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삼성전자 없는 한국 경제'에도 대비해야
입력 : 2014.01.08 03:04
삼성전자의 실적 부진은 주력 제품인 스마트폰이 성장의 한계에 부딪히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유럽을 비롯한 선진국의 고가(高價) 스마트폰 시장은 거의 포화 상태다. 여기다 소니·LG·화웨이 같은 후발 업체들이 삼성전자와 비슷한 품질의 스마트폰을 쏟아내면서 삼성의 시장 지배력을 위협하고 있다. 스마트폰 이후 삼성전자를 이끌어갈 미래 사업이 보이지 않는 것도 문제다. 삼성전자는 2010년부터 태양전지, 자동차용전지, 발광다이오드(LED), 의료 기기, 바이오 사업에 투자를 크게 늘려 왔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회사 이익의 66%를 차지하고 있는 스마트폰 사업이 부진해지면 곧바로 삼성전자는 물론 그룹 전체 실적이 휘청거리게 된다.
삼성전자의 실적 발표에도 불구하고 증시는 7일 소폭 오름세를 보였다. 삼성전자 주가도 전날보다 3000원 내리는 데 그쳤다. 작년 말부터 삼성전자 실적 부진이 예상돼 이미 주가에 반영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며칠간 국내 증시의 최대 이슈가 '삼성전자 쇼크'였다는 사실은 우리 경제의 구조적 허약 체질을 다시 한 번 드러낸 사례다. 국내 매출액 상위 10대 기업에서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매출 35%, 영업이익 63%에 이른다. 삼성전자를 빼면 우리 경제가 작년에 마이너스 성장을 했을 것이라고 할 만큼 나라 경제에서 차지하는 삼성전자의 비중이 크다.
국가 경제가 특정 상품이나 한두 개 업종의 실적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해서는 나라의 미래가 어두울 수밖에 없다. 핀란드에서 한때 수출의 25%, 연구·개발(R&D) 투자의 35%, 법인세 세수(稅收)의 23%를 차지했던 노키아는 애플과 삼성전자의 공세에 무너져 마이크로소프트에 넘어갔다. 노키아가 몰락하면서 핀란드는 성장률이 추락하고 실업률이 뛰어오르는 어려움을 겪었다.
스마트폰 이후를 설계하고 대비하는 일은 삼성전자의 몫이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최악의 상황에 처하면 우리 경제에 어떤 파장을 몰고 올 것인가에 대비하는 일은 정부가 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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