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대한민국 探訪

[스크랩] <부산>사랑이 꽃피던 계단길

鶴山 徐 仁 2005. 8. 27. 20:45


韓 國 旅 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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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꽃피던 계단길

용두산 공원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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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한번 웃을 때마다
가슴이 떨려오고 오금이 저려왔다.
도무지 마주 볼 수가 없어 고개를 숙이고
탁자 아래에 놓인 내 발만 내려다 볼 수 밖에 없었다.
고등학교 졸업을 앞둔 학생으로
나름대로는 폼나게 사복을 차려 입었다고 생각하였으나,
기성품 싸구려 구두가 못내 마음에 걸린다.
아무리 봐도 촌스럽다....

...크리스마스 선물 마음에 들더라..네가 골랐지 ?
...그...그래...기호하고 같이 가서 골랐다.
...네가 만나자고 그래서 많이 놀랬다 ?...무슨 일인데 ?
...그게...저...


졸업을 앞둔 크리스마스였다.
같은반 절친한 친구 5 명이 늘 함께 미팅을 하러 몰려 다녔으나,
기호라는 친구와 난 그들과 개인적으로 친하긴 하지만
그렇게 학교밖에서 어울려 다니진 않았다.
영도의 모여상 여학생들이 7 명이 나오기로 하는 바람에
기호라는 친구와 나는 숫자 맞추기 위해 갑자기 크리스마스 파티에
초대된 일종의 땜빵용이었다.

교통부 산복도로위 분식집 이층 다락방에 둘러 앉은 파티.
처음으로 그런 자리에 참석한 우린 좌불안석이었고
낯가림에다 어색하기가 그지 없었다.
끼득거리며 어울리는 그 친구들을 대신하여 기호라는 친구와 나는
여학생들에게 줄 크리스마스 선물을 대신 사러 가는 심부름을 했다.

우린 그것이 훨씬 편했다.

그것을 시작으로 우린 친구들 모임의 고정 멤버가 되었다.
그리고 얼마나 지났을까 ?

서면 시장통안의 <우드스탁>이라는 지하 까페에서의 모임이 있었다.
그것은 그 여학생들중 가장 예쁜 여학생(요즘말로 퀸카)을 두고
친구중 3명이 경쟁이 붙어서 친구의 우정을 깨느냐 마느냐 하는
심각한(그때는..) 문제 해결을 위한 모임이었다.
회의 결과 그 친구들중 가장 중용적인 입장에 있는 나에게
중대한 과업이 떨어졌다.

내가 그 여학생을 만나 친구 3명중 한명을 선택하라고 요구하고
그 결과를 친구들에게 전하면
친구들은 우정의 변함없이 그 결과에 승복하기로 한 것이었다.
멋진 회의 결과였다....

자갈치 시장 입구에 있던 개봉관 동명극장 맞은편에 있는
송원 양과점..

거기서 그녀를 만나 나의 과업을 수행하는 중이었다.


...말하기 곤란한 이야기가 ?
...그런건 아닌데...니는 우리 친구들중 누구를 마음에 두고 있노 ?
...왜 그러는데 ?
...니 때문에 친구들 우정에 금이 가게 생겼다.
  그래서 니가 좋아하는 한사람만 만났으면 좋겠다.

그녀가 환하게 웃었다.
도대체 숨을 쉴 수가 없고 얼굴은 또 왜 그리 달아 오르는지...

...우리 용두산 공원에 올라갈래 ?
...그.그..그래..

우리는 나란히 광복동 거리를 지나
용두산 공원으로 향하는 계단을 올랐다.
겨울바람이 불기는 했으나 추운줄도 몰랐다.
그녀와 단둘이 같이 걷는 것만으로도 꿈꾸는 것 같았다.
그 계단이 거의 다 끝나고 용두산 공원에 들어설 무렵
그녀는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나를 향해 얼굴을 돌렸다.
그녀의 아름다운 눈동자와
광복동, 남포동의 화려한 불빛들이 같이 어우러져
정신마져 혼미해 지기 시작했다.

따뜻하고 향긋한 그녀의 입김이 내 얼굴에 닿는 순간,
뜻하지 않은 그녀의 질문이 날아왔다.

...너는 우리 친구들중 누구를 좋아 하는데?
...나는...없다...잘 모르고...
...나는 ?
...아니...저기..아...그러니까..
...내가 별로 마음에 안드는 모양이네 ?
...아니, 나도 사실은 네가 좋지만 이미 내 친구들이 널 좋아 하니까..
...난, 네가 좋다.
  너희 친구들중 한사람하고만 만난다면 너하고 만나고 싶어.

순간 갑자기 하늘은 돌고,
다리는 후둘거리기 시작하며
용두산 공원이며, 남포동이며, 부산 남항이며, 영도까지
온 세상이 금별, 은별로 가득차기 시작했다.

...난 네가 좋다라고 말하는 그녀의 목소리도 나즈막히 떨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가 살며시 내미는 차가운 손을 잡고
용두산 공원의 밤을 헤쳐 걷기 시작했다.

친구들의 사랑의 경쟁을 수습하러 왔다가
사랑을 얻는 행운을 얻은 용두산 공원.



그래서 그녀는 합법적으로 나의 사랑이 되었다.


後,

단둘이 완행열차타고 여행가기..
하루에 한번 편지써서 교환하기..
문학과 음악을 좋아하는 그녀와의 나날은 행복 그 자체였다.
허지만 오래지 않아
나는 군대를 가야했고,
그녀는 취직을 하여 서울로 가게 된다.

그녀는 나의 군대 생활 3년을 행복한 마음으로 견디게 하는
원동력이 되어 주었고..
제대후 서울 명동과 종로의 반쥴등...수많은 추억을 남긴다.

그녀는 모 화장품 회사의 모델이 되어 점점 화려하고
사치스러운 생활로 빠져 들고,
아직 순수한 마음으로 그녀를 아끼려 하는 나.
세상사는 사고 방식의 차이가 우리를 점점 멀어지게 했다.

그러나 그녀는 내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추억중의
한사람이 되어 있었다.

shadha의 아주 오래된 추억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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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항상 그대를 (Piano Version)



 
가져온 곳: [땅의 回想]  글쓴이: SHADHA 바로 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