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부부 Fun 더하기 이병준입니다.
요즘같이 카메라가 흔해진 때가 있었을까요?
손에 늘 들고 다니는 휴대폰에도 카메라가 달려 있고 건물은 물론이고 온 사방팔방 길거리에도 cctv가 설치되어 있으니 말입니다.
저희 집만 해도 카메라가 6대 있습니다.
디지털카메라 이전에 사용하던 구입한 지 20년이 넘은 필름 카메라가 있고, 지금 제가 사용하고 있는 신형 DSLR, 딸내미가 쓰고 있는 구형 DSLR, 여행용으로 사용하는 스마트 카메라, 아주 사이즈의 콤팩트 카메라, 디지털카메라 초기에 나온 모델까지입니다.
저도 생각 보니 놀랍습니다.
그렇게 많은 카메라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찍어 놓은 사진이 별로 많지 않다면 그건 그만큼 좋은 시간을 갖지 못했다는 뜻일 겁니다.
사진이 많다는 말은 좋은 시간을 많이 가졌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현실치료(Realty Therapy)의 창시자 윌리엄 글라써는 마음속의 사진첩을 ‘Quality World’ 라고 불렀습니다. Quality World가 풍부한 사람은 늘 행복하고 그 추억으로 연결된 사람과의 관계가 풍성한 사람은 행복합니다.
그래서 카메라로 Quality World를 만드는 작업이 지혜로운 삶이라 할 수 있죠.
설날 가족사진과 집안 식구들 사진 --
저는 아들만 넷인 4형제의 막내입니다.
그러다 보니 명절마다 출석률 100%를 자랑합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출석률 100% 달성이 어려워졌습니다.
조카들이 성장하여 군대를 가거나 외국에 나가고, 또 어른들이 외국에 나가는 일이 있어서입니다.
출석률 100% 일 때 찍었던 가족사진은 첫째 아이가 돌 때쯤인데 벌써 18년 전입니다.
사진에는 둘째 아이 셋째 아이가 그려놓은 그림이 붙어 있습니다.
할아버지 할머니, 큰 아버지들과 언니, 오빠들은 다 있는데 자기들만 없다는 것이 못내 섭섭했던 모양입니다.
100% 출석하는 날 가족사진을 새로 찍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던 차 지난 설에 기회가 왔습니다.
외국에 나가있던 형수님과 조카도 기한을 채워 귀국했고 때마침 군 생활 중인 조카도 명절에 맞추어 휴가를 나왔습니다.
설날 오전, 세배와 형제들이 집안 차례를 지낸 후 집 마당에서 18명이 단체 사진을 찍었습니다.
사진관보다는 자연스럽게 우리가 살던 집을 배경으로 하자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습니다.
내친김에 찍은 집안 식구들 사진
사진 찍는 날 마당엔 웃음꽃이 피었는데, 그 소문이 다른 친척들에게까지 흘러 들어갔는지 자기네들도 사진을 찍어달라는 요청이 왔습니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마을 어귀로 모이게 되었는데 내친김에 집안 식구 전체 사진을 찍자는 의견이 그 자리에서 나와 전체 사진을 찍었습니다.
자그마치 50명이나 되었습니다.
저희 시골 마음은 원래 전주이 씨 집성촌이라 이 씨들이 마을 인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데 그동안 집안 식구 전체의 사진을 찍자는 제안을 누구도 한 일이 없었습니다.
마을 어귀를 점령하고 사진을 찍으니 다들 한핏줄이라는 연대감을 진하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날 저녁, 그 자리에는 없었지만 출가한 딸들이 있는 친척들이 고마움을 표현해 왔습니다.
그날 찍은 사진을 컴퓨터를 통해 카카오 톡으로 보내주었더니 그것을 서로 전달했던 모양이었습니다.
고향에 오고 싶어도 못 오는 분들은 그 사진을 보면서 부모님 얼굴도 뵙고 다른 친척들 얼굴을 볼 수 있어 좋았던 모양입니다.
마치 큰일을 해낸 것처럼 뿌듯한 마음마저 올라옵니다.
그 사진을 크게 확대해서 저희 시골집에 걸어드렸습니다.
울 형제들 3대 사진과 집안 친척들 3대 사진을 나란히 바라보시는 아버지는 내내 흐뭇한 표정이었습니다.
아예 매년 고정 행사로 만들 생각입니다.
해가 바뀔 때마다 찍은 사진은 집안의 역사를 그대로 간직할 테니까요.
행복은 자신의 뿌리를 아는 데서 시작된다.
그날 사진을 찍은 사람들은 아버지의 사촌형제들 후손들입니다.
아버지의 사촌형제들이란 말은 제 할아버지의 형제들이고, 할아버지의 아버지는 한 분, 그러니까 지금 세대보다 5세대 위엔 한 분으로 시작된 자손들이란 뜻입니다.
그러고 보니 그저 막연한 의무이거나 그동안 해 온 일 때문에 만났던 집안 식구들이었지만 막상 족보를 따져서 확인해 보니 불과 몇 대 이전에 한 조상이었습니다.
엄청 가까운 사이라는 것을 새삼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내친김에 다음 명절에는 지금 현재 집안의 가장 큰 어른이신 아버지께 부탁을 드려서 3대가 모인 자리에서 집안 족보에 대한 특강을 하도록 해야겠습니다.
자신이 누군지를 알아야 자신에게 부여된 ‘사명’ ‘소명’ 같은 것을 갖게 될 테니까요.
넷향기 가족 여러분들께서도 오는 명절에 가족사진, 집안 전체 사진 찍어 보는 것 어떻겠습니까?
아마 그날은 집안의 어르신들 얼굴에 피는 흐뭇한 미소를 많이 보시게 될 겁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