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4.07.04 18:54
“박근혜 대통령이 ‘고자질 외교’를 재개할 가능성이 있다”
한·중 정상회담이 열린 3일, 일본 극우 산케이(産經)신문은 또 다시 박근혜 대통령의 외교를 ‘고자질 외교’라고 폄훼했다. ‘고자질 외교’는 박 대통령이 작년 5월 한·미 정상회담, 11월 한·EU 정상회담 등에서 “한·일 정상회담 이전에 일본 지도자들이 올바른 역사 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언급한 것을 두고 일본 정치인들과 언론이 지어낸 말이다.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전 일본 총리가 올 초 마이니치(每日)신문 인터뷰에서 박 대통령의 외교를 두고 “여학생의 고자질 같다”는 성차별적 발언을 해 파문이 일기도 했다.
당초 일본 정부와 언론은 이번 한국과 중국 간 정상회담을 앞두고 자국의 역사 인식 문제에 대해 두 나라가 강도 높게 비판할 지 촉각을 곤두세워왔다. 그들의 우려와 달리, 양국 정상 공동 기자회견이나 정상회담 공동 선언문에는 ‘일본’이 거론되지 않았다. 그러자 산케이가 이번에는 ‘세월호’를 끄집어냈다.
산케이는 4일자 신문에서 “박 대통령은 중국 중시의 자세를 내세우고 특히 중국과의 경제 협력 강화를 정권의 실적으로 삼으려 하고 있다”며 “4월에 발생한 여객선 침몰 사고(세월호 사고)에 대한 대응 등으로 높아진 국민적 불만을 외교 성과를 달성하는 것으로 불식시키려는 생각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한·중 정상회담을 성사시킨 박 대통령에 대해 연일 인신 공격에 가까운 비난을 거듭하고 있는 것이다. 산케이는 이번 정상회담을 “일중, 일한 정상회담이 사실상 중단된 가운데 한국과 중국이 밀월을 일부러 과시한 형태”라고 평가하며 “시 주석이 한국을 끌어들여 미국 주도로 형성돼 있는 ‘대(對) 중국 포위망’을 무너뜨리려 한다”고도 전했다.
발행 부수가 1000만부가 넘는 최대 신문 요미우리(讀賣)는 양국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 관련 자료’의 공동 연구를 진행키로 한 데 대해 이날 “중국이 주도해 온 ‘반일 공동투쟁’에 박근혜 대통령이 응한 형태”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공동성명에서 양국이 최근 시 주석이 내세운 ‘새로운 아시아 안보관’을 직접 언급하지 않은 것을 두고는 “박 대통령이 미국과의 동맹을 중시하는 입장에서 거리를 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일본 언론들은 대체로 한국에 대한 중국의 ‘구애(求愛)’를 경계하면서도 이번 한중 정상회담에서 일본의 역사 인식 문제가 거론되지 않은 점을 비중 있게 다뤘다. 아사히(朝日)신문은 이번 한중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일본에 관한 직접적 언급이 빠진 것은 “한국이 배려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아사히는 또 “중국이 여러 면에서 한국을 포섭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며 “일본, 미국, 한국 간 협력에 쐐기를 박으려는 것이 중국 생각이고, 한국은 장기적 대북 전략에 관해 중국 협력을 얻어야 하는 상황”이라고도 전했다. 다만 역사 문제에 관해서는 “중국이 한국을 끌어들여 일본을 견제하려 하고 있으나 한국은 이 때문에 미국으로부터 불신을 살 것을 우려해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