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오피니언
민노총에 밀리면 3대 개혁은 끝이다 [오늘과 내일/이진영]
입력 2022-07-21 03:00 업데이트 2022-07-21 10:00
화물연대·대우조선해양 파업에 속수무책
미래세대 위한 연금·교육 개혁도 위태로워
민노총의 대우조선해양 불법 점거 사태가 어제까지 49일째 이어졌다. 노사는 정부의 중재로 밤늦게까지 협상
을 진행했는데 민노총은 이번에도 불법 파업에 대한 민형사상 소송 취하를 요구하고 있다. 이번 사태로 누적 피해액이 7000억 원이 넘는다고 한다. 문재인 정부 5년을 거치며 법 위의 기득권 집단이 된 민노총 벽을 윤석열 정부는 어떻게 넘을까.
정부는 지난달 화물연대 총파업이라는 첫 시험대에서 좌절을 맛봤다. 화물연대는 8일간의 파업 끝에 안전운임제 연장이라는 요구를 관철시켰다. 안전운임제란 운송비 변동에 따라 정부가 최저운임을 정하는 일종의 물가연동제다. 어떤 자영업자가 원가가 오른 만큼 상품이나 서비스 가격을 강제적으로 올려 받을 수 있겠나. 시장 원리에도, 형평성에도 맞지 않는 요구였지만 정부는 맥없이 굴복했다.
정부의 노동개혁은 시작도 하기 전에 동력을 잃은 듯하다. 노동개혁의 핵심은 노조가 보호하는 대기업 정규직의 양보를 끌어내 불평등과 비효율을 고착시키는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손보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첫 개혁 과제로 근로시간제와 직무급제 개편이라는 ‘곁가지’를 내놨다. 그것도 당장 ‘추진’이 아니라 미래노동시장연구회를 구성해 ‘연구’한다고 한다. “노동개혁의 목표도 전략도 의지도 없다”는 혹평을 들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민노총에 밀리면 노동개혁만 어려워지는 게 아니다. 대통령의 3대 개혁과제인 연금개혁과 교육개혁도 끝이다. 연금개혁의 최대 걸림돌 역시 민노총이다. 연금개혁을 위한 각종 위원회는 노동계 추천 인사가 당연직으로 들어가 큰 목소리를 내는 구조다. 장외투쟁의 화력은 더 막강하다. 문 정부 시절인 2018년 민노총은 ‘국가 지급보장 명문화’와 ‘소득대체율 삭감 중단’을 요구하며 총파업을 벌였다. 연금이 고갈되든 말든 소득대체율은 양보할 수 없으니 기금이 없으면 미래 세대에게 세금을 걷어서라도 달라는 주장이었다. 결국 무산되기는 했지만 문 정부의 4가지 개혁안 어디에도 소득대체율 삭감은 없었고, 당시 여당은 국민연금 지급보장을 명문화한 국민연금법 개정안까지 앞다퉈 발의했다. 민노총의 ‘간보기’ 파업에도 밀리는 맷집으로 연금개혁을 할 수 있을까.
정부는 교육개혁의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지 않았지만 학령인구 급감이라는 변수를 피해 갈 방법은 없다. 지난 21년간 초중고교 학생 수가 33% 줄어드는 동안(795만2000→532만3000명) 교사 수는 거꾸로 29% 증가했다(33만6000명→43만5000명). 학생보다 교사가 많은 학교가 늘고 있고, 임용고시에 합격하고도 자리가 없어 마냥 기다리는 ‘임용 절벽’도 심각한 상태다. 교원 구조조정이 불가피하지만 노무현 정부 때도 부적격 교사 퇴출을 위한 교원평가제를 연가투쟁에 전방위 압박으로 무산시킨 전교조다. 이번이라고 가만히 있겠나.
3대 개혁을 하지 않으면 그 피해는 미래 세대에게 돌아간다. 많은 청년들이 노조 기득권의 진입장벽에 가로막혀 임금도 처우도 열악한 일자리를 전전하고, 이렇게 번 돈의 상당 부분을 기성세대의 연금으로 내놓으며, 예비 교사들은 교단에 설 기회를 잃고, 학생들은 양질의 교육을 받을 권리를 박탈당하게 될 것이다. 대우조선해양 파업 현장에서 한 노조원은 좁은 철골 구조물 속에 스스로를 가두었다. 그가 해방되길 바라지만 그 대가가 기회도 출구도 없는 좁은 구조물 안에 미래 세대를 가두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
이진영 논설위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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