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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노만 록웰 이야기 (6): 우체부 ... 군인, 그리고 아이들

鶴山 徐 仁 2005. 8. 19. 23:20

메국 어린이들, 특히 유치원생과 초등학생들에게 '어른이 되면 뭐가 되고 싶으냐'고 물어보면 남자아이들은 우체부나 소방관이나 경찰관, 여자아이들은 간호사나 선생님을 꼽습니다.  군인이나 운동선수라는 대답도 꽤 됩니다.  그밖에도 화가, 도서관 사서, 과학자 등이 나오기는 하지만 절대다수는 앞서 지적한 예닐곱 가지로 모아집니다.

 

그게 티비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소방관이나 경찰관 군인과 운동선수 등은 티비 영화나 스포츠 경기의 주인공들이니까요.  그러나 그보다는 일상생활에서, 그러니까 동네와 학교와 거리에서 아이들이 그런 사람들을 직접 만나고 도움을 받기 때문일 겝니다.  그래서 록웰도 그런 어른들과 어울리는 아이들의 모습을 자주 그렸지요.

 

<즐거운 우체부>는 크리스마스 시즌에 우편물을 배달중인 우체부의 모습을 그렸습니다.  원래는 '홀마크'라는 카드회사의 광고삽화로 그린 것인데 요즘은 독자적인 작품으로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즐거운우체부 
즐거운 우체부 Jolly Postman,
Norman Rockwell (연대 미상)
카드회사 <홀마크> 광고를 위해 제작한 작품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우체부만큼 환영받는 사람도 없을 겁니다.  특히 아이들에게는 그렇지요.  연하장도 연하장이지만 선물 배달 때문이지요.  <즐거운 우체부>에서도 우체부는 갖가지 선물을 메고 지고 들고서 배달 중입니다.  아이들은 환호성을 올리면서 뒤따라 다닙니다.

 

눈은 내리고, 길은 미끄럽고, 날씨는 추워서 귀마개까지 했습니다.  묵직한 우편물 가방이 어깨를 짓누르고, 한 웅큼 손에 든 편지와 연하장으로 손아귀가 뻣뻣해 졌겠습니다.  자기 것도 아닌 선물을 온몸에 휘감아서 걸음조차 어려운데다가 아이들까지 주렁주렁 달고 다니려니 우체부는 귀찮은 생각이 들 법도 하련만 그의 표정은 사뭇 밝습니다.

 

아이들이 우체부를 따라 다니는 것은 자기 집에 어떤 선물이 배달될 것인지 궁금해서 그러는 것이겠지요.  그러다 보니 자연히 다른 집 선물도 훤히 알 게 됩니다.  그러잖아도 누구네 집에 숟가락이 몇 개인지 다 알고 지내는 작은 동네에서, 아이들이 저녁 식탁에 앉을 무렵이면 온 마을 사람들이 누구네 집에 어떤 선물이 배달됐는지 다 알려지게 되겠지요.

 


소방수 
소방수 Firefighters,
Norman Rockwell (1931)
1931년 3월 28일자 'Saturday Evening Post' 표지

 

아이들과 강아지가 쫓아다니는 것은 우체부만은 아닙니다.  소방수가 출동해도 아이들은 덩달아 출동(?)합니다.  메국 소방관들은 공무원인 경우도 있지만 시골로 갈수록 자원봉사자인 경우가 더 많습니다.  그러니까 자기 일을 하다가 불이 나면, 그림에서처럼, 자기가 맡은 도구를 들고 현장으로 출동합니다. 

 

이 소방수가 맡은 것은 도끼인 모양입니다.  대개 나무로 지은 메국 집은 불이 나면 무너져 버리기 때문에 불을 끌 때 도끼가 꼭 필요합니다.  진화작업이나 구출작업을 할 때에 불에 쓰러진 나무들을 헤치고 다녀야 하기 때문이지요.

 

소방수를 쫓아가는 소년은 혹시 그 소방수의 아들이거나 조카일 지도 모릅니다.  그러니까 아버지나 삼촌이 출동하자 자기도 불끄기를 돕겠다는 생각인가 봅니다.  물 양동이 하나를 잡고는 냅다 같이 뜁니다. 

