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싼 등록금에 질높은 교육?
한국일보, 2003년 4월 22일
해마다 신학기가 시작되면 대학가에서 벌어지는 연례행사가 등록금 인상 반대 투쟁이
다. 강의실에는 학생이 없고, 현수막으로 도배하다시피
한 총장실에는 총장이 쫓겨나고
없다.
대학 등록금이라 하면 우골탑(牛骨塔)이란 말이 생각난다. 가난한 농가에서 소를 팔아
낸 등록금으로 지은 것이 대학건물이라는 뜻이란다. 대학을 비하하기는 상아탑(象牙塔)
도 마찬가지다. 만년에 속세를 등진 19세기의
프랑스 낭만파 시인 비니의 태도를 생트뵈
브가 비평하면서 쓴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마을 젊은이가 대학에 합격하면 동네
어귀에 현수막이 걸리던 시절이 있었다. 이 현수막
에 이름석자를 휘날렸던 한 젊은이가 좋은 직장에 취직한 뒤 자랑 삼아 고향을
찾았더
니 뜻밖에도 마을 친구들은 모두 부자가 돼있었다는 실화가 있다. 그새 논밭 값이 엄청
올랐다는 이야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젊은이들은 여전히 대학으로 몰려간다.
하지만 대학 입학에만 열을 올릴 뿐 대학 등록금이 얼마인지는 관심조차 없는 것으로
보
인다. 그래 놓고는 등록금이 너무 비싸다느니 너무 올랐다느니 하면서 아우성이다. 하기
야 미리 알아보려 해도 알 수 없는 것이
우리의 어처구니없는 현실이다. 국내의 대학 중
에서 입학 안내서에 입학금이나 4년간의 등록금 액수를 사전에 명시하는 대학이 과연
있
는가.
더구나 담합이라도 한 듯 국내 대학의 등록금이 거의 획일적인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교육시장이 개방되면
등록금이 비싸질 것이라 하지만, 교육은 엄연히 서비스 산업이다.
서비스 상품의 품질과 브랜드에 따라 시장 가치가 달리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기업
의 CEO이든 대학의 교수이든 간에 능력에 따라 보수에 격차가 생기는 것도 당연한 일이
아니겠는가.
대학생들에게 묻고 싶다. 어차피 인생의 황금기 중의 4년이라는 귀중한 시간을 투자하기
로 작정했다면,
등록금을 조금만 내고 조금만 배울 것인가, 등록금을 더 내더라도 더 많
이 배워서 인적 자산의 가치를 더욱 높일 것인가. 과연 어느 편이
앞날에 더 유익하겠는
가.
싼 등록금을 내고도 질 높은 교육을 원한다면 차라리 `기부금 입학제`를 찬성하고 그 돈
으로
장학금을 주라는 투쟁을 벌이는 편이 현명할 것이다. 등록금이 올랐으면 그만큼
더 열심히 공부해 벌충해야 할 텐데 지금도 우리의 안타까운
젊은이들은 수업마저 거부
하면서 손해만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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