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이라는 것은 조금씩은 불필요한 것이며 더러운 것이다. 그러므로
한국인은 먼지에 대해서 그다지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오
히려 새 며느리가 들어와 집 안 청소를 할 때 너무 털거나 닦으면 시어
머니는 그것을 근심스럽게 바라보며 말할 것이다. ‘애야,너무 그렇게
털면 복이 나간단다. 너무 그렇게 닦으면 애 복이 없어요.’
이 세상에는 반드시 먼지와 때가 있게 마련이다.”
이어령 저(著) 「축소지향의 일본인」(문학사상, 183쪽) 중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먼지 없는 자연 없고, 흠 없는 사람 없습니다.
또한 아픔이 없는 아름다움, 고통 없는 무구(無垢)함은 없습니다.
살아 있는 것과 살아 있지 않은 것의 차이 중 가장 뚜렷한 것이 있습니
다. 살아 있는 것들은 대개 쓸모없는 것들을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게 화분이라면 필요 없는 누런 이파리나, 그게 꽃이라면 시들거나 모
양이 이상한 꽃 이파리들을 달고 있습니다. 반대로 죽어 있는 것들,
그러니까 모조품들은 완벽하게 싱싱하고, 완벽하게 꽃이라고 생각되는
모양들로만 이루어져 있습니다.
살아있는 것들은 늘 상처를 당합니다. 깔끔하지 않고 지저분하기 까지
합니다. 그것이 살아 있다는 증거입니다. 완벽한 것은 인형 밖에 없
습니다. 모두 다 너저분한 삶의 찌끼를 품고 있기에 서로의 흠을 넉
넉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꿈이 아닌 현실 속에 사는 사람들의
예의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