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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꿈꾸던 부부, 8년만에 원수가 되다/ 조선일보

鶴山 徐 仁 2014. 1. 31. 08:52
  • 정신과의사 박성덕의 달콤살벌한 부부 이야기① 이 카테고리의 다른 기사보기

    행복을 꿈꾸던 부부, 8년만에 원수가 되다

  •                박성덕
    연리지가족부부연구소장
    E-mail : sdpnp@hanmail.net
    연리지가족부부연구소 소장과 사랑정신건강의학과 원장이다. 미국 뉴..
     

 

입력 : 2013.11.15 05:35

 

 

로펌 변호사 남편과 내과의사 아내

행복을 꿈꾸며 시작한 생활이었다. 8년 만에 원수가 되어서 살게 될 줄 누가 알았으랴? 마주치기 싫어서 아내는 안방에서 생활하고 있고, 남편은 거실을 차지하고 있다. 간단한 의사소통은 문자로 하고 있다. 그것도 급히 필요한 돈 문제가 아니면 문자를 보낼 일도 없다. 명절에도 남편은 시댁, 아내는 친정을 찾아간다. 결혼했지만 부부로서의 삶은 깨지고 아들, 딸, 그리고 아버지, 어머니의 기능만 간신히 하고 있다. 부부의 삶이 깨지면 부모에게는 불효이며, 자녀에게는 상처가 된다. 결혼한 자녀의 가장 큰 효도는 부모님께 행복한 결혼 생활을 보여주는 것 아닐까? 그리고 아빠가 엄마를 사랑하고, 엄마가 아빠를 존경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자녀에게 훌륭한 아빠, 엄마임에 틀림없다. 자녀에게 소중한 엄마를 멀리하는 아빠, 아빠를 비난하는 엄마는 좋은 부모가 아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일류대학을 나와서 남편은 사시에 합격하여 지금 로펌에서 근무하고 있다. 아내는 의대를 졸업하여 내과 의사로 개업하였다. 공부를 잘해서 어릴 때부터 칭찬을 받아온 두 사람이 ‘결혼 생활도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머리 좋다는 말을 들어서 삶의 무슨 문제가 생기면 쉽게 풀어낼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큰 어려움 없이 변호사가 되고 의사가 되었다. 두 사람의 만남과 결혼은 주변사람에게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4년 연애 기간 동안에도 서로 사랑했고 힘이 되어 주었다. 양가 부모님은 사위와 며느리가 될 사람을 결혼 전부터 아껴주었다. 부모님들도 서로 가깝게 지내던 사이였다. 하지만 결혼 생활을 위해서 배움이 있어야 하고 가정의 행복은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지켜진다는 사실을 몰랐다. 결혼 생활을 풀어내기란 의사, 변호사가 되는 것과는 다른 것이었다.

맞벌이부부가 늘면서 '아내의 귀가시각'이나 '남편의 가사분담' 때문에 불화가 빈번하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내용과 관련이 없음./조선일보DB
     맞벌이부부가 늘면서 '아내의 귀가시각'이나 '남편의 가사분담' 때문에 불화가 빈번하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내용과 관련이 없음./조선일보DB
 

 

사랑과 결혼


이제 양가 부모님도 원수가 되어버렸다. 처가에서는 사위가 귀한 딸을 데려가서 아무 것도 도와주지 않고 시집살이를 시킨다고 화가 나있다. 지금 딸은 친정에 와서 지낸지가 3개월이 넘었다. 그런데도 사위가 전화 한통하지 않는다. 한심하게 자식을 키운 시부모가 원망스럽다. 가정적이었던 장인은 집에 오면 손 하나 까딱하지 않은 사위를 이해할 수 없다. 딸도 병원에서 일한다고 퇴근이 늦기는 마찬가지인데 사위가 요즘 젊은이 같지 않고 가부장적이라 딸이 안쓰럽다. 신혼 초에 부부 싸움을 하고 사위가 전화 걸어서 "화만 내고 가사일도 하지 않는 따님을 데리고 가시라"는 말을 했다. 그때 이혼을 시켰어야 했었다는 후회가 밀려온다.