 

이미 현장에 가까웠는지 벌건 불빛이 소방관과 소년과 강아지에게 반사되고 있습니다.  그 모두 서두르고 있기는 하지만 표정은 사뭇 다릅니다.  소방관과 강아지는 아주 심각한 표정인 것 같은데 소년만은 신나는 표정입니다.  구경 중에서도 불 구경 만한 게 없으니까 그렇겠지요. 

 

불구경 이야기를 하다보니 러시아 작가 막심 고리끼의 단편 "불"이 생각나는군요.  불구경이 얼마나 사람 마음을 설레게 하는 것인지를 잘 묘사한 몇 가지 에피소드를 묶은 이야기입니다.  불 구경을 하려고 직접 불을 지르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불 구경은 인간 심성의 깊은 곳에까지 닿아있다는 게 고리끼의 주장이었던 것 같은데, 믿거나 말거나지요.

 


가출 
가출 The Runaway,
Norman Rockwell (1958)
1958년9월 20일자 'Saturday Evening Post' 표지

 

메국에서는 아이들의 가출은 심각한 사회문제입니다.  통계를 보면 여덟 명중에서 한 명이 열여덟 살 이전에 한번 이상 가출해 본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옵니다.  가난하고 불우한 가정이 가장 큰 이유이지만 부잣집 아이들도 곧잘 가출한다고 합니다.  가출한 아이들은 대다수가 집으로 돌려 보내지지만 일부는 일정한 절차를 따라서 아이들을 위한 시설에 보내지기도 합니다.  어떤 경우이든 이 아이들은 우선 경찰관을 만나게 됩니다.

 

가출한 아이들이 경찰관과 만나는 일은 그다지 유쾌한 일이 아닐 것입니다.  가출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게 되니까요.  그러나 록웰의 <가출>에서는 경찰관과 아이의 만남이 꼭 그렇게 불쾌하거나 좌절스런 일이 아닐 수도 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아이가 가출한 게 그다지 오래된 것 같지는 않습니다.  아이의 노란 셔츠나 청바지가 그다지 더러워지지 않았습니다.  빨간 보자기로 만든 괴나리봇짐이 그다지 크지 않은 걸 보니까 그다지 계획적인 가출은 아닌 것 같습니다.  부모님한테 야단맞고서 '욱'하는 심정에 일단 집을 나온 것일지도 모르지요.

 

아무데서나 꺾었거나 주웠을 막대기로 어깨걸이를 삼은 그 빨간 괴나리봇짐 때문에 경찰관 눈에 더 띄었을 겝니다.  풍채도 좋고 사람도 좋아 보이는 경찰관은 '집이 어디냐?'를 비롯해서 몇 가지만 물어봐도 금방 가출소년이라는 걸 확인할 수 있었겠지요.  아이 행색을 보니까 아무래도 배가 고파 보였는지 다짜고짜 밥부터 먹입니다.  가까운 다이너(Diner)를 찾아 들어갔습니다.  식당 안에 다른 손님들이 없는 걸 보니까 식사 때는 아닌 모양입니다.

 

'뭐 먹을래?'하고 묻는 경찰 아저씨의 눈을 바라보는 아이의 눈에는 이젠 벌써 경계심이나 반항심같은 것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식당 벽에 붙여진 흑판에 분필로 쓴 메뉴를 보니까 '스파게티 미트볼'과 '숯불 치킨'이 오늘의 특선 요리입니다.  (거의 모든 다이너에서는 그런 게 항상 특선이기는 합니다만.)  아이는 틀림없이 스파게티 미트볼을 고를 것입니다.  마실 것으로는 레모네이드나 핫초코 정도가 되겠지요.

 

주문을 기다리는 젊은 요리사는 담배 한 대 딱 꼬나 물고서 가소로운 미소를 지으며 아이를 바라봅니다.  '너도 가출했냐?' 딱 그 표정입니다.  그리고 그 표정에는 '나도 옛날에 여러 번 했었지'하는 자기 옛 기억에 대한 향수 같은 것도 배어있습니다.  그러면서 아이의 접시에다가는 미트볼 몇 개를 덤으로 더 얹어 줄 것입니다.  또 식사가 끝나면 레모네이드 잔을 한번 더 채워 주면서 '그래봤자 소용없어 임마.  얌전히 학교 다니다가 기술이나 배워'하는 충고를 덧붙일 게 뻔합니다.

