 듯
임명되자마자 각종 의견 내지는 정책을 쏟
아낸 것으로 보도됐다. 그러나 그 기조는 여전히 교육부의 전통적 지휘통제 수법을 앞세
운
것으로, 달라진 것이 거의 없다.
너무 성급했던 탓인지 말의 신빙성도 실추됐다고 한다. 520억원이나 들여 시행중인
교육
행정정보시스템(NEIS)을 중단하겠다고 말했다가 번복하는 해프닝을 빚었다고 한다. 또
서울대 공익법인화의 경우에는 일본
국립대학의 독립행정법인화를 예로 들었다지만, 그
것이 도쿄(東京)대학의 `학벌` 문제와 관련이 있는 것인지, 일본의 행정기구 축소 및
공
무원 감축 정책의 일환으로 추진된 것인지 헷갈리는 대목이다.
`공부는 대학에서 열심히 하고, 초·중등학교에서는 국민으로서의
기본교양과 인성교육
을 중점 실시하도록 할 것`이라는 대목에서는 교육의 기본 `철학`을 묻고 싶은 심정이
다. 우리 나라 국민은 최근
대학을 다니지 않은 두 분을 대통령으로 뽑았다.
우리의 직업 중에서 대학 학력을 필요로 하는 것이 과연 몇 퍼센트나 되는가.
실생활에
필요한 모든 공부는 대학이 아니라 중등교육 과정에서 마치도록 해야 한다. 국민의 세금
을 쓰기로 한다면 상업고등학교를
비롯한 실업계 고등학교를 적극 육성해야 할 것이다.
부실한 대학은 교육시장에서 도태되도록 내버려 두어야 마땅하다.
취임사에서
`교육부를 없애고 돌아오면 가장 훌륭한 장관이라는 말이 있다`는 사회적 통
설을 인용했다지만, 교육부는 물론 교육기관과 국민 모두가 교육
문제에 대한 기본 정서
부터 새롭게 해야 한다.
먼저 용어부터 정리할 필요가 있다. 흔히 교육을 `공교육`과 `사교육`으로
나누지만 실
제로는 `정규교육`과 `비정규교육`으로 구분해야 혼동이 줄어든다. 법인이나 개인의 재
원으로 유지되고 운영되는 사립
초중고등학교와 사립대학의 사교육 역시 정규교육이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우리 나라 근대 교육에 앞장선 것은 사교육
기관이었다. 지금도 사교육 기관
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대학의 4분의 3 정도가 사립대학인 나라는 우리
나라와
일본뿐이다. 중·고등학교도 사립학교의 비중이 크기는 마찬가지다. 그런데 이러
한 사교육 기관들이 독자성을 박탈당하고 예속에의 길을 걸어온
것이 우리 교육 문제의
가장 큰 뿌리라 할 수 있다.
최근 새삼스럽게 `자립형` 사립학교를 운운하지만 사립학교는 원래가 모두
자립형이었
다. 자립형을 의존형으로 전락시킨 것이 바로 유신 독재 시절에 강행된 평준화 시책이었
다. `학군제`는 초중고등학교 12년
동안 학교 선택권을 완전히 박탈한 `노예` 제도나 다
름없다. 주거 이전의 자유를 제약하여 새로운 지역 감정의 움이 트는 온상이 되었다.
선
진국에서는 이미 초등학교의 학군제마저 부분적으로 폐지하거나 광역화하여 흑백 갈등
을 해결하기도 하고 초등학교 사이의 경쟁을
유도하는 곳도 있다는 실정을 왜 외면하는
것일까.
중등학교 정규교육이 부실화된 데는 대학교육의 4분의 3 이상을 담당하는
사립대학들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40여년 전만 해도 이른바 `내신` 성적만으로 학생을 선발하
는 등 독자적 선발 기준을
적용했던 사립대학들이 어째서 교육부의 눈치만 살피는 지경
이 되었는가. 기여입학제든 수능 성적 반영 비율이든 간에 시시콜콜 교육부의
통제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교육 서비스의 질이 천차만별인데 어째서 등록금이
나 교수의 보수가 거의 획일적인가.
교육은 엄연히 `서비스산업`의 일종이다. 따라서 시장경제 원리가 작용한다. 암시장이
나 회색시장의 `보이는 손`이 아니라
자유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에 맡겨야 비로소 교
육 문제의 얽힌 실타래도 풀릴 수가 있다.
`사교육비` 부담이 너무 커졌다고
아우성이지만, 분명한 것은 학부모나 교육시장이 비정
규교육을 선택했다는 사실이다. 국내에서 재산이 1000억원이 넘는 59개 일가 중에
비정
규교육 관련 기업인 일가가 셋이나 된다는 것이 이를 여실히 입증하고 있다. 교육부가
틀어쥐고 있는 한 정규교육(공교육)은
교육시장의 경쟁에서 도태의 길만 계속 치닫게
될 것이 불을 보듯 분명하다.
'敎育.學事 關係'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신입생 선발, 대학 자율에 맡기자 (0) | 2005.08.31 |
---|---|
[스크랩] 값싼 등록금에 질높은 교육? (0) | 2005.08.31 |
[스크랩] 대학 기여입학제도 찬성: '학원 자율'차원서 허용돼야 (0) | 2005.08.31 |
[스크랩] 자녀를 위한 행동 (0) | 2005.08.31 |
NYT "대학·휴대폰 한국청소년들의 목표" (0) | 2005.08.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