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철학자 미셸 푸코는 '감시와 처벌'에서 루이15세 살인 미수범 로베르 다미앵이 광장 사형대에서 처형되는 광경을 자세히 묘사했다. 다미앵의 가슴·팔·허벅지는 달궈진 집게에 뜯겨 나갔고 네 마리 말이 그의 팔다리를 끌었다. 푸코는 폭력과 공포의 왕권과 달리 근대 권력은 원형 감옥을 통해 조금 부드럽지만 세련된 기술로 유지됐다고 분석했다.
▶재판을 통해 형(刑)이 확정되면 감옥에서 죗값을 치르게 하는 것이 근대 이후 처벌 방식이다. 그러나 독재자들은 감옥에 필요한 최소한의 형식과 절차조차 무시했다. 스탈린 치하에선 정치범 100만명이 사형됐고 1000만명 넘게 수용소에 갇혔다. 국제사회의 비판이 커지자 스탈린은 1944년 시베리아 수용소를 미국 조사단에 공개했다. 수감자를 경찰로 바꾸는 식으로 '연극' 준비를 마친 뒤였다. 조사단장을 맡은 친공(親共) 지식인 래티모어 교수는 "문제없다"고 보고서를 썼다. 시베리아 수용소의 진실은 탈출자들을 통해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스탈린의 수용소 체제를 계승한 곳이 북한이다. 북한에는 정치범수용소와 노동단련대를 비롯해 적어도 480곳의 감옥과 구금시설이 있다. 그중 교화소(敎化所)는 우리 교도소처럼 재판받은 기결수를 수용하는 곳이다. 북한 당국이 유엔에 보고한 교화소는 단 3곳이지만 탈북자들은 23곳에 이른다고 증언하고 있다.
▶북한인권단체인 '북한인권개선모임'이 탈북자 500명의 증언을 토대로 교화소 실태에 대한 보고서를 냈다. 수감자를 상대로 생체실험이 이뤄지고, 먹을 게 없는 수감자들이 쥐와 뱀을 잡아 연명하고, 여성 수감자들은 형기 단축을 미끼로 내건 교도관들에게 성폭행을 당하고 있다고 한다. 함북 전거리 교화소에서만 해마다 500명 넘게 죽고 이들의 시신은 뒷산 불망산의 '불도가니'에서 태워 비료로 쓴다고 한다.
▶교화소 탈출자들의 피맺힌 증언을 기록으로 남겨야 하는 건 "반인륜 범죄는 언젠가 처벌된다"는 사실을 김정일 정권에 경고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정치권은 법무부 산하에 북한인권기록보존소를 둬 북의 인권침해 사례를 기록·보존하도록 규정한 북한인권법 처리를 6년째 미루고 있다. '불도가니'에서 한 줌 재로 사라진 북 주민들의 절규가 "북한인권법은 북을 자극할 것"이라는 종북(從北)주의자들의 궤변에 묻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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