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개발 5개년 계획의 주역들은 박근혜 대통령이 제시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국민에게 명백한 비전과 방향을 제시함으로써 우리 경제가 정체에서 벗어나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다. 그러나 구체적인 전략과 액션플랜(행동계획)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민적 합의 기반이 없으면 단발로 끝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5개년 계획의 입안과 실행에 참여했던 6명(나이순)의 인터뷰를 통해 3개년 계획이 성공하기 위한 조건을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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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원철 청와대 경제수석(재임기간 1971~79)
5개년 계획의 성공 비결은 ‘임팩트 폴리시(Impact Policy)’, 다시 말해 정책의 선택과 집중이었다. 그땐 중화학공업 육성이라는 정책목표에 역량을 집중했다. 그렇게 목표를 세운 뒤 해당 산업들을 육성하기 위해 만든 시스템이 바로 5개년 계획이다. 100% 공학시스템에 근거해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우리나라 산업 형태를 구성했다. 시스템이라는 게 덮어놓고 정책을 나열하는 게 아니다. 예를 들어 당시 농업 혁신이라는 목표가 있었다. 이 목표를 위해 생각해 낸 것이 비료 국산화이고, 그 결과로 국내에서 복합비료 공장이 탄생했다. 5개년 계획이 없었다면 질 좋은 복합비료가 그렇게 빨리 국산화될 수 없었다. 3개년 계획도 마찬가지다. 정책을 펴기에 앞서 우리나라가 어떤 나라가 돼야 하는지를 먼저 구상해야 한다. 그 다음에 시스템을 잘 만들면 된다. 우선 장기 목표와 중기 목표를 세운 뒤 마지막으로 3개년 계획을 짜야 한다.
◆이승윤 재무부 장관(1980~81)
5개년 계획이 빈곤의 악순환 타파를 통한 절대적 빈곤으로부터의 탈피였다면, 이번은 상대적 빈곤 탈출을 위한 부(富)의 선순환 구조 창출이 목적이다. 정책실현 수단도 다르다. 이번 정책은 정부주도형이 아니라 규제혁신을 통한 민간주도형이다. 따라서 제조업 대신 고용창출 효과가 큰 서비스산업의 규제개혁을 통해 중산층·저소득층 일자리 창출과 소득증대를 추구해야 한다. 3개년 계획은 지속가능한 경제 달성을 위한 마지막 기회라는 의미도 있다. 제3의 경제혁명이라는 각오로 임해야 한다. 제1 혁명은 절대빈곤의 타파였다. 개발연대에 배태된 부작용과 물가상승의 심리를 꺾은 것이 제2 혁명이라고 볼 수 있다. 이번 제3의 혁명에 실패하면 낙오된 국가로의 전락을 피하기 어렵다. 실현 가능성을 높이려면 정치권과 기득권 세력을 설득하고 국민 공감대를 획득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각규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장관(1991~93)
근래 정권은 모두 경제 정책을 그때그때 대증요법식으로 펼쳐 문제가 됐다. 그런 측면에서 현 정부의 3개년 계획은 발상의 전환이다. 한번 그런 계획을 세워볼 만한 때가 됐다. 박근혜 대통령은 과거 20년간의 5개년 계획을 잘 안다. 이 때문에 장기 경제구상의 필요성을 느껴 이번 대책을 내놨을 거라 본다. 3개년 계획이 성공하려면 장기 비전이 있어야 한다. 아무리 급해도 멀리 보고 갈 필요가 있다. 또 하나 5개년 계획에서 명칭·기간만 바꾼 형태가 돼서는 안 된다. 5개년 계획은 개발연대 시대에 정부가 주도해 만든 민간투자 지침이었다. 하지만 자유시장 체제가 강화되면서 한계를 드러냈다. 3개년 계획은 민간 기업의 애로를 들어주고, 정부 경제정책을 이해하도록 소통해야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사공일 재무부 장관(1987~88)
단기 대응만 하다 보면 5년이 후딱 간다. 그런 측면에서 집권 2년차인 현 정부가 3개년 계획을 세운 것은 굉장히 옳은 방향이다. 성장잠재력과 고용률 제고라는 목표를 위해 정권을 마칠 때까지 연차별로 각 부처의 계획을 정해놓고 실천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사실 명칭은 3개년 계획이지만 3개년 실천구상에 더 가까웠으면 좋겠다. 거시지표 중심의 계획보다는 구체적인 규제개혁과 경제활성화 계획을 연도별로 잘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얘기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이 규제개혁 장관회의를 주재하기로 한 건 잘한 일이다. 창조경제란 결국 조셉 슘페터가 말한 ‘창조적 파괴’다. 불필요한 규제를 없애야 창조를 할 수 있다. 이와 함께 법·제도의 투명한 집행, 여성인력의 활용, 투자여건 개선도 중요하다. 이 모든 것이 3년간 잘 이뤄지면 잠재성장률 4%와 고용률 70% 달성이 가능하다.
