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기자질하고 있지만… 이 나라 기자라는 게 부끄럽다 |
사드 레이더. photo=미 국방부.
Fa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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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진보(보수)가 싫고 아무리 진보(보수)가 좋다 해도, 이건 아니지 않나? ▲어이가 없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을까? ▲직접 읽어보시라. 이 나라 언론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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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이 기사를 쓸까 말까 여러번 고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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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다리’만 건너면 서로 다 통하는 언론계에서, 같은 동료 기자들이 쓴 기사를 비판하는 것은 몹시 괴로운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건 아니다 싶었다.
‘사드’는 우리나라의 존망을 좌우하는 중대한 문제다. 북한은 핵 보유를 마쳤고 일본은 자위대 파병 준비를 끝낸 상태에서, 미국과 중국 틈새에 끼어있는 우리는 ‘어느 한 쪽’을 택할 것을 미-중 모두로부터 강요받고 있다.
여기서 한 쪽을 택하는 것은 곧 다른 쪽과의 갈등을 의미하는 상황에서 우리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에 처해 있다.
‘사드’가 향후 우리나라 외교와 국방의 근본을 송두리째 흔들만한 중차대한 문제로 떠오른 것이다.
찬성이냐 반대냐를 떠나, 이렇게 중대한 문제에 관해서는 최소한 ‘있는 사실’을 그대로 보도하는 것이 언론의 기본이자 책무다.
그러나 아쉽게도 국내 언론 일부는 이 기본을 지키지 않고 책무를 방기했다. 나아가 터무니없는 거짓말을 작문하듯 지어내 사실인양 보도했다.
폭우 속에서도 굉음? 그날 비 한 방울 안왔다
그 중 하나가 ‘폭우 속에서도 굉음 내뿜는 日 사드레이더’ 기사다. 이 기사에는 “7월 16일 오후 1시 레이더 기지 앞에 도착하자 하늘에선 굵은 빗줄기가 떨어지기 시작했다”고 적혀 있다. 이는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 광고없는 언론 팩트올이 쿄가미사키(経ヶ岬)에 있는 사드 레이더 기지를 찾은 것도, 같은 날인 7월 16일이었다.
팩트올 기자는 이날 오전 9시 15분~11시 10분까지 쿄가미사키 현장에 있었다. 기자는 기지 안으로 깊숙이 들어갔다가 미군에 적발돼, 일본 경찰에 연행됐다.
경찰 조사를 받고 풀려난 시각은 같은 날 오후 4시였다. 경찰서는 20km가량 떨어진 교탄고(京丹後)시에 있다.
7월 16일 오전 9시 15분부터 이날 오후 4시까지 한나절 동안, 팩트올 기자가 사드 기지를 관장하는 교탄고시 행정구역 안에 있었다는 말이다.
기자가 교탄고시 경찰 관할구역에 있었던 16일 하루 동안, 이 지역에는 한 방울의 비도 내리지 않았다.
팩트올은 이날 사드 기지의 소음을 담은 동영상을 촬영, 일체의 편집을 하지 않은 ‘날 것’의 상태로 공개했다.
동영상을 보면 아시겠지만, 이날 현장에는 폭우는커녕 비라고는 단 한 방울도 오지 않았다.
그러니 뜨악할 수밖에 없다. ‘폭우 속에서도 굉음 내뿜는 日 사드레이더’ 기사는 제목부터 사실과 달랐기 때문이다.
경찰서가 있는 교탄고(京丹後)시와 사드 기지가 있는 쿄가미사키 사이에는 20km 가량의 거리가 있다.
따라서 기자가 연행돼 현장검증을 거치고 경찰서로 이동해 조사를 받는 동안, 기지 주변에만 국한해서 한시적으로 잠깐 소나기가 내렸다가 곧바로 그쳤을 수는 있다. 그러나 그럴 가능성은 높지 않다.
일본 기상청 홈페이지에는 7월 16일 하루 동안 ‘사드 기지’가 있는 교토 교탄고시 단고초 다이자(間人), 교탄고시 미네야마초(峰山) 지역에 비가 내리지 않은 것으로 기록돼 있다.
단고초 다이자는 사드 레이더 기지로부터 약 8.5km, 미네야마초는 약 19km 떨어져 있다. 일본 기상청은 10분 단위로 촘촘하게 기상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기상청 기록에는 해당 매체가 ‘폭우가 내렸다’고 보도한 시각인 7월 16일 오후 1시는 물론, 이날 새벽 1시부터 저녁 6시까지의 강수량이 모두 ‘0.0’으로 기록돼 있다.
‘폭우가 내렸다’고 보도한 매체는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이란 진보단체가 제공한 사진을 기사에 실었다. 이 사진에 나타난 날씨는 화창했다.
