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거대 여당의 무차별 입법권 난사, 국가 유린하는 행태
조선일보
입력 2021.02.23 03:24 | 수정 2021.02.23 03:24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작년 12월 국회 본회의에서 대북전단금지법 등이 통과되자 주먹을 불끈 쥐고 있다. /조선일보DB
여권 의원이 발의한 이른바 ‘윤석열 출마 방지법’(검찰청법 등 개정안)이 국회 법사위에 회부됐다. 공직자가 출마하려면 선거 90일 전에 그만둬야 하는데, 현직 검사·판사는 1년 전 사퇴하도록 한 내용이다. 윤석열 검찰총장을 겨냥한 것이다. 대한민국 역사에 단 한 사람의 출마를 막기 위해 법을 제정하려는 경우는 처음일 것이다. 입법을 빙자한 폭력 행위다. 직업 선택의 자유와 공무담임권이라는 헌법상 국민 기본권을 침해하는 내용이라 법원행정처조차 반대했다. 법안을 낸 최강욱 의원은 선거 한 달 전 청와대 비서관에서 물러나 출마한 사람이다.
민주당은 검찰에 남은 6대 범죄 수사권을 박탈하고 기소와 재판 관리만 맡기는 법안도 밀어붙이고 있다. 헌법상 수사·인신구속 권한을 가진 검사 2000여명을 일시에 껍데기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수사권은 법무부 산하 중대범죄수사청으로 넘기겠다고 한다. 정권 비리 등 주요 범죄 수사까지 대통령이 하겠다는 속셈이다. 검찰 말살을 주도하는 의원들은 불법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사람들이다. 도둑이 포졸을 잡겠다고 칼을 든다.
여당은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을 이달 중 처리하겠다고 한다. 국민 세금 10조원으로 짓는 국가 기간시설인데 아무런 조사 검토도 없이 ‘닥치고 가덕도'라는 법이다. 여당 소속 부산시장의 성추행 범죄로 생긴 보궐선거를 이렇게 해서라도 이겨보겠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언론 보도에 최대 3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물리는 법안도 추진 중이다. 수많은 가짜 뉴스를 퍼뜨려온 당사자들이 오히려 언론의 입을 막겠다고 몽둥이를 든 격이다. 원자력과 석탄 발전 기업의 사업권을 언제라도 회수·박탈할 수 있는 법안도 발의했다. 사실상의 협박이다.
여권 입법 폭주의 시작은 2019년 말 야당의 반대를 무시한 선거법 개정안 강행 처리였다. 비례 위성 정당이란 초유의 코미디가 벌어졌지만, 선거만 이기면 된다는 식이었다. 공수처법으로 국가 형사 사법 체계까지 맘대로 흔들더니 바로 법을 개정해 야당에 거부권을 준다는 약속마저 깨버렸다. 북한 김여정이 ‘법이라도 만들라’고 하자 곧바로 대북전단살포 금지법을 만들었다. 5·18에 대해 정부 발표와 다른 주장을 하면 감옥에 보내는 법까지 시행됐다. 경제계가 한사코 반대한 상법 개정안 등 경제 3법도 줄줄이 통과시켰다. 현재 여당 의원들이 제출한 법안들 중엔 눈을 의심케 하는 내용들이 허다하다.
국회는 입법권을 갖고 있다. 다수당은 입법권을 행사할 유리한 위치에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상식과 양식, 국정의 계속성, 국민 이해관계의 균형과 같은 기본적인 한계가 있다. 이를 지나치게 벗어난 입법 독주는 한 정파가 국가를 유린하는 것과 같다. 이런 입법권 난사는 독재 시절에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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