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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언론 통제하라고 국회에 국정감사권 준 것 아니다/ 조선일보

鶴山 徐 仁 2013. 10. 8. 16:16

[사설] 언론 통제하라고 국회에 국정감사권 준 것 아니다

 

 

입력 : 2013.10.08 03:04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가 종합편성채널 TV조선과 채널A의 보도본부장에게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하라는 요구서를 보냈다. 헌법과 법률에 따라 운영되는 선진 민주주의 국가에서 정부가 단 한 주(株)도 갖고 있지 않은 민간 방송사 관계자, 그것도 보도 책임자에게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하라는 것은 유례없는 일이다. 헌법 제정 이후, 국회 설립 이후 처음이고 언론 역사에도 없는 일이다.

헌법이 국회에 부여한 국정감사권에 따른 감사 대상은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 7조에 명시돼 있다. 국가기관, 특별시·광역시·도, 국가가 예산을 지원하는 사업, 공공기관·한국은행·농협·수협이 포함된다. 이 조항에서 보듯 국정감사권은 행정부를 견제하라고 준 것이지 국정감사권을 빙자해 보도 책임자를 오라 가라 하면서 언론을 통제하라고 준 권한이 아니다. 여야는 헌법과 법률의 규정·제정 취지를 넘어 국회의 권한을 오용·남용하고 있다.

국회의 자의적(恣意的) 권한 남용은 증인 채택 과정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여야 흥정 과정에서 민주당은 두 민간 방송사 보도본부장을 증인으로 불러야 한다는 이유가 '불공정'과 '막말' 방송을 따지기 위해서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종편이 출범하자마자 소속 의원들에게 TV조선과 채널A 출연 금지령을 내렸다. 이보다 더 심한 정치적 불공정 행위가 어디 있겠는가. 선거로 집권하겠다는 선진 민주주의 국가의 정당으로선 절대로 넘어서는 안 될 자유 언론의 본질에 대한 훼손이다.

민주당은 방송사 프로그램 심의가 민간기구인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소관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방통심의위는 종편 개국 이후 지난 7월까지 JTBC 26건, 채널A 23건, TV조선 18건, MBN 17건씩 주의(注意) 이상의 경고 처분을 내렸다. 여야는 경고 처분을 가장 많이 받은 JTBC는 증인 채택에서 제외하고 MBN은 보도와 관련 없는 기획이사를 부르고 TV조선과 채널A의 보도 책임자에게만 출석요구서를 보낸 것을 무슨 기준으로 설명하겠는가. 이것이 두 방송의 보도 내용과 방향에 대한 노골적 압력이자 언론 자유에 대한 훼손이 아니고 무엇인가.

민주당은 자신들이 집권하던 2003년 방송위원회가 이사진을 임명하는 공영법인 방송문화진흥회가 대주주인 사실상 공영방송 MBC를 야당이 국감 대상에 포함시키자고 하자 "언론 자유의 통제이고 언론을 위축시키는 행위"라며 반대했다. 민주당 발언을 기준으로 하면 민주당은 '언론 자유를 통제하고 언론을 위축시키는 행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새누리당의 전신(前身) 한나라당은 독자가 많은 신문을 공정거래법으로 규제하려는 노무현 정권의 신문법 개정에 합의해주고는 이 법이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을 받자 "악법(惡法) 통과를 막지 못한 것을 국민에게 사죄(謝罪)한다"고 했었다. 새누리당은 이번에 다시 민간 방송 보도 책임자를 증인으로 부르자는 민주당의 들러리를 섬으로써 언론에 대한 인식 수준을 보여줬다.

자유 언론 없이는 자유민주주의가 성립할 수 없다. 언론 자유가 보장되고 각기 주장을 달리하는 언론이 공직 후보자에 대한 각기 다른 정보를 제공하는 토대 위에서만 국민의 참정권(參政權)이 공정하게 행사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국회는 언론 자유가 언론 기관에 혜택을 주기 위해 존재하는 자유가 아니라 국민의 자유로운 정치 선택권을 뒷받침하기 위해 보장되는 자유라는 사실을 잊고 있다.

헌법이 국회에 국정감사권을 부여하는 조항의 훨씬 앞자리에 언론 자유 조항을 두는 것도 이 때문이다. 헌법의 이같은 정신은 현대 민주주의 헌법의 발원지(發源地)인 미국 수정헌법 1조가 '종교의 자유' '언론의 자유' '평화 집회의 자유' 순서로 국민 기본권을 보장하고 "이 자유를 제약하는 어떤 법률도 제정해선 안 된다"고 선언한 정신의 연장선에 있다. 국회는 국회 자체가 자유 언론 위에서만 존재할 수 있다는 근본 원리로 돌아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