 

밥을 다 먹으면 경찰관은 아마도 아이를 집으로 데려다 주겠지요.  어쩌면 문을 두들겨서 부모에게 인계하기보다는 집 근처에 내려 주면서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살며시 들어가거라'할지도 모릅니다.  부모와 아이간에 한바탕 소동이 일어나는 걸 방지하는 차원에서 말이지요.  그러나 물론, 아이가 진짜로 집으로 들어가는지는 먼발치에서 확인하고야 차를 돌릴 것은 분명합니다.

 

남자아이가 서너 살만 넘으면 최대의 관심사는 '쌈박질'입니다.  고상한 용어로 전투 혹은 전쟁이지요.  그래서 그 나이 이후로 가장 인기 있는 영화/티비/게임의 주제는 바로 싸움과 그 전사들이지요.  요즘 아이들의 영웅/전사로는 '파워레인저'라든가 '포켓몬스터'라든가 '스트릿파이터'같은 것입니다. 

 


국민영웅 
국민 영웅 The Nation's Hero,
Norman Rockwell (1919)
1919년 2월 22일자 'Saturday Evening Post' 표지

 

그러나 그런 만화 영웅들이 등장하기 전에는 진짜 군인들이 아이들의 영웅입니다.  소도시나 시골마을에서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록웰의 <국민 영웅>은 아마도 소도시나 시골마을 출신 병사가 1차 대전에 참전해 훈장까지 받은 후 귀향하는 장면을 그린 것 같습니다.

 

귀향 군인이 기차나 고속버스에서 내려 마을에 들어서자 마자 아이들은 환호성을 올리며 그를 에워쌉니다.  아마 그의 귀향소식은 이미 마을에 파다하게 퍼졌을 테고 아이들은 며칠 전부터 그의 도착을 목이 빠져라 기다리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아이들이 철모와 훈장까지 그렇게 미리 준비하지는 못했을 테니까요. 

 

철모로 쓸 냄비가 없으면 신문지로 접은 모자라도 썼습니다.  총으로 쓸 장난감이 없으면 기다란 막대기로 만든 칼이라도 차야지요.  군인이 무기가 없으면 곤란하잖습니까?  그리고는 마을로의 행진이 이어집니다.  맨앞의 선도병(?)의 표정은 귀향 군인 못지 않게 엄숙하고 절도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 그림에는 뭔가 좀 부자연스러운 게 있었습니다.  주인공인 귀향군인의 표정과 모습이 지나치게 엄숙해서 자연스럽지 못하다는 겁니다.  집에 돌아와서까지 꼭 그렇게 딱딱하게 굴어야 하는 걸까요

 

제가 어렸을 때 들었던 우스꽝스런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군대가면 밥을 먹을 때도 숟가락을 직각으로 움직여 먹는다더라.'  나이가 좀 더 들어서는 배경이 '사관학교에서는....' 으로 바뀐 채 같은 이야기가 나돌았었지요.  그게 뻥이라는 건 군대 가보고서 알았습니다.  저는 한 사관학교에서 근무했거든요.

 

하지만 그건 혹시 아이들을 위해서 그러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어른들과 만나면 '아이구, 어르신, 그간 별고 없으셨어요?'하면서 넙죽 절이라고 하겠지만, 자기를 영웅으로 봐 주는 아이들 앞에서는 그들의 기대를 어그러뜨리지 않고 영웅처럼 행동해 준다는 거지요. 

 

아무튼 그 귀향군인은 참혹한 전쟁을 겪으면서 아픈 기억을 마음에 간직했을 테면서도 아이들을 위해서는 기꺼이 영웅이 되어 주고 있습니다.  그 점만 보더라도 이 귀향군인은 괜찮은 청년이라고 단정해도 좋겠지요.  마을 처녀들의 가슴이 얼마나 설레겠습니까?

 

 

조정희,
평미레(/jc7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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