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
英국제전략문제연구소 존 치프먼 소장 인터뷰
영국의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의 존 치프먼(Chipman) 소장은 천안함 침몰사건에 북한이 연루됐다는 증거가 확보된 이후 효과적으로 대응하려면 "중국을 상대로 조용한 외교를 추진해 한·중 간에 확고한 이해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치프먼 소장은 6월 초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아·태 국방장관들 회의인 '샹그릴라 다이알로그' 준비차 방한했다. 그는 3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연루됐을 것이란 결론이 나올 가능성을 생각할 때 가장 강조하고 싶은 것은 한·중관계"라고 했다.
- ▲ 존 치프먼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 소장이 3일 천안함 사건과 이후 대응 방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진한 기자 magnum91@chosun.com
그는 "한국은 천안함 침몰 원인을 밝히는 다국적인 노력이 끝날 때까지 섣부른 대응을 자제하는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여줘 국제사회가 이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제사회가 한국이 우려하는 바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설득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했다.
치프먼 소장은 그러나 "최근 한국 사회에서 거론되는 유엔안보리 제재 추진은 상당히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그는 대신 "작년에 통과된 유엔 안보리 결의 1874호를 각국이 더 확실하게 실시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구하는 쪽이 더 권할 만하다"고 했다. 유엔 안보리 결의 1874호엔 의심스러운 북한 선박에 대한 검색 등 이미 강력한 권한이 부여돼 있기 때문에 이 결의만 제대로 실행해도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별도의 유엔 제재를 추구하려면 국제사회가 납득할 수 있는 강력한 증거가 필요하고, 다국적팀이 참여하는 오랜 과정을 거쳐야 하며, 중국으로 하여금 다시 한번 대북 압력을 행사하게 하는 어려운 입장에 처하게 하는 등 난관이 많다"고 했다. 따라서 한국이 들일 외교 노력에 걸맞은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구체적인 제재를 결의하기보다는 북한을 규탄하는 성명 수준에서 끝날 수 있다는 것이다.
치프먼 소장은 "한국이 천안함 위기 때문에 위축돼 다시 한반도 문제에만 관심을 두는 상태로 돌아가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 "한반도와 아시아·태평양을 넘어서는 한국의 안보 비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지금까지 한국은 '안보 수입국'이었지만 앞으론 '안보 수출국'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