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원세훈·김용판 청문회, 댓글 의혹 무엇을 밝혀냈나
입력 : 2013.08.17 03:05
국가정보원 댓글 의혹 사건에 대한 국회 국정조사특위는 16일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이 출석한 가운데 청문회를 가졌다. 원 전 원장과 김 전 청장은 "(곧 있을) 형사재판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증인 선서를 거부했다. 이들은 지난 6월 국정원 댓글 사건과 관련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돼 재판을 앞두고 있다. 두 사람은 증인 선서는 거부했지만 여야 의원들의 질의에 대해선 대부분 답변했다.
원 전 원장과 김 전 청장은 이날 야당이 제기한 의혹은 물론 검찰이 자신들에게 적용한 혐의 사실도 모두 부인했다. 원 전 원장은 지난해 대선에 개입하기 위해 국정원 직원들을 동원해 야당 후보 비방 댓글을 달도록 했다는 의혹에 대해 "국정원 댓글 작업은 북한이 우리 인터넷을 해방구로 쓰고 있는 상황에 적극 대응하는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지 대선 개입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원 전 원장은 "노무현 정권에서도 국정원이 남북 정상회담 찬성 등 정권 홍보 댓글 작업을 했는가"라는 여당 의원의 질문에 "그렇게 보고받았다"고 답변했다. 국정원의 댓글 달기는 과거 정권도 해 온 통상 업무라는 주장이다.
김 전 청장 역시 대선을 사흘 앞둔 작년 12월 16일 밤 11시 '국정원 여직원이 댓글을 작성한 혐의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경찰의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한 것은 "당시 상황에서 허위 발표가 전혀 아니다"라고 했다. 경찰 수사를 축소·은폐하기 위해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원들의 잇단 추궁에도 "사실이 아니다"라고 맞섰다.
사실 이런 결과는 이미 예상됐던 것이다. 우리 국회의 국정조사는 증인의 입을 통해 새로운 사실을 찾고 진실을 밝혀내는 게 아니라 의원들이 자기주장을 펴는 장소가 된 지 오래다. 이날 청문회 역시 이미 나왔던 의혹을 재탕 삼탕하고, 여야가 각각 자기 쪽으로 유리한 방향으로 청문회를 이끌기 위해 유도성 질문만 남발했을 뿐이다. 이날도 여야 간 고성(高聲)과 설전이 오가는, 국회 청문회 때마다 봐 왔던 낯익은 장면이 되풀이됐다.
원 전 원장과 김 전 청장이 증인 선서를 거부한 것은 국회 증언·감정법에 보장된 권리이다. 이 법 3조는 재판을 앞두고 자신에게 불리하게 쓰일 선서나 증언, 서류 제출을 거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두 사람은 사실상 모든 질의에 답변했다. 할 말을 다 하면서도 굳이 증인 선서를 거부한 이유가 무엇인지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다. 야당이 위증으로 또 고발하는 상황을 우려했다고 해도 자신들의 진술 신빙성을 스스로 낮춰버린 것은 좁은 소견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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