시댁에서는 돈 좀 번다고 귀한 아들을 무시하는 며느리가 못마땅하다. 신혼 초부터 시댁 모임을 썩 내켜하지 않는 눈치더니 아예 왕래하지 않은지 1년이 지났다. 딸 교육을 제대로 시키지 못한 사돈이 원망스럽다. 시어머니는 강한 시아버지를 묵묵히 참고 보필을 했는데 며느리는 시아버지보다 착한 아들에 대해서 전혀 그런 인내가 없다. 남편에게 화나면 늦은 밤에도 시어머니에게 전화한다. 남편이 사회 생활하다보면 늦게 까지 술도 마실 수 있는데 그것 하나 이해하지 못하는 며느리가 아들 장래를 망치는 것 같다. 그래서 이혼하는 편이 낫겠다는 생각이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더 커져 간다.

불화로 부부는 남남이 되고

사랑이라는 감정이 찾아온다. 첫사랑에 상처를 입은 여자가 사랑하지 않겠다고 결심했지만 어느새 두 번째 사랑이 밀려온다. 사랑에 빠지면 마약에 취한 사람마냥 황홀하고 늘 가까이 두고 싶다. 세상의 모든 시간과 사건들이 자신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 같다. 심지어 모든 유행가 가사가 두 사람을 위해서 만들어진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어느 유행가 가사처럼 ‘보고 있어도 보고 싶다.’ 잠을 자지 않아도 졸리지 않는다. 잠이 많아서 시험 시간에 지각하던 남자도 벌떡벌떡 일어나서 새벽 5시 차를 놓치지 않고 그녀의 집 앞으로 달려간다. 사랑은 이렇게 모든 사람에게 찾아오게 된다. 누군가와 한 번도 사랑을 해보지 않고 죽는 사람이 있을까? 사랑은 내가 멀리하고 싶어도 어느 틈에 내 의지하고 상관없이 찾아온다. 달콤한 사랑은 모든 사람의 가슴으로 어느 순간 밀려와서 자리 잡고 사랑의 열병을 앓게 만든다.

부부가 결혼하면, 불화가 찾아온다. 착한 사람도, 악한 사람도 부부 불화를 겪는다. 시골과 도시 출신 구분 없이 불화는 찾아오게 된다. 훌륭한 부모 밑에서 자란 자녀도, 부모의 심한 갈등을 지켜본 자녀도 결혼하면 불화를 겪게 되어 있다. 경제적으로 넉넉한 부부도, 소위 권력을 갖고 있는 사람에게도 부부 갈등은 피할 수 없다. 상담을 하는 사람도 배우자와 소통이 안된다면 부부치료를 받으러 온다. 다른 사람에게 친절하다는 평가를 받는 사람도, 법 없이 살 사람이라는 평판을 듣는 사람도 불화를 겪는다. 화려한 인생을 살고 있을 법한 연예인도 마찬가지다. 결혼한 법률가도 결혼 생활을 무법천지를 만들 수 있고, 교육을 많이 받은 박사도 아주 무식하게 살 수 있다. 정신과 의사도 정신적으로 피폐한 결혼 생활을 할 수 있다. 유학을 가서 선진화된 문화를 경험한 부부도 불화에서 벗어 날 수 없다. 모든 부부가 예외 없이 겪는 것이 불화이고 살벌한 부부 싸움이다. 불화를 겪는 기간과 강도, 불화로 인한 결과만 다를 뿐 결혼한 부부는 예외 없이 겪어야 하는 통과의례다. 사랑과 불화는 그렇게 사람에게 찾아온다.

불화는 결혼한 부부가 예외없이 겪어야 하는 통과의례

정신과 전문의인 저자도 사랑해서 결혼했던 아내와 심각한 갈등을 겪었다. 우리 부부 갈등을 깨닫고 해결해 가면서 정신과 의사보다 부부치료를 공부하기로 결심하게 되었다. 부부치료가 내게 사명처럼 느껴진 적이 있었다. 나름 열심히 가정과 병원 일을 돌본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틈에 우리 부부도 불화라는 깊은 수렁에 빠져 있었다. 그때 생각하게 되었다. 부부 불화는 혼수다! 성숙해서 결혼하는 것이 아니라 결혼 후에도 성숙을 향해서 노력해야 한다. 성숙한 남편과 아내라면 배우자가 실수를 하고 화를 내더라도 웃으면서 받아 줄 수 있을 것이고 심각한 갈등을 겪지 않아도 될 것이다. 불화가 혼수라는 사실! 아직 덜 성숙한 남자와 여자가 결혼할 때 이미 불화를 혼수로 챙겨 간다. 부부 불화는 결혼 전에 이미 결정된 것이다. 불화를 극복하면서 성숙해지는 것이 결혼의 과정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결혼 십년 만에 나도 아내도 지쳐 있었다. 정신과 전문의인 저자도 아내와의 대화는 어려웠다. 다른 환자들은 대화로 도와 줄 수 있었는데 아내와는 사소한 마찰이 생겨도 극복하기 어려워졌다. 그래서 시작한 공부가 바로 부부치료였다. 아버지학교도 가게 되었다. 가끔 부부치료를 공부하지 않았으면 우리 부부가 어떻게 되었을지 생각하면 아찔하다. 이혼을 했거나 아니면 불화의 깊은 늪에서 불행한 결혼 생활을 하지 않았을까? 부부치료를 공부한 것이 우리 부부와 가족에게 가장 큰 유익이 되었다.

