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9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밝혔던 비핵화의 뜻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전했다고 밝혔다. 지난 5일 1박 2일 일정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특사로 방북해 김정은을 만난 정 실장은 김정은이 어떠한 핵과 미사일 실험을 자제할 것을 약속했다는 사실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했다고 덧붙였다. 비핵화의 구체적인 내용이나 조건에 관해서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북한의 비핵화를 북미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삼았던 트럼프 대통령이 5월까지 김정은을 만나겠다고 나선 점을 고려하면 미국도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를 어느 정도 수용하려는 태도를 보였다는 관측이다.
이처럼 북한이 한국과 미국에 비핵화 의지를 밝힌 것은 사실상 핵 개발이 끝났기 때문이 아니냐는 관측이 있다. 그렇다면 과연 북한의 핵 개발은 어느 정도까지 왔을까.
전문가들은 핵무기 보유의 조건으로 세 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플루토늄이나 고농축우라늄(HEU) 등의 핵물질과 수천분의 1초라는 짧은 시간 안에 핵분열이 일어나도록 하는 촉매제 역할을 하는 기폭장치, 그리고 핵물질과 기폭장치가 담긴 핵탄두를 목표지점으로 공격하는 운반수단(미사일)이다.
군 정보당국은 북한이 영변 핵 단지의 흑연감속로에서 사용 후 재처리한 플루토늄을 최소 50여㎏가량 보유한 것으로 보고 있다.(『국방백서』) 핵탄두 10기 안팎을 만들 수 있는 분량이다. 2014년 기준으로 HEU 보유량은 최대 758㎏으로 한미 정보당국은 추산했다. HEU 탄 1개를 생산하는데 15~20㎏이 소요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숫자상으로는 37~47기가량을 생산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핵 무기는 플루토늄과 HEU로 각각 만들 수 있는 만큼 최대 50기 이상 생산할 수 있다는 얘기다.
1980년대 말부터 북한이 평북 구성시 용덕동 등에서 100차례 이상 기(고)폭실험을 해 상당한 기술을 축적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한미 정보당국은 2014년 말 북핵 능력 평가에서 기폭장치 크기 변화 추이를 추산한 결과 소형화에도 성공한 것으로 봤다. 기폭장치에 장착하는 탬퍼(tamperㆍ핵물질을 감싸는 장치)의 직경이 처음 포착됐던 89년엔 2m였지만 2000년 1.8m, 2001년 1.2m, 2002년 이후 1m 이내로 줄었다고 한다. 북한이 노동미사일에 장착할 수 있을 정도(90㎝)로 소형화했다는 것이다.
특히 김정은이 집권 후 지속해서 미사일을 발사하며 사거리를 늘리고, 고체엔진을 개발하는 등 미사일 기술도 급속도로 발전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지난해 11월 29일 평양 순안공항 활주로에서 쏜 화성-15형의 경우 최대고도 4475㎞에 950㎞를 날아갔다. 당시 발사 각도를 높이는 방식의 고각 발사를 했다는 점에서 정상발사를 할 경우 1만㎞ 이상을 비행할 수 있는 수준이다.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통상 미사일의 사거리는 최대고도의 3배 안팎”이라며 “그동안 북한이 미사일 실험과정을 보면 일본이나 괌은 물론 미국 본토를 위협할 수준에 도달했다”고 분석했다.
이런 이유로 일부에선 북한이 이미 수십기의 핵탄두를 제작한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현재 핵을 보유한 국가들은 첫 핵실험부터 핵무기를 보유하기까지 짧게는 2년(중국), 길게는 7년(미국)이 걸렸다. 북한은 2006년 첫 번째 핵실험을 한 뒤 지난해 9월까지 여섯 차례 핵실험을 했다.
다만 미사일이 대기권을 벗어나 비행하다 다시 대기권에 진입할 때 발생하는 열과 충격에 견디는 재진입(re-entry)기술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하지만 북한이 미국을 핵으로 공격할 수 있는 핵무기를 제조하는데 막바지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점은 정부 당국이나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평가다. 미국 중앙정보국(CIA) 등도 몇 개월 안에 북한이 핵무기를 완성할 것이라는 전망을 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일부에선 북한이 이미 수십기의 핵탄두를 제작한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현재 핵을 보유한 국가들은 첫 핵실험부터 핵무기를 보유하기까지 짧게는 2년(중국), 길게는 7년(미국)이 걸렸다. 북한은 2006년 첫 번째 핵실험을 한 뒤 지난해 9월까지 여섯 차례 핵실험을 했다.
다만 미사일이 대기권을 벗어나 비행하다 다시 대기권에 진입할 때 발생하는 열과 충격에 견디는 재진입(re-entry)기술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하지만 북한이 미국을 핵으로 공격할 수 있는 핵무기를 제조하는데 막바지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점은 정부 당국이나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평가다. 미국 중앙정보국(CIA) 등도 몇 개월 안에 북한이 핵무기를 완성할 것이라는 전망을 하고 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