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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조선] 이어도 사태로 다시 주목받은 제주해군기지

鶴山 徐 仁 2013. 12. 15. 12:55

[주간조선] 이어도 사태로 다시 주목받은 제주해군기지

  • 서귀포= 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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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3.12.13 15:37 | 수정 : 2013.12.14 17:07

    이어도 해역 방어에 결정적 역할
    공정률 40%
    반대파선 예산삭감 시위

    
	제주 서귀포시 강정마을 제주해군기지 항만 방파제 공사현장. 해상오염을 방지하기 위한 오탁방지망이 쳐져 있다. /사진= 허재성 영상미디어 객원기자
    제주 서귀포시 강정마을 제주해군기지 항만 방파제 공사현장. 해상오염을 방지하기 위한 오탁방지망이 쳐져 있다. /사진= 허재성 영상미디어 객원기자
    지난 12월 11일 제주국제공항에서 1시간 차를 달려 서귀포시 강정동 일대 제주해군기지 건설 현장에 도착했다. 기지건설 반대투쟁으로 점철된 현장, 기자는 이곳 취재가 처음이다. 강정마을의 입구인 강정교(橋)에는 대나무 장대에 매단 ‘해군기지 결사반대’ ‘No Naval Base(해군기지 반대)’라고 적힌 노란 깃발 수십 개가 펄럭이고 있었다.

    강정교 너머부터 시작되는 공사 현장을 둘러싼 높이 6m 현장 가림막은 한 군데도 성한 곳이 없었다. 반대 시위대가 걸어둔 현수막은 덕지덕지 내걸려 있었다. 해군기지 공사 현장으로 들어가는 주 출입구의 이름도 ‘통곡의 문’이다. 해군 측에서 붙인 이름은 아니다. 기지건설 반대 시위대들이 정문 입구에 스프레이 페인트로 ‘구럼비야 사랑해’란 글과 함께 갈겨쓴 이름이다.

     기자와 동행한 해군본부 서울공보팀의 최태복 대령은 “2011년 2월에 본격적으로 공사를 시작한 이후 현장을 언론에 대대적으로 공개한 기억은 없다. 주간조선이 처음인 것 같다”고 했다. 공사는 당초 2010년 1월 착공 예정이었으나 일부 시위대의 거친 반대로 1년 정도 지연됐다.

     ‘통곡의 문’을 통과하자 49만㎡에 달하는 제주해군기지 부지가 위용을 드러냈다. 항만부는 부산의 해군작전사령부와 비슷한 규모라고 했다. 바다 쪽으로 남(南)방파제와 서(西)방파제가 보였다. 거의 윤곽이 다 드러났다. 길이 1496m에 달하는 남방파제와 서방파제는 해군기지의 핵심시설이다. 기지 내 크고 작은 함정들을 높은 파도로부터 지켜내게 된다. 해군기지 부지 위에는 방파제 바깥쪽에서 거센 파도를 잘게 부수는 역할을 맡을 각종 삼발이 형태의 콘크리트 구조물이 헤아릴 수 없이 쌓여 있었다. 잠수함이 정박할 부두도 대략 윤곽을 잡아가고 있었다.

     공사 현장에는 사람은 잘 보이지 않고, 트럭과 크레인만 바쁘게 돌아갔다. 서방파제 앞에 버티고 선 겐트리크레인은 3000~4000t의 방파제 블록(케이슨)을 찍어내고 있었다. 케이슨은 아파트 10층 높이에 달하는 콘크리트 블록으로 방파제의 기초다. 해군기지사업단의 송진영 소령은 “케이슨은 아파트를 짓듯이 철근과 콘크리트를 연속타설공법으로 쌓아올려 만든다. 이를 수심 15~20미터 바닷물 속에 투하한 뒤 흙과 모래를 채워 가라앉힌다”고 설명했다.

     케이슨 한 개를 찍어 바닷물 속에 투하하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은 약 20일. 이보다 더 큰 최대 1만5000t의 대형 케이슨은 강정마을에서 차로 20분 떨어진 화순항(港)에서 배로 운반해 온다. 아파트 높이의 케이슨을 들어올려 2만t까지 적재가능한 바지선에 태워 현장까지 옮겨오는 데 걸리는 시간은 4시간. 방파제 조성에는 이 같은 블록 131개가 들어가는데 현재 75개까지 투하됐다. 송진영 소령은 “10층짜리 아파트 131개를 바닷물 속에 집어넣는 셈”이라고 했다.

