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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제균 칼럼]尹, 안 변하면 ‘문재명 나라’ 온다

鶴山 徐 仁 2022. 7. 11. 17:29

동아일보|오피니언

 

[박제균 칼럼]尹, 안 변하면 ‘문재명 나라’ 온다

 

박제균 논설주간

 

입력 2022-07-11 03:00업데이트 2022-07-11 03:23


지지율 급락은 ‘尹의 공정’ 흔들린 탓… 公私 구분, 로마 때부터 공화정 근간
與 ‘윤핵관’·檢출신 ‘新핵관’ 거리 두고 金 여사 주변 문제도 정리할 필요

 

지배자가 폭군인 나라가 있었다. 압제에 신음하던 민중의 뜻을 업고 왕의 조카가 쿠데타를 일으킨

다. 폭군을 추방하는 데 성공한 그가 시민들에게 제안한다. 폭군을 낳는 왕정 자체를 없애자고. 그리고 자신이 첫 공화정의 지도자가 된다.

추방된 폭군이 가만있을 리 없었다. 왕정 폐지에 불만을 품은 내부 세력을 규합해 왕정복고를 기도했다. 음모는 발각돼 수포로 돌아갔지만, 아뿔싸! 왕정복고 음모에 지도자의 두 아들이 가담한 것. 반역죄는 사형이었으나 지도자의 심정을 헤아린 시민들은 국외 추방형을 내리자고 했다. 하지만 지도자는 단호히 거절하고, 사형을 결정했다. 그리고 두 아들이 채찍질을 당한 뒤 도끼로 목이 잘리는 광경을 현장에서 목도했다.

기원전 509년 로마에 첫 공화정을 연 루키우스 유니우스 브루투스 얘기다. 아무리 지도자라 해도 아버지가 그렇게까지 해야 하는가, 라는 생각도 들지만 2500년 전 인류가 공화정을 연 때부터 공(公)과 사(私)를 엄격히 구분하는 건 공화국의 이념을 지탱하는 근간(根幹)이었다. 그것이 공과 사를 섞어도 되는 왕정과의 다른 점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 지 두 달 만에 지지율이 30%대(37%·한국갤럽)로 떨어졌다. 지지율 급락 원인의 팔 할은 공사를 구분하지 못한 대통령의 처신 탓이라고 본다. 우수하다는 이유만으로 역대 대통령 중 유례가 없을 정도로 ‘검찰 식구’와 학교 선후배 및 지인들을 중용한 인사, ‘조용한 내조’ 약속을 지키지 않은 김건희 여사와 그 가족을 둘러싼 잡음, 김 여사 주변에 불쑥 등장하는 공인인지 사인인지 모를 사람들….

무엇보다 ‘윤(尹)사단 챙기기’ 인사와 김 여사 주변 문제에서 공과 사를 칼같이 자르지 못하는 대통령을 보며 우리가 아는 강단의 윤석열이 맞나, 하고 실망하는 국민들이 늘고 있다. 공은 공으로, 사는 사로 구분하는 게 공정(公正)의 출발점이다. 공과 사를 섞는 게 바로 불공정이다. 윤석열의 트레이드마크인 공정이 흔들리니 지지율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여당의 자중지란 또한 국정 지지율을 갉아먹는다. 자기밖에 모르는 30대 당 대표, 그런 대표를 상대하기엔 정치력이 부족한 ‘윤핵관’들. 이준석 대표의 성 상납 의혹은 진상이 밝혀져야 하지만, 사냥(선거)이 끝나자 윤 대통령과 핵관들이 토사구팽(兎死狗烹)하는 듯 비쳐서는 안 될 일이다. 핵관들과 관련해 윤 대통령은 대선 때 공은 인정한다 해도 새로운 시대를 열기엔 ‘올드 보이’들이라는 점을 인식할 때가 됐다.

 

그렇다고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비롯한 검찰 출신 ‘신(新)핵관’들 중심으로 국정을 운영하는 것도 자제해야 한다. 벌써 그런 조짐이 나타나고 있어 걱정스럽다. 문재인 정권에서 ‘운동권 형·동생’이 쥐고 흔들었던 국정을 ‘검찰 형·동생’이 좌지우지한다면 얼마나 허망한가.

신핵관들의 소임은 비정상 대한민국을 정상화하는 데 있다고 본다. 다만 그 정상화가 문 정권식 적폐청산이어선 안 된다. 윤 정권의 성공을 바라는 다수는 정상화 과정은 신속하게 거친 뒤 미래로 나아가길 바라기 때문이다. 그러니 사정 정국을 펼치면 대통령의 지지율이 반등할 거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윤 대통령 당선 후 넉 달, 그에게 투표했던 유권자들 사이에선 ‘이재명 후보가 당선됐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상상하며 위안을 삼는 정신승리법마저 등장하고 있다. 앞날은 더 불안하다. 초유의 ‘퍼펙트 스톰’이 닥쳐 민심은 부글부글 끓는 가운데 이재명 의원이 대표가 된 거대 야당이 거칠게 흔들어대면 국민들 사이에선 ‘문재인 때가 더 나았다’는 소리가 나올 수 있다.

그러면 후년 총선을 앞두고는 여야 모두 퍼주기 경쟁을 할 수밖에 없을 터. 이 나라는 포퓰리즘의 늪 속으로 더욱 깊숙이 빠져들 것이다. 문 대통령 때는 나라를 어디로 끌고 갈까 걱정했는데, 윤 대통령 때는 다시 그런 나라로 돌아갈까 걱정해야 하는가.

그런 ‘문재명의 나라’로 가는 걸 막을 유일한 선택지였기에 오늘의 윤석열 대통령이 있는 것이다. 윤 대통령이 앞으로 닥칠 안팎의 거센 파도와 맞서려면 대선 전후 국민이 걸었던 기대와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그러려면 공과 사를 단칼에 자르고, 필요하면 김 여사 주변 문제도 단호히 정리하며, 아무리 친해도 미래로 가는 데 발목을 잡는 세력과 ‘손절’해야 한다. 그것이 윤석열의 소명이다.

박제균 논설주간 ph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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