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政治.社會 關係

[사설] 이산가족과 금강산관광 분리 대응이 옳다/ 조선일보

鶴山 徐 仁 2013. 8. 20. 15:16

[사설] 이산가족과 금강산관광 분리 대응이 옳다

 

입력 : 2013.08.20 03:02

     
북한은 18일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남북 적십자 실무회담을 23일에 갖자는 우리 측 제안을 수용하면서 그 하루 전인 22일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를 다룰 남북 실무회담을 갖자고 추가 제의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금강산 관광 재개와 이산가족 상봉은 별개의 문제로 분리해서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북한은 금강산 관광 재개를 이산가족 상봉의 전제 조건으로 내걸지는 않았다. 그러나 북한이 우리 측의 이산가족 회담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굳이 하루 먼저 금강산 회담부터 해야 한다고 나선 것은 이 두 문제를 연계하려는 전술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북한이 과거에도 이산가족 문제를 남측으로부터 다른 양보를 얻어내는 협상 카드인 양 다뤄왔기 때문이다.

북한은 1998년 금강산 관광이 시작된 이후 10년간 해마다 1000만달러가 넘는 현금 수입을 올렸다. 그러나 2008년 7월 북한 경비병이 우리 관광객을 총으로 쏴 죽이는 사건이 발생했는데도 북한이 우리 정부의 사과 및 재발 방지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아 금강산 관광은 5년 넘게 중단됐다. 북한은 박근혜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올 추석에 이산가족 상봉이 이뤄지도록 하자고 제의하자 금강산 관광을 이산가족 상봉과 연계하면 북한이 편리한 방식으로 타결지을 수 있다고 짐작했을 가능성이 있다.

북한은 더이상 이산가족 상봉에 다른 어떤 조건도 붙여서는 안 된다. 이산가족 상봉은 남북 간의 어떤 정치·경제적 현안과 결부시켜서는 안 될 인도적·민족적 사안이다. 남북은 지난 14일 타결한 개성공단 정상화 합의문에서도 "(개성공단은) 어떤 경우에도 정세의 영향을 받지 않고 정상 운영한다"고 했다. 이산가족 상봉을 신청한 남측 12만8800여명 중 5만6000여명이 북의 가족을 만나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다. 남은 7만2000여명의 80%가 70대 이상이고 그 가운데 절반 가까이가 80대 이상이다. 이들이 가족 이산(離散)의 한(恨)을 품은 채 언제 눈을 감을지 모르는 상황이다. 북이 이산가족 문제에서 남측이 요구해 온 상봉 정례화, 생사 확인 및 서신 교환 등을 받아들인다면 대한민국 정부와 국민은 물론이고 세계도 '북한이 달라졌다'며 북한을 다시 보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북이 원하는 금강산 관광 재개의 길도 열리게 된다. 북은 이제라도 5년 전 발생한 금강산 관광객 피살 사건에 대해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먼저 약속해야 한다. 대한민국 정부가 국민에게 "이제 안심하고 금강산 관광을 해도 된다"고 말할 수 있어야 비로소 금강산 관광의 문(門)이 다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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