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敎育.學事 關係

['붕어빵 교육'가라…폭발하는 대안학교] 깨어지는 '성적순 출세공식'

鶴山 徐 仁 2005. 8. 26. 09:08
['붕어빵 교육'가라…폭발하는 대안학교] 깨어지는 '성적순 출세공식'
"간판 No!" 나만의 '성공 방정식' 만든다
팀장=양근만기자 study@chosun.com
안석배기자 sbahn@chosun.com
정시행기자 polygon@chosun.com
이완 인턴기자·고려대 사회학과 4년
입력 : 2005.08.25 18:44 51' / 수정 : 2005.08.25 18:47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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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학교
새 교육을 찾아나선 학부모나 학생들은 개성, 소질과는 무관하게 ‘좋은 점수→SKY(서울·고려·연세)대학 진학→좋은 직장=성공’순(順)으로 ‘출세의 사다리’를 향해 숨가쁘게 이어지는 기존의 ‘인생 공식’에 동의하지 않는다. 자신이 하고 싶어하고, 잘할 수 있는 것을 찾아 ‘나만의 새로운 성공 방정식’을 만들고 싶어한다.

"추억꺼리 하나없는 외우기 3년… 현재의 나에 만족"


▲ 한국종합예술대 건축학과 1학년 유하늬소리(20)씨. 간디학교 출신이다.
▲한국종합예술대 건축학과 1학년 유하늬소리(20)씨는 “건축으로 세상을 변화시켜보고 싶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그는 대안학교 출신이다. 간디학교(경남 산청) 3학년 때 학부모인 건축가로부터 특성화 수업을 받은 후 진로를 건축으로 결정했다. 그는 “건축이 사람에게 엄청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매력을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경기도 일산에서 일반 중학교에 다니던 그는 어느 날 부모에게 대안학교에 진학하고 싶다는 말을 꺼냈다. 대안학교에 관심많은 친구가 결심에 영향을 줬다. 사업가 아버지와 교수 엄마는 반대하지 않았다. 중학교 때 성적은 한 반 45명 중 10등 안팎. 대안학교를 생각한 건 학교 교육에 불만이 많았기 때문이다. “3년 다닌 후 생각해 보니 추억이 하나도 없었어요. 진학을 앞두고 ‘이건 아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외우기만 해야 하는 공부도 싫었고.” 그는 “일반 학교에 다녔다면 학교, 집, 학원만 돌았을 텐데 3년간 자연을 많이 체험했다. 풍물이나 그림도 배우고 책도 많이 읽고 너무 좋았다”고 말했다. 영국 유학을 생각 중이라는 그는 “생태성을 접목시켜 사람들이 열린 사고를 할 수 있게 하는 건축물을 만들 생각”이라며 “현재의 ‘나’에 대해 나 자신도 부모도 모두 만족한다”고 말했다.

"내가 좋아하는 분야 교수 있다면 어디라도 가겠다"


▲ 이우학교 2학년 김보희양. 무의미한 입시경쟁이 싫어 대안학교를 택했다.
▲이우학교(경기도 분당) 2학년인 김보희(17)양은 중학교 때 반에서 1~2등을 하는 최상위권 학생이었다. 민족사관고에 다니는 오빠처럼 특목고에 갈 수 있었지만 입시경쟁에만 매달리기 싫었다. 피아노, 플루트, 단소 등 예체능 분야에 ‘끼’가 많은 점도 작용했다.

음악, 국어, 가정 등 분화된 교과수업이 아닌 뮤지컬 제작을 위해 학생들끼리 무대를 만들고 대본, 연출까지 맡는 프로젝트식 수업의 재미가 솔솔했다. 야간학습과 보충수업 대신 생각이 같은 친구끼리 스터디그룹을 짜고 선생님을 모셔와 공부하는 방식도 마음에 든다고 했다.

여행가 한비야씨를 존경한다는 김양의 꿈은 국제 NGO(비정부기구) 전문가가 되는 것. 이를 위해 대학에서 ‘생태경영’을 공부할 생각이다. 김양은 “내가 하고 싶은 분야의 공부를 도와줄 수 있는 교수를 찾아 서울이든 지방이든 해외든 갈 생각”이라며 “명문대 간판은 내 인생에서 전혀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학교 싫다는 친구 말리다가 '나의 길' 찾아나섰죠"


▲ 하자센터 출신 공연기획자 박재식씨. 폐교콘서트 등 유명 공연들을 기획했다.
▲박재식(22)씨는 고교 1학년 중퇴 학력이지만, 공연기획 분야에서 그의 이름은 꽤나 알려져 있다. 서울국제만화페스티벌, 유라시아 대장정, 폐교 가족콘서트 등 굵직한 행사의 공연을 기획해 온 프리랜서다. 보통 30세 전후의 대졸자들이 대부분인 이 업계에서 박씨를 본 사람들은 그의 앳된 외모에 놀라고 “대학을 안 갔다”는 그의 말에 또 한번 놀란다.

박씨는 고교 입학 때 3년 장학생으로 선발될 만큼 우수한 학생이었다. 그러다 ‘학교가 싫다’며 자퇴하겠다는 친구를 설득하다 그 자신이 ‘형식적인 학력을 채우기 위해 학교를 다닐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이후 음향엔지니어가 되고 싶어 공연을 따라다니며 기계를 배우던 박씨는 대안교육기관인 하자센터(서울시립 청소년직업체험센터)에 들어가 악기 등을 공부하더니, 어느 순간 공연기획에 매료되면서 이 길로 빠졌다. 학교 때의 친구들은 이제 대학 졸업반이지만 부럽지 않다. 그는 “대학을 나왔느냐 안 나왔느냐 보다, 인생에서 자신에 맞는 길을 찾았느냐가 더 중요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