     공사 현장에서 만난 부석종 해군기지사업단장(준장)은 “공정률이 39%”라고 말했다. 해군기지의 핵심인 항만의 공정률은 55%다. 공사가 진행돼 예정대로 2015년 말 완공되면 대소함정 20척이 드나들 수 있다. 육군의 여단에 해당하는 전단 3개가 들어가는 규모다. 육군의 사단에 해당하는 함대가 3개 전단으로 구성되는 만큼 사실상 제주해군기지는 대한민국 해군 제4함대의 모항(母港)이 되는 셈이다.
    
	[주간조선] 이어도 사태로 다시 주목받은 제주해군기지
     이어도 상공을 둘러싼 한·중·일 3국의 방공식별구역(ADIZ)이 중첩되면서 제주해군기지의 중요성이 재부각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는 측은 되레 내년도 제주해군기지 건설에 투입될 예산 3065억원의 전액 삭감을 외치고 나섰다.

     제주해군기지 건설에 줄곧 반대 목소리를 높여온 강정마을회를 비롯 제주 군사기지 저지와 평화의섬 실현을 위한 범도민대책위원회, 제주해군기지 건설 저지를 위한 전국대책회의는 지난 12월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검증 없이 예산 없다. 국회 부대조건 위배한 2014년 제주해군기지 예산은 전면 삭감되어야 한다’는 플래카드를 내건 채 상경 시위를 벌였다.

     반대 측은 기자회견에서 “국방부(해군)는 애초 ‘민군(民軍) 복합형 기항지’로 건설하라는 국회 부대조건을 위배하고 대형 군사기지 건설에 나섰다. 지난 정부는 제주해군기지를 15만t 크루즈선 2척이 동시 입출항할 수 있는 ‘민군복합 관광미항’으로 건설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지만 이는 군사기지에 부정적인 제주도민을 현혹하기 위한 대도민, 대국민 사기극에 불과하다”고 비난했다.

     해군기지사업단 관계자에 따르면, 기지건설 반대 측이 공사 현장 인근 철조망 너머에 교대로 상주하며 공사 현장을  24시간 감시하고 있다고 한다. 해군기지 건설 현장 철조망 너머에는 반대 시위자들이 머무르는 텐트도 보였다. 이들은 각종 꼬투리를 잡아 블로그와 트위터에 올려 여론전을 펴왔다. 또 관청과 의원실 등에 지속적으로 민원을 제기해 공사 진행을 늦춰왔다. 이에 해군기지 건설 현장에 상주하는 해군기지사업단 소속 37명과 삼성물산, 대림산업, 현대건설, 포스코건설 등 건설사 소속 작업인부 400여명은 극도의 신경을 써야 했다.

     해군기지사업단에 따르면 제주해군기지 건설 사업비는 모두 약 1조294억원. 국토교통부 예산으로 반영되는 크루즈선 전용 국제여객터미널 건설비 534억원은 제외된 금액이다. 건설 반대 시위대의 주장을 반영해 국회에서 내년도 해군기지 건설 예산이 삭감되면 추가적인 공기 지연이 불가피하다.

     지루한 찬반 논란이 이어지며 해군기지에 상주할 군인과 그 가족들이 입주할 해군아파트는 부지조차 정하지 못하고 있다. 해군기지 배후에 들어설 600가구 규모의 해군아파트는 7000여명이 입주할 예정으로 침체된 강정마을 경제를 활성화하고 학생 수가 줄어 폐교 직전의 강정초등학교를 되살릴 핵심시설로 여겨졌다. 하지만 반대가 이어지자 해군 일각에서는 “차라리 생활기반이 좋은 서귀포 시내로 들어가자”는 볼멘소리까지 나온다.

     최태복 해군본부 서울공보팀장(대령)은 “방공식별구역 문제로 제주해군기지의 필요성이 입증됐다”고 기자에게 강조했다. 제주해군기지는 이어도 해역 방어에 있어 결정적이다. 국방부 일각에서는 “해군기지뿐만 아니라 제주공군기지까지 필요한 상황”이란 말도 나온다.

