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스타일 혁신형 제품이 인기인 이유 (2)
브랜드대신 경제성을 따진다:
‘가치상품(quality goods)’의 부상
상반기에도 우리 국민들의 명품 선호 현상은 여전했다. 그 결과 세계적 명품 기업들은 국내 백화점 업계를 쥐락펴락 했다. 해당 기업 경영진들이 우리나라에 얼굴을 내밀면 주요 대기업 경영진과 명사들, 연예인들이 눈도장을 찍으려드는 행태도 달라지지 않았다.
그러나 소비자들의 명품 수요에는 미묘한 변화가 벌어졌다. 명품에 대한 무차별적 욕구대신 인기 있는 몇 가지 브랜드와 제품에 더 집중하는 분위기로 바뀌고 있다. 단순히 불황의 그늘 탓만은 아니다. 그보다 한국에서 명품 소비를 가능하게
했던 심리, 즉 남들이 사면 나도 산다던 전시 효과(bandwagon effect)가 전보다 시들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너도나도 비슷한 명품 가방 하나쯤은 갖고 있는 상황에서는 그들을 따라하고 싶은 욕구보다 그들과 달라지고 싶다는 욕구가 강해지게 마련이다. 게다가 요즘은 명품으로 온 몸을 감싼 사람보다는 명품 한두 개를 적절히 매치시키는 이를 더욱 우러러 보는 분위기다. 명품 전성 시대에서 명품 차별화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는 징후가 아닐 수 없다.
최근에 국내에 들어온 유니클로나 자라, H&M 같은 패션 브랜드의 인기도 비슷한 맥락에서 파악할 수 있다. 이를 단순히 패스트패션(fast fashion)이나 SPA 브랜드의 유행으로만 볼 일은 아니다. 소비자들이 가격에 대비해 만족스러운 품질과 디자인의 제품을 추구하기 시작했다고 봐야 한다. 명품(luxury goods)과 대조되는 개념으로, 이런 상품들은 가치상품(quality goods)이라고 불러도 좋을 것이다.
우리 패션산업은 가격과 품질 경쟁력, 그리고 디자인 수용력에서 세계적으로 이름난 가치상품을 내놓을 만한 여건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일본이나 스페인, 스웨덴에 크게 뒤쳐져 있다. 어설프게 명품을 따라하려고 하거나 명품의 디자인만 베끼는 얄팍한 계산의 결과다. 이 와중에 브랜드 관리에 소홀하거나 다른 업종을 기웃거린 몇몇 토종 패션 기업들은 부고란에 이름을 올려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