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평·나선 행사 전격 취소
1년새 3차례나 찾아갔는데 황금평 "경제성 없다" 퇴짜에
김정일, 나선 개발도 제동
"완전 백지화가 아니라 당분간 늦춰졌다고 봐야"
이달 말 예정됐던 압록강 하류의 황금평과 두만강 하류의 나선 경제특구 개발 착공식이 전격 취소된 것은 25일 북중(北中) 정상회담에서 나온 황금평과 나선 개발에 대한 양국의 견해차 때문으로 26일 알려졌다. 정보 소식통은 "김정일이 상당히 화가 난 상태에서 귀국길에 오른 것 같다"고 말했다.
◆황금평에서 엇갈린 북·중
베이징의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김정일은 황금평과 나선을 패키지로 묶어 개발해줄 것을 중국측에 요구했지만 중국측은 나선만 개발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이 소식통은 "중국측이 황금평 개발은 경제성이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압록강 하류의 섬인 황금평은 지반이 약해 공단을 조성하려면 지반보강 공사를 해야 한다.
또 북한은 황금평에 단순 임가공이나 소프트웨어 아웃소싱, 관광산업 등을 유치할 계획을 세웠다고 한다. 그러나 중국 입장에선 비용만 많이 들고 부가가치가 없는 산업들이라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국은 황금평 건너편인 단둥 일대에 대규모 산업 공단을 추진하고 있다.
이 때문에 "중국은 동북 3성(랴오닝·지린·헤이룽장)의 동해 출항권이 달려 있는 나선에만 관심이 있었던 것 같다"(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북한은 황금평 개발이 뜻대로 되지 않자 훈춘~나선 간 도로 포장공사 착공식마저 취소하며 나선 개발에 제동을 거는 모양새다.
윤승현 옌볜대 교수는 "북측에선 황금평 활용 방안에 대해 중국측에 계속 아이디어를 구하고 있고, 중국도 '동해 출구'를 얻기 위해 나선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북중 경협이 완전히 중단된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황금평과 나선 개발 착공식이 백지화된 게 아니라 당분간 늦춰진 것이란 얘기도 나오고 있다.
◆김정일, 1년간 세 번이나 갔지만…
- ▲ 중국을 방문 중인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왼쪽)이 25일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과 악수하고 있다. /로이터 뉴시스
작년 5월에는 후진타오 주석이 김정일 면전에서 천안함 사건을 일으켰는지 물었던 것으로 알려졌고, 작년 8월에는 원자바오 총리가 개혁·개방을 압박했었다. 김흥규 성신여대 교수는 "김정일이 자존심을 굽히고 세 차례나 방중했지만 만족할 만한 경제적 성과는 얻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단둥은 귀국하는 김정일 때문에 교통이 통제되고 호텔이 폐쇄됐다. 단둥 기차역도 삼엄한 경비에 휩싸였다. 오후 2시쯤 단둥역 주차장에 차를 세우려고 했으나 "전부 계엄이다. 주차할 수 없다"는 말이 돌아왔다.
단둥역과 붙어 있는 단둥철도호텔(丹鐵大酒店) 앞엔 "오늘 저녁 7시까지 역 앞과 호텔 주차장에 세운 모든 차량을 이동시키지 않으면 결과는 알아서 책임지라"는 공안국(公安局)의 통지문이 붙어 있었다. 단둥철도호텔의 한 직원에게 '왜 방이 없느냐'고 물으니 목소리를 낮추며 "모르세요? 김정일이 오늘 밤 (북한으로 돌아가잖아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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