아내와의 불화 후 정신과 의사에서 부부치료사로

아내는 나랑 살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남편이 정신과 전문의라 좋겠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고 한다. 그때마다 아내는 웃으면서도 속으로는 ‘당신이 한번 살아보시오.’ 하는 심정이었단다.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을 자신에게 적용하지 않으면 문제가 생긴다. 가장 가까운 사람을 판단하는 도구가 되면 오히려 독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제 아무리 똑똑한 학자에 천재라도, 부부끼리는 몰라서, 모르고 주는 상처가 많다. 몰라서 주는 상처는 상대방에게 더 심각한 상처를 입히고 만다. 아내가 옆에서 아무리 우울하다고 말해도 나는 속으로 ‘배부르고 할 일 없으니 우울하지’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기곤 했다. 위로는커녕 아물지도 않은 상처 위에 더 깊은 상처를 내고 있었다.

아내는 단지 나와 함께하고 싶었던 것이다. 나에게 인정받고 싶고, 나에게 소중한 사람이 바로 자신이길 바랐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열심히 사는 모습을 존중해주고 가장으로서 애쓰는 모습에 만족하며 살아주기를 바랐다. 우리는 서로에게 원하는 것이 많았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서로를 자극하고 상처를 주었다.

부부치료를 공부해야 되겠다고 생각한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 나는 특별한 사람이 아니다. 내 일에 충실하고, 가장으로서의 도리를 다해서 행복한 가정을 꾸리겠다는 마음을 가진 평범한 남편, 평범한 남자일 뿐이다. 그런데 내가 직접 불화를 겪고 나니 부부 불화는 대부분의 가정이 겪는 현실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불화 겪지 않고 행복해지는 부부 없다

나도 결혼하면 행복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랬기 때문에 아내와 갈등을 겪었을 때면 ‘내가 불행한 결혼을 한 것은 아닌가?’ 하는 고민을 하며 밤을 새웠다. 누구에게도 들어본 적은 없지만, 지나고 보니 부부 간의 불화는 결혼생활의 필수 과정이었다. 불화를 겪지 않고 부부가 행복해지는 경우는 드물다. 아니,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때 알았더라면 회복은 더 쉬웠을 것이다.

사랑이 그렇듯 불화도 어느 틈에 찾아온다. 그래서 사랑해서 행복만을 바랐던 결혼이 불행으로 종결되는 경우를 얼마나 많이 볼 수 있는가! 하지만 불화의 결과는 너무나 다양하다. 이혼으로 갈라선다. 아니면 별거나 각방 살이를 선택하여 자신의 영역에 배우자가 침범하지 못하게 한다. 부부라는 사회적 틀만 유지하고 살아가는 가면 부부도 있다. 감정은 배제한 채 자식만을 위해서 사는 부부도 있다. 배우자에게 잡혀서 꼼짝하지 못하고 사는 관계도 있다. 배우자의 보복이 두려워 가정을 유지하는 부부도 있다.

부부 불화가 모두 이렇게 불행으로 끝난다면 결혼 제도가 잘못이 아니겠는가? 갈등을 극복하고 아름다운 가족이야기를 다시 써가는 부부가 많고 그래서 가정에 희망이 있다. 앞으로 저자는 부부의 사랑과 전쟁, 회복이라는 이야기를 알리고 싶다. 부부이기 때문에 그들이 겪는 살벌한 이야기와 그들의 달콤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부부만이 느낄 수 있는 아픔을 이해하며, 행복을 공부하며 찾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