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의 뒤안길
화사한 꽃바람 속에서 살아도 눈보라 폭풍우 몰아치는 세상살이 가운데서 살아도
누구에게나 주어진 한 세월로 자신의 인생을 마감하는 것이야 매 한 가지이니
무엇을 하면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는 사람마다의 그릇에 따라서
나름대로 이미 전생에 주어진 각자의 몫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젊은 시절 한 때는 인생은 스스로 개척하는 것이지 운이라는 것은 믿지 않는다고
큰소리를 치기도 했지만 한 세월을 지나다 보니, 어느 때부터인지는 모르지만
점차 자신의 의지와 노력만으로는 도전에 한계가 있는 것 같다는 생각에
자신감이 약해지고 상대적으로 무력해져 간다는 걸 깨닫게 되었습니다.
한창 위인전을 읽고 멘토를에 몰두하던 소년기를 거슬러 기억을 더듬어 보노라니
나폴레온의 자서전적 일대기에서 그가 어린시절 무지개를 잡으려고 쫓았다는
황당하지만 순수한 의미가 담겨져 있는 그 얘기가 새삼스럽게 떠오르고
세상살이에 시달리며 참으로 많이 영악해진 자신의 모습을 그려봅니다.
정신없이 살다가 이제야 겨우 여유를 찾게 되어, 자신의 발자취를 짚어보게 되니
속절없이 이어진 긴 세월 가운데 과연 자신은 무엇을 위해 열정을 쏟았던가를
수없이 되씹어 보고 생각해 보아도 별로 의미있는 뚜렷한 결론은 없으니
열심히 살아왔다고 자화자찬 했던 삶의 역사마져 허망하게 느껴집니다.
아마 예전보다는 스스로 살아온 세월에 비해 길지 않은 남은 세월을 생각하면서
나날이 자성하는 시간이 많아진 터에다가 몸이 불편한 아내로 인한 스트레스,
제대로 정리되지 못한 채 쌓여있는 것들이 아직도 자신의 발목을 잡으니,
자신에게 주어진 삶의 무게가 이토록 끝없이 이어짐은 업보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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