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鶴山의 넋두리

흰 눈 내린 학산(鶴山)

鶴山 徐 仁 2021. 11. 25. 08:23

 

 

 

한라산에 흰눈이 쌓인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흰 눈 내린 학산(鶴山)

 

흰 눈 속에 포근하게 쉬고 있을 꿈의 동산,

 

철 없이 구름까지 잡을 수 있을 것만 같았던

 

훌쩍 지나쳐 버린 잠시잠깐의 춘몽처럼

 

아득하게 그려지는 그 시절이

 

텅빈 마음에 액자를 걸어둔듯

 

한 없이 그리워진다.

 

사람들은 그 곳에서 태어나 철들어 떠나버려도

옛 모습을 간직한 채

 

여전히 홀로 남은 학산에는 

 

봄비 찬 서리 세 찬 바람에 눈보라가 찾아도

 

내 가 어린 시절을 함께 했던

 

학산의 모습이야 변함없이 그대로 일 테지,

 

학산에서 피고 지는 꽃과 같이 우리의 삶도 져문다.

 

살아 있기에 친구도 그리고 고향도 그리고

아직은 꿈도 그릴 수 있으니,

 

이 때를 챙겨서 학산의 흰 눈이 녹기 전에

 

아름다운 그 모습을 음미하며 노래 할 수 있는,

 

삶의 여유를 찾아보고 싶구나!

 

세상 속에서 마음이 상하고 고달프다 해도,

 

흰 눈으로 단장한 학산은

 

지친 몸으로 찾는 옛 친구를

 

말 없이 떠나 간 서운함도 잊은 채,

 

반겨 맞아주며 세상의 모든 시름들을 들어줄거다.

 

 

그리운 친구들아!

 

우리 다 함께 그리운 고향, 학산으로 찾아가

 

흰 눈 내리는 날,

 

세파에 더러워진 추한 것들을 씻어내고

 

티 없이 맑고 고운 예전의 자신들을 돌아볼 수 있는

 

귀하고,  정겨운 시간을 만들어 보자.

 

- 鶴山 徐 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