◆강봉균 재정경제부 장관(1999~2000)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은 정부가 민간기업의 투자 방향을 잡아주고 수출의욕을 고취하면서, 국민 각 계층의 합의를 이끌어냈기에 가능했다. 그러나 지금은 민간 기업 주도로 성장 주도세력이 교체됐고, 노사 간, 세대 간 갈등이 심각하다. 따라서 ‘나를 따르라’는 방식이 아니라 ‘경제혁신을 위해 서로 변화하자’는 국민통합 지향이어야 한다. 무엇보다 기업과 노조를 포함한 각 경제주체가 혁신에 적극 동참하는 계기가 있어야 한다. 정부가 제시할 혁신 방안을 2월까지 급조해선 성공하기 어렵다. 적어도 6개월 정도의 국민 토론기간을 거친 합의 도출이 전제돼야 한다. 5개년 계획은 1년반 넘게 분야별·계층별 토론 과정이 있었다. 과제별·분야별 ‘민관 공동위원회’를 만들어 추진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 성공 요인은 성장잠재력의 3대 요소인 노동공급·투자활성화·기술혁신의 애로 타개책을 행동계획으로 만드는 것이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2009~2011)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은 정부가 주도했던 국가자본주의 경제체제다. 그러나 이제는 시장경제와 글로벌 경제로 진입한 지 오래 됐다. 이번 계획은 현 정부가 실제로 일을 할 수 있는 3년간 역량을 집중한다는 점도 차이점이다. 5개년이 장기간 전 분야에 걸쳐 추진했다는 점과 달리 이번 계획은 공공개혁·창조경제·규제완화 정도에 국한된 이유다. 그런데도 매우 걱정스럽다. 지금 제시되는 과제들은 역대 정부에서 계속 해와도 진척이 안 되고 있는 것들이어서다. 경제·사회체제의 구조개혁과 연결돼 있어 이해관계자 설득이 어렵다. 철도파업이나 의료산업 반발에서 보듯이 개혁은 혁명보다 어렵다. 3년에는 절대 성과를 볼 수 없다. 서비스시장 개혁과 공공개혁은 30년이 가야 할지 모른다. 그걸 추진할 초석만 놓아도 잘했다는 소리를 들을 것이다.
세종=김동호·이태경 기자
◆오원철 청와대 경제수석(재임기간 1971~79)
5개년 계획의 성공 비결은 ‘임팩트 폴리시(Impact Policy)’, 다시 말해 정책의 선택과 집중이었다. 그땐 중화학공업 육성이라는 정책목표에 역량을 집중했다. 그렇게 목표를 세운 뒤 해당 산업들을 육성하기 위해 만든 시스템이 바로 5개년 계획이다. 100% 공학시스템에 근거해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우리나라 산업 형태를 구성했다. 시스템이라는 게 덮어놓고 정책을 나열하는 게 아니다. 예를 들어 당시 농업 혁신이라는 목표가 있었다. 이 목표를 위해 생각해 낸 것이 비료 국산화이고, 그 결과로 국내에서 복합비료 공장이 탄생했다. 5개년 계획이 없었다면 질 좋은 복합비료가 그렇게 빨리 국산화될 수 없었다. 3개년 계획도 마찬가지다. 정책을 펴기에 앞서 우리나라가 어떤 나라가 돼야 하는지를 먼저 구상해야 한다. 그 다음에 시스템을 잘 만들면 된다. 우선 장기 목표와 중기 목표를 세운 뒤 마지막으로 3개년 계획을 짜야 한다.
