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
<세계일보 12. 11. 게재>
이 영 해 한양대 교수, (사)21세기분당포럼 이사장
연이은 북한의 무력도발에 국민들의 의식도 이제는 국가안보에 강력한 대응책이 확실히 마련돼야 한다는 분위기가 확연한데도 여야는 또 폭력사태로 목적이 수단을 합리화할 수 없다는 ‘절차의 정당성’ 원칙을 다시 한번 무시했다. 폭력과 막말이 난무하고 신성한 국회가 아수라장이 된 것은 우리 국민들이 국회 폭력 전과자들을 지난 선거에서 표로 심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해마다 예산안 심사 때만 되면 되풀이되는 여야의 밀고 당기는 식의 협상과 지역구 챙기기는 이제 관행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이런 관행 때문에 매년 예산심사가 부실했으며 이번에도 8년 연속 헌법에 규정된 예산안 처리시한을 지키지 못하는 직무유기를 초래했다. 또한 국가 안보에서도 국익을 도외시한 채 자기를 홍보하는 데 치중하고 적을 이롭게 하기가 일쑤다. 왜 우리 국민들이 이 같은 국회를 믿고 세금을 내야 하는가.
또한 국회의원들의 세비는 단시간 내에 만장일치로 올리고, 청원경찰 후원금 문제로 검찰의 수사가 진행되는 상황에서도 정치자금법 개정을 모색해 기존의 불법을 합리화하려는 등 제 밥그릇 챙기기에는 두 팔 걷고 나섰다. 그러면서도 정작 국민들의 일상생활과 연계되는 내년도 예산안 처리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등 국익과 국민의 입장을 손톱만큼도 생각하지 않는 것이 지금 우리 국회의 개탄스러운 자화상이다.
이제부터라도 의원들은 스스로 선진정치를 추구해 국민들로부터 잃어버린 신뢰를 하루빨리 회복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여야가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도록 충분히 노력해야 한다. ‘반대 사업 처리 저지’를 내세워 막무가내로 국회의 발목을 잡은 야당도 문제지만 여당은 인내심을 갖고 예산을 처리하는 융통성을 발휘할 수는 없었는지 고민해야 한다.
특히 해마다 반복되는 예산안 심사만큼은 헌법이 규정하는 시한을 넘기지 않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미리미리 준비해야 한다. 현재 정해진 법정 예산심사 기간은 턱없이 부족하므로 예산결산특위를 연중 상시 운영해 분야별로 미리 심사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그리고 여야의 당리당략이나 안보를 위태롭게 하는 의견, 국민을 편 가르는 언행을 자중해야 한다. 우리 영토에 무차별 포격을 가해 군인과 민간인의 생명을 앗아가는 상황에서 위장 평화주의자인 북한을 상대로 마냥 인내와 관용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국회에서 흘러나오는 것은 국민들의 단합 저해는 물론 이적행위에 가까운 행동임을 분명히 상기해야 한다.
지금 세계는 21세기 글로벌시대를 추구하고 있고 우리는 선진화와 통일을 바라보고 있다. 이런 중요한 시기에 국회만 20세기의 아날로그 정치를 고수한다면 국가 발전은 물론 정치선진화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 뻔하다. 평소에는 의견 차이를 노출해도 국가 안보 위기에서만큼은 한 목소리를 내고, 예산안이든 한미 FTA 처리든 국회가 절차적 정당성으로 진정한 국익 창출에 앞장서는 모습을 보일 때 비로소 국민들도 국회를 다시 평가할 것이다.
국민들의 인내심도 이제 거의 한계에 다다랐다.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도 국회의원들이 ‘자기이익 챙기기’와 ‘죽기 살기 식의 투쟁’에 의한 파행적 관행을 타파하지 못한다면 국민들이 직접 나서서 우리나라 정치의 제도와 틀을 바꾸고, 사람을 바꾸는 정치개혁운동을 활발하게 일으켜야 할 것이다. 국회가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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