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政治.社會 關係

[사설] 개성공단 활로 한발씩 물러서야 보인다(서울신문)

鶴山 徐 仁 2009. 6. 20. 16:17

어제 열린 남북 개성공단 2차 실무회담은 구체적 합의 도출 실패에도 불구하고 대화의 여지를 살려 놓았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비록 북한이 억류하고 있는 현대아산 직원 유모씨 문제에 대해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으나, 양측 모두 개성공단의 파국만은 피하겠다는 뜻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희망을 본 회담이라고도 할 것이다. 무엇보다 북측이 지난해 12월부터 이어져 온 육로 통행 시간·인원 제한조치를 풀 수 있다는 뜻을 밝히고, 우리 측이 제의한 제3국 공단 합동시찰에 응할 여지도 남겨 놓은 점은 평가할 일이다. 지난 11일 1차 회담 때 북측 근로자 임금을 월 300달러로 올리고, 토지임대료도 5억달러로 높이자고 한 그들의 요구가 적어도 개성공단 폐쇄를 겨냥한 생떼쓰기만은 아님을 확인한 셈이다.

 

이제 대화의 물꼬는 트였다고 본다. 개성공단 입주업체들의 현실에 맞는 해법을 하나씩 찾아나가야 할 것이다. 북측은 과도한 요구를 접어야 한다. 턱없는 임금인상 요구로 남측 기업을 떠밀어선 안 된다. 그러잖아도 지금 많은 개성공단 업체들은 수출난 등으로 심각한 경영위기에 놓여 있다. 105개 입주업체 가운데 82곳의 누적적자가 313억원에 이르고, 60여개 의류업체 상당수가 다음달 집단 부도사태를 맞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제 업체 대표들이 한나라당을 찾아가 600억원의 긴급자금 지원을 요청했을 정도로 이들의 처지는 다급하다.

북측이 3통(통신·통행·통관) 문제에 대해 다소나마 전향적 태도를 밝힌 만큼 우리 정부도 상응한 지원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남북경협기금을 통해 입주업체들의 자금난을 덜어줄 해법을 모색하기 바란다. 개성공단의 임금 실태와 국제적 상황에 대한 북한 당국의 이해를 높이는 노력도 계속해 나가야 한다. 105개 남한 기업과 4만명의 북측 근로자들이 힘을 합쳐 일궈온 개성공단은 그 자체가 남북 공생공영의 터전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2009-06-20  27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