◆이승윤 재무부 장관(1980~81)
5개년 계획이 빈곤의 악순환 타파를 통한 절대적 빈곤으로부터의 탈피였다면, 이번은 상대적 빈곤 탈출을 위한 부(富)의 선순환 구조 창출이 목적이다. 정책실현 수단도 다르다. 이번 정책은 정부주도형이 아니라 규제혁신을 통한 민간주도형이다. 따라서 제조업 대신 고용창출 효과가 큰 서비스산업의 규제개혁을 통해 중산층·저소득층 일자리 창출과 소득증대를 추구해야 한다. 3개년 계획은 지속가능한 경제 달성을 위한 마지막 기회라는 의미도 있다. 제3의 경제혁명이라는 각오로 임해야 한다. 제1 혁명은 절대빈곤의 타파였다. 개발연대에 배태된 부작용과 물가상승의 심리를 꺾은 것이 제2 혁명이라고 볼 수 있다. 이번 제3의 혁명에 실패하면 낙오된 국가로의 전락을 피하기 어렵다. 실현 가능성을 높이려면 정치권과 기득권 세력을 설득하고 국민 공감대를 획득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각규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장관(1991~93)
근래 정권은 모두 경제 정책을 그때그때 대증요법식으로 펼쳐 문제가 됐다. 그런 측면에서 현 정부의 3개년 계획은 발상의 전환이다. 한번 그런 계획을 세워볼 만한 때가 됐다. 박근혜 대통령은 과거 20년간의 5개년 계획을 잘 안다. 이 때문에 장기 경제구상의 필요성을 느껴 이번 대책을 내놨을 거라 본다. 3개년 계획이 성공하려면 장기 비전이 있어야 한다. 아무리 급해도 멀리 보고 갈 필요가 있다. 또 하나 5개년 계획에서 명칭·기간만 바꾼 형태가 돼서는 안 된다. 5개년 계획은 개발연대 시대에 정부가 주도해 만든 민간투자 지침이었다. 하지만 자유시장 체제가 강화되면서 한계를 드러냈다. 3개년 계획은 민간 기업의 애로를 들어주고, 정부 경제정책을 이해하도록 소통해야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사공일 재무부 장관(1987~88)
단기 대응만 하다 보면 5년이 후딱 간다. 그런 측면에서 집권 2년차인 현 정부가 3개년 계획을 세운 것은 굉장히 옳은 방향이다. 성장잠재력과 고용률 제고라는 목표를 위해 정권을 마칠 때까지 연차별로 각 부처의 계획을 정해놓고 실천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사실 명칭은 3개년 계획이지만 3개년 실천구상에 더 가까웠으면 좋겠다. 거시지표 중심의 계획보다는 구체적인 규제개혁과 경제활성화 계획을 연도별로 잘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얘기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이 규제개혁 장관회의를 주재하기로 한 건 잘한 일이다. 창조경제란 결국 조셉 슘페터가 말한 ‘창조적 파괴’다. 불필요한 규제를 없애야 창조를 할 수 있다. 이와 함께 법·제도의 투명한 집행, 여성인력의 활용, 투자여건 개선도 중요하다. 이 모든 것이 3년간 잘 이뤄지면 잠재성장률 4%와 고용률 70% 달성이 가능하다.
◆강봉균 재정경제부 장관(1999~2000)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은 정부가 민간기업의 투자 방향을 잡아주고 수출의욕을 고취하면서, 국민 각 계층의 합의를 이끌어냈기에 가능했다. 그러나 지금은 민간 기업 주도로 성장 주도세력이 교체됐고, 노사 간, 세대 간 갈등이 심각하다. 따라서 ‘나를 따르라’는 방식이 아니라 ‘경제혁신을 위해 서로 변화하자’는 국민통합 지향이어야 한다. 무엇보다 기업과 노조를 포함한 각 경제주체가 혁신에 적극 동참하는 계기가 있어야 한다. 정부가 제시할 혁신 방안을 2월까지 급조해선 성공하기 어렵다. 적어도 6개월 정도의 국민 토론기간을 거친 합의 도출이 전제돼야 한다. 5개년 계획은 1년반 넘게 분야별·계층별 토론 과정이 있었다. 과제별·분야별 ‘민관 공동위원회’를 만들어 추진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 성공 요인은 성장잠재력의 3대 요소인 노동공급·투자활성화·기술혁신의 애로 타개책을 행동계획으로 만드는 것이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2009~2011)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은 정부가 주도했던 국가자본주의 경제체제다. 그러나 이제는 시장경제와 글로벌 경제로 진입한 지 오래 됐다. 이번 계획은 현 정부가 실제로 일을 할 수 있는 3년간 역량을 집중한다는 점도 차이점이다. 5개년이 장기간 전 분야에 걸쳐 추진했다는 점과 달리 이번 계획은 공공개혁·창조경제·규제완화 정도에 국한된 이유다. 그런데도 매우 걱정스럽다. 지금 제시되는 과제들은 역대 정부에서 계속 해와도 진척이 안 되고 있는 것들이어서다. 경제·사회체제의 구조개혁과 연결돼 있어 이해관계자 설득이 어렵다. 철도파업이나 의료산업 반발에서 보듯이 개혁은 혁명보다 어렵다. 3년에는 절대 성과를 볼 수 없다. 서비스시장 개혁과 공공개혁은 30년이 가야 할지 모른다. 그걸 추진할 초석만 놓아도 잘했다는 소리를 들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