     부산 해군작전사령부에서 이어도까지 거리는 507㎞, 배로 통상 23시간이 걸린다. 중국 동해함대의 모항인 저장성 닝보(寧波)에서 이어도까지는 398㎞이고 배로 18시간이 걸린다. 일본 해상자위대 함정이 있는 규슈 사세보(佐世保)에서는 450㎞, 21시간이 걸린다. 우리 해군 3함대가 주둔하고 있는 목포에서도 340㎞, 15.5시간이 걸린다. 제주해군기지가 예정대로 들어서면 강정 해군기지에서 이어도 해역까지는 거리는 176㎞, 시간은 8시간으로 획기적으로 줄어들게 된다.

     최태복 대령에 따르면, 제주해군기지는 국내 군항(軍港) 가운데 유일하게 태평양을 향해 곧장 열린 군항이다. 해군 작전사가 있는 부산이나 교육사가 있는 진해는 대마도 같은 자연 방파제가 있다. 3함대의 모항인 목포도 앞에 섬이 많아서 함정이 협수로를 빠져나와야 했다. 제주해군기지는 남방파제 동남쪽 입구만 열고 나가면 함정이 태평양으로 곧장 진격할 수 있다. 과거 해역방어, 연안방어 개념이 주축을 이룰 때는 ‘양항(良港)’, 즉 좋은 항만은 진해만(灣)처럼 움푹 들어간 항구였다. 하지만 인공위성과 레이더, 미사일의 발달로 양항의 의미는 많이 약해졌고 되레 곧장 바다로 나갈 수 있는 기동성이 더 중요해졌다. 인천에 있던 해군 2함대 사령부를 평택으로 옮기고, 진해에 있던 해군작전사령부를 부산으로 옮긴 것도 같은 맥락이다.

     
    
	[주간조선] 이어도 사태로 다시 주목받은 제주해군기지
    현재 기지 건설 반대 측은 “제주해군기지는 지정학적 위치상 한·미·일 해군협력의 전초기지로 이용돼 동북아 패권 경쟁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다. 동북아에서 미·일동맹과 중국과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어 제주해군기지가 미국이 일본과 더불어 중국을 견제하는 데 이용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동북아 해양의 군사화를 가속화해 불필요한 긴장관계를 유발할 수 있다”는 수세적 논리로 일관한다.

     태평양으로 곧장 열린 항구를 통해 크루즈선이 들어올 경우 관광 수입도 더 올릴 수도 있다. 크루즈선을 통해 제주로 입항하는 관광객은 매년 급증세다. 2011년 6만4000여명에서 2012년 14만여명, 올 10월 현재 35만1000여명으로까지 늘었다.

     현재 제주행 크루즈관광객은 2011년 제주도가 임시 방편으로 제주시 제주외항에 조성한 크루즈선 전용부두를 통해 드나든다. 하지만 제주외항에는 변변한 국제여객터미널조차 없다. 이날 찾아간 제주외항의 크루즈선용 국제여객터미널은 컨테이너를 이어붙여 임시로 조성한 가건물로 ‘국제’란 말을 붙이기 무색할 정도였다. 결국 지난 11월 26일에야 4만8237m² 부지에 402억원을 투입해 지상 2층, 연면적 9885m² 규모의 국제여객터미널 착공에 들어갔다. 새 국제여객터미널은 2015년 7월 완공 예정이다.

     제주해군기지에 함께 들어서는 크루즈선 부두는 520m 길이 선회장을 갖춰 15만t급 크루즈선 두 척이 동시에 접안할 수 있다. 오는 2015년 말 완공 예정이다. 지리적으로도 톈진(天津) 등 중국 북방의 크루즈 승객들은 제주에서 처리하고, 상하이 등 남방에서 오는 크루즈 승객들은 서귀포에서 처리할 수 있게 된다. 또 두 개의 크루즈항을 통해 관광객의 입출도(島) 동선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게 된다.

     특히 제주도는 해군기지에 들어서는 크루즈터미널에 기대가 높다. 제주도 해양개발과가 추산하는 오는 2020년 중국의 크루즈 관광객은 약 700만명. 서귀포는 상하이에서 출항한 크루즈선이 입항하기에 최적의 입지조건을 자랑한다. 크루즈터미널이 본격 가동하는 2020년에는 적어도 200만명의 중국 크루즈 관광객을 처리할 수 있다는 것이 제주특별자치도의 판단이다.