“폭우 속에서도 굉음을 내뿜었다”는 표현도 과장이다. 팩트올 기자는 7월 16일과 19일, 양일간 3차례에 걸쳐 장소를 옮겨가며, 총 6회에 걸쳐 사드 기지의 소음을 측정했다.
레이더로부터의 거리는 각각 500m, 200m, 20m였다. 2개의 소음측정 앱으로 번갈아가며 측정한 결과, 소음이 가장 높았을 때는 80dB, 가장 낮았을 때가 58dB이었다.
7월 19일 측정했을 때는 최저 37dB로 나타났다.
80dB은 지하철 전동차 안의 소음과 비슷하다. 그런데 마을은 레이더로부터 최소 200m, 최대 3.5km 떨어진 곳에 있다.
한양대 장형석 박사(건축음향)는 “소리는 거리의 역의 제곱으로 반비례한다”고 했다. 장 박사는 “20m 떨어진 곳에서 70dB이 나왔다면, 계산상 200m 떨어진 곳에서는 50dB이 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소음 환경기준은 낮 50dB, 밤 40dB이다. 일본은 낮 55dB, 밤 45dB이다. 마을 주민들이 소음을 듣기는 쉽지 않을 듯 하다.
따라서 “폭우 속에서도 굉음을 내뿜었다”는 표현은 상당한 과장이다.
기지 철조망 열려 있었다고? 다음날까지 닫혀 있었다
해당 기사에는 “2시간여 동안기지 초입구에서 미군 보초 한 명 찾아볼 수 없었다.
군용트럭 두 대가 동시에 들락날락할 수 있는 너비의 철조망 문도 활짝 열려 있었다. 진입을 막는 장애물도 설치돼 있지 않았다”고 돼 있다.
그러나 같은날 팩트올 기자가 있었던 시각에는 사드 기지의 철조망이 닫혀 있었다. 열려 있었던 것은 철조망으로부터 약 100m 밖에 있는 공사용 가벽이었다.
그러나 이 가벽은 미군이 팩트올 기자를 발견하자마자 곧바로 닫아버렸다.
3일 뒤인 19일 오후 12시 10분, 기자가 현장을 다시 방문했을 때도 이 문은 굳게 닫혀있었다.
7월 19일 오후 12시 30분. 사드 레이더 기지 입구 밖의 공사용 가벽이 굳게 닫혀있다. 재일미군과 인터뷰를 했다고? 불러도 안쳐다보더라
해당 기사는 “취재기자가 기지 내 재일미군과 인터뷰를 했다는 이유로 교토부 교탄고(京丹後) 경찰서 형사과에서 10시간이 넘는 고강도 조사를 받아야했다”면서 “조사과정에서 사진과 영상도 모두 삭제됐다”고 했다.
그러나 재일미군은 언론과의 인터뷰에 응하지 않았다. 그들은 외부인과 아예 말을 하려 하지 않았다. “움직이지 말라”며 그 자리에 기자를 세워놓았을 뿐이다.
답답한 마음에 소리쳐 불러보기까지 했지만, 기자 쪽으로 얼굴을 돌리기조차 하지 않았다. 멈추라고 하고, 움직이지 말라고 한 것이 전부다. 해당 매체의 기자에게도 그랬다면, 이건 인터뷰가 아니다.
팩트올 기자는 16일 오후 4시까지 교탄고시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았다. 그러는 사이에 해당 매체 기자가 문제를 일으켰다면 마찬가지로 교탄고 경찰서로 연행이 됐을 것이다.
하지만 최소한 기자가 있었던 이날 오후 4시까지 ‘또 다른 한국기자’의 모습은 교탄고 경찰서에서 보지 못했다.
기자가 조사를 받았던 교탄고시 경찰서. photo=구글 지도.
주민들이 밤잠 설친다고? 그렇게 말한 사람 없었다
해당 매체는 “레이더 기지 소음 때문에 밤에 잠을 청하기 어렵다는 주민들이 많다고 한다”고 전했다. 그런데 이 코멘트는 해당 매체 기자가 직접 들은 말이 아니다.
해당 기사에는 이 매체에 ‘화창한’ 사진을 제공한 진보단체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이 해당 매체 기자에게 전달해준 ‘전언’이라는 내용이 적혀 있다.
팩트올 기자는 7월 16~19일까지, 사드 기지 인근의 오와 마을과 소데시 마을 주민 총 9명을 인터뷰했다. 이 두 마을에는 약 240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레이더 소음 때문에 피해를 입는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9명의 주민은 하나같이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오와 마을에 사는 60대 여성 나가미씨는 “바람이 불면 소음이 간간이 들리긴 하지만 그렇게 크진 않다”고 했다. 유키코(80)씨는 “소음이 피해를 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돼지밖에 못 산다고? 번역 잘못했다
‘민가 향한 '사드 레이더' 문제… 일본 기지 가보니’라는 기사도 사실과 다르다. 이 기사 역시 사드 반대단체인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이 제공한 동영상을 기초로 했다.
