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이 포도주를 만들 때 너희들 뭐가 필요한지 아니?
물으셔서 포도, 설탕, 소주, 이렇게 대답을 하면 또?
그러셔서 항아리 등, 별의별 대답이 다 나오면 선생님은 포도주는
포도를 버린 것이 땅에 고여 시간이 지나 발효하여(중략)
발견한 것이라고 하면서, 포도주가 되기 위해선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박완서 저(著)
《세상에 예쁜 것》(마음산책,67쪽) 중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농익은 맛있는 포도주가 되기 위해서는 시간이 절대적인 요소입니다.
김치나 장맛의 탁월함은 날것을 오랜 시간을 먹여 삭여내는 곰삭음에 있습니다.
지식이 지식으로 그치는 사람이 있고, 지식이 곰삭아 지혜가 되는 사람이 있습니다.
흙도 잘 썩고 곰삭아 부드러운 논흙을 밟아보면 참 감칠나게 상쾌합니다.
잘 썩고 곰삭은 연못일수록 연꽃도 어여쁜 연꽃을 피워올립니다.
고린도전서 13장 4절에서 7절에 나오는 사랑의 속성 열 다섯 가지 중에서,
‘인내’에 대한 것이 무려 세 번이나 나옵니다. “사랑은 오래참고...,
사랑은 모든 것을 참으며..., 사랑은 모든 것을 견디느니라...”
세상에 감동을 주는 것들은 모두 세월을 곰삭혀 만든 작품들입니다.
하나님의 오래 참으심, 기다려 주심이 없었으면,
우리 모두는 날 것같이 떫은 맛만 내면서 소돔과 고모라 같이 멸망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