     제주특별자치도 해양개발과의 임영철 사무관은 주간조선에 “제주항에 있는 크루즈터미널은 30년 된 가건물로 지금도 수용을 다 못한다”라며 “지금은 기항지에 출입국 요원이 미리 나가서 크루즈선을 함께 타고 오면서 선상에서 출입국 수속을 밟고 있다”고 말했다. 임 사무관은 “2015년에 제주항과 서귀포항에 크루즈터미널이 동시 완공되면 한 단계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군기지와 크루즈항은 윤곽을 드러내고 있지만 남은 과제도 있다. 해군기지 공사를 진행하며 600가구 1800명에 불과한 강정마을이 완전히 두 동강 나 서로 반목하고 있다. 제주해군기지 찬반에 따라 강정마을 각 집마다 내건 깃발의 색깔도 각각 다르다. 반대 측은 ‘해군기지 결사반대’란 문구가 걸린 노란 깃발을 대나무 깃대를 걸어 뒀고, 찬성 측은 이에 맞서 태극기를 걸어 두고 있다. 기지사업단의 한 관계자는 “노란 깃발은 원래 빨간 깃발이었다”고 귀띔했다.

     강정마을의 중심가인 강정사거리는 이념 대결이 표출되는 장소다. 사거리를 사이에 두고 소형마트 두 곳이 있는데 한 곳(나들가게)은 태극기를 걸고, 한 곳(코사마트)은 노란 깃발을 내걸었다. 해군과 공사현장 관계자들은 나들가게를, 소위 ‘활동가’들은 코사마트에서 물건을 구매한다. 특히 시위대 측은 그간 나들가게에 대한 불매운동과 함께 반품운동을 벌여왔다.

     태극기를 걸어둔 나들가게 유성마트의 관계자는 “지난 5년간 고생을 했는데 그나마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된 다음부터는 매출이 좀 올라오는 편”이라며 “앞 가게에서도 요즘 해군기지 반대시위가 조금 주춤해지니까 노란 깃발을 슬그머니 내려버렸다”고 말했다. 반대로 코사마트의 관계자는 “노란 깃발을 언제 내렸냐”는 기자의 질문에 “어디서 왔느냐. 해군기지 것들 나가라”며 거칠게 문전박대했다.

     12월 말 강정마을회장 선거를 앞두고는 강정마을에 전운도 감돈다. 해군기지 반대파인 강동균 마을회장의 연임이 이 선거에서 판가름난다. 강정마을회장은 지역 여론을 주도하는 자리다. 해군기지 건설사업단의 한 관계자는 “1800여명의 마을회장 선거에 이만큼 전국적 관심이 쏠린 적도 없을 것”이라며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내려와 선거를 감독해야 하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도 방공식별구역 사태를 거치며 반대 시위대의 세(勢)가 많이 약화됐다지만 외부 시위대의 시위는 어김없이 열린다. 매일 오전 11시와 오후 4시면 일단의 신부와 수녀들이 공사 현장 출입구 세 곳을 가로막고 소위 ‘평화 미사’를 연다. 이날 강정마을에 상주하며 해군기지 건설 반대를 주도하고 있는 흰 수염을 기른 문정현 신부도 보였다. 해군기지 건설사업단의 한 관계자는 “미사를 한다고 공사 현장 차량의 진출입을 막는다”며 “미사 전에 빨리 나가는 게 좋을 것”이라고 했다.

     재향군인회 양성기 홍보기획부장(예비역 해군 중령)은 “그동안 수많은 국책사업들이 반대를 위한 반대에 발목이 잡혀 수천억원의 국고 손실을 가져왔던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최근 새 방공식별구역 선포에 따라 이어도 상공수역에 대한 초계기 활동과 공군 주력기인 F-15K 전투기가 발진해 임무수행에 완벽을 기하도록 제주해군기지의 조속한 건설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해군참모총장을 지낸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김성찬 의원(새누리당·경남 진해)은 “국회 국방위원회 안에서는 최근 이어도 문제나 주변국 문제(방공식별구역) 관련 제주해군기지가 필요하다는 데 여야 간 이견이 전혀 없다”며 “동북아의 안정과 주변 해역 자원 확보, 해군의 대기, 준비에 있어서 제주도는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