해당 매체는 “사드 발전기 소음은 1km 이상 떨어진 마을까지 전달된다”고 했다.
그러나 이는 팩트올 기자가 직접 현장으로 날아가 7월 16일과 19일, 양일간 3차례에 걸쳐 장소를 옮겨가며, 총 6회에 걸쳐 직접 들어보고 측정한 사실과 다르다.
해당 기사는 ‘사드를 반대하는 주민들’의 코멘트만 인용해, 특정 단체의 입장만을 기사화했다. 소음 수치는 아무것도 제시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미군 기관지인 ‘성조지(Stars and Stripes)’의 1월 10일 괌 르포 기사를 인용해 “이 지역에서 살 수 있는 건 두 마리 돼지 뿐”이라며 “사드 포대 근처에 사람이 살기 어렵다”고 보도했다.
원문에는 “이 장소 한쪽은 나무가 울창한 50번 자연보호구역으로 막혀 있다.
우리가 알기로 저 안에 사는 건 폭찹과 베이컨 조각이라고 불리는 돼지 두 마리 밖에 없다”
(The site is bounded by the densely wooded Conservation Area No. 50 on one side. The only thing that we know lives in there are two pigs, Pork Chop and Bacon Bit)고 돼 있다.
해당 매체는 또 “(사드) 발전기의 굉음이 작은 마을 전체를 덮어버릴 정도”라고 했다.
하지만 해당 원문은 “아르마딜로(괌 사드 기지)는 동떨어져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작은 마을 전체를 비춰주는 대형 발전기에서 소음이 난다”(Site Armadillo feels remote because it is… and the roar of a massive generator that could light a small town envelops all)는 것이다.
해당 매체는 보도가 나간지 나흘 뒤인 17일 “발췌 번역하는 과정에서 오역이 생겼다”면서 “일부 오해를 불러일으킨 점 사과드린다”고 했다.
Photo = JTBC
소음 지옥이라고? 오역 기사를 그대로 인용했다
‘사드가 있는 일본에 갔더니, 소음 지옥이라는 게 드러났다’는 기사도 있었다.
이 기사는 “사드 소음은 1km이상 떨어진 마을까지 전달된다”면서 “(우리) 국방부의 발표에는 발전기의 소음에 관한 이야기는 빠져있다”고 했다.
“때문에 실제로 사드가 가동되고 있는 일본 교가미사키의 모습이 성주의 미래라고 생각하면 다소 아득해진다”고 덧붙이기까지 했다.
이 또한 사실과 다르다. 이 보도는 앞서 언급한 ‘민가 향한 '사드 레이더' 문제… 일본 기지 가보니’ 기사를 토대로 재구성한 소위 ‘우라카이(리라이팅)’ 기사이기 때문이다.
30분만 있으면 구토? 1시간 이상 있어도 멀쩡했다
소데시 마을쪽에서 바라본 사드 레이더 기지. 산 너머의 절벽에 레이더 기지가 있다.
교토 자치단체가 직접 측정했다… 저주파 문제도 없다
교토부청은 지난해에 소데시 마을과 오와 마을의 소음을 측정했다. 측정 장소는 소데시 마을 2곳, 오와 마을 1곳 등 3곳으로 모두 ‘레이더 소음’ 원인으로 지목된 발전기에서 평균 536m 떨어진곳 이다.
교토부청의 측정 결과 이 3곳의 소음이 평균 41dB로 나타났다.
교토부청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소음 이외에) 저주파음 측정결과도 기준치 이내로 나타났다. 일부에서는 “저주파의 경우 사람 귀에는 들리지 않아도, 신체에 약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견해를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교토부청은 “저주파 측정 결과, 소음 민원의 주원인이라고 생각되는 90Hz 전후의 저주파음 조사 결과, 집안 안에서의 음압 레벨은 환경청이 인정하는 ‘심신 관련 민원에 대한 참고기준’인 41dB 보다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홈페이지에서 밝혔다.
중심주파수 80Hz와 100Hz의 음압레벨이 참고 기준치인 41dB에 비해 현저히 낮다는 것은 저주파음에 의해 심신이 영향을 그다지 받지 않는다는 의미가 된다.
팩트올 인터뷰에 응한 9명의 기지 인근 마을 주민들은 하나같이 “레이더 전자파 때문에 농작물이 피해를 입는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 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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