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철민 디지털뉴스부장
인터넷 시대에 우리는 더 똑똑해진 것일까, 멍청해진 것일까. 수년간의 이 논쟁에 최근 또 하나의 연구결과가 보태졌다. 미국 컬럼비아대 베치 스패로(Sparrow) 교수가 과학 학술지 '사이언스'에 대표저술한 '기억에 대한 구글 효과'라는 논문의 요지는 이렇다. 168명의 하버드·컬럼비아대 학생을 상대로 실험을 해 보니, "타조의 눈은 뇌보다 큰가?"와 같이 까다로운 질문들을 접하고는 먼저 구글이나 야후 같은 인터넷 검색엔진을 생각하더라는 것이다. 또 몇몇 문장을 컴퓨터에 입력하게 했을 때도, 이 문장들이 "컴퓨터에 남아 있을 것"이라고 들은 사람들은 "컴퓨터에서 삭제될 것"이라고 들은 이들보다 문장들을 훨씬 기억해내지 못했다. 또 다른 실험에선 문장들이 컴퓨터의 어느 폴더에 있는지를, 문장 자체보다 잘 기억했다. 스패로 교수는 "사람들은 이제 인터넷을 '외부 기억은행(memory bank)'으로 간주하며, 우리의 기억체계는 '무엇'보다는 '어디에 있는지'를 우선 기억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고 결론 내렸다.
물론 우리는 전에도 기억을 외부에 의존했다. 친척들의 생일이나 기일(忌日)을 기억하는 것은 종종 아내의 몫이었다. 집집마다 수기(手記) 전화번호부도 있었다. 그렇다고는 해도, 클릭 몇 번이면 언제든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스마트폰 시대에 접어들면서 우리의 외부 기억장치 의존도는 더욱 깊어진 것이 사실이다.
글 읽는 습관도 바뀌었다. 원하는 정보인지를 계속 판단하며 웹의 문장을 빠르게 훑어가기가, 빽빽한 문자가 뇌에 전달하는 정보를 곱씹으면서 문장을 읽어내려가는 책 읽기를 대체했다.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The Shallows)'의 저자 니콜라스 카(Carr)는 "웹사이트의 링크들을 이리저리 옮겨가며 보내는 시간이, 책읽기가 수반하는 조용한 명상과 사색의 시간을 몰아냈다. 지적 활동에 쓰이던 우리 뇌의 오래된 회로들은 약해지고 해체되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동영상·음성·문자, 심지어 클릭·타자(打字)가 손끝에 주는 촉감 정보까지 동시에 입력되면서, 인터넷에 집중노출된 지난 10년간 우리 뇌는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우리가 '인터넷 이전' 시절로 돌아갈 길은 없다. 이미 만 3세 이상의 한국인은 하루 평균 2.1시간을 인터넷에서 보낸다. 2013년부터 우리 아이들은 인터넷에 연결된 작은 전자책 단말기만 들고 등교하게 된다. 또 '구글 효과'의 저자들은 오히려 우리가 더 똑똑해졌다고 말한다. 그리고 "앞으로 교사들은 암기보다는 사고방식과 아이디어를 이해시키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세상의 모든 정보가 0과 1의 이진법 코드로 둔갑하는 디지털 환경에서 어떤 교육목표를 세우고 아이들의 뇌를 어떻게 발달시킬지, 또 이들이 커서 이끄는 사회는 어떠할지에 대한 고민은 여전히 남아 있다. 하기는 2400년 전 소크라테스는 제자 플라톤이 쓴 '파이드로스(Phaedrus)'에서 당시 유행하던 글쓰기를 이렇게 불신(不信)했다. "글쓰기는 망각(忘却)을 초래하고, 사람들은 자체 기억이 아니라 (외부의) 표시에 의존하게 된다…글 쓰는 이는 많이 아는 양 생각하지만 사실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 그는 '뇌'에 기억해야 할 것들을 '책'에다 '외부 저장'하는 관행을 통탄했다. 인터넷에 대한 우리의 우려는 그만큼이나 허황한 것일까. 기자는 소크라테스의 이 말을 구글과 위키피디아 검색에서 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