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향소 '화환의 정치학'
한승수 국무총리,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등 현 정부 고위 관리와 여당 정치인들이 노사모 회원들과 격앙된 주민들에게 밀려 봉하마을 빈소 조문을 포기한 가운데, 일부 조화(弔花)들도 비슷한 입장에 처했다.
노 전 대통령 시신이 안치된 봉하마을 마을회관에는 23일 늦은 오후부터 조화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 가운데 이명박 대통령과 전두환 전 대통령이 보낸 화환은 빈소 입구에 도착하기도 전에, 일부 성난 조문객에 짓밟혀 산산조각이 났다.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보낸 화환도 빈소에서 약 1㎞ 떨어진 봉하마을 입구에서 노사모 회원들에 의해 도로 옆 풀숲에 버려졌다.
장의위원회는 이명박 대통령 명의의 조화를 보내온 청와대에 유감의 뜻을 전하고, '다시 화환을 보내달라'고 요청해 새 화환을 받았다. 하지만 일부 조문객이 다시 반발할 것을 염려해 아직 분향소에 놓지 않고 있다. 한형민 전 춘추관 국장은 "언제 이 화환을 설치할지 고민 중"이라고 했다.
성난 조문객들의 '검열'을 거쳐 살아남은 화환은 25일 오후 6시 현재 116개였다. 이 중 김대중 전 대통령과 정세균 민주당 대표가 보낸 화환 2개가 노 전 대통령의 관이 안치된 마을회관 내 빈소에 자리 잡았다.
마을회관 앞 야외 분향소에는 모두 13개의 화환이 놓였다. 분향대를 기준으로 왼쪽 첫머리에 놓인 화환은 역시 김 전 대통령이 보낸 화환이다. 이어 반기문 UN 사무총장, 천주교 정진석 추기경, 최규하 전 대통령 유가족 일동, 불교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스님, 이용훈 대법원장, 이강국 헌법재판소장, 한승수 국무총리, 양승태 중앙선거관리위원장, 문국현 창조한국당 대표, 노무식 '세계노씨종친회' 회장의 화환이 차례로 놓였다. 분향대 맞은 편에는 정 대표와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의 화환이 놓였다.
이 가운데 한 총리가 보낸 화환의 경우, '사람'은 쫓겨났지만 '꽃'은 조문을 허락받았다. 23일 차에서 내려보지도 못하고 노사모 회원들에 밀려 서울로 돌아간 한 총리와 달리, 한 총리가 25일 보낸 화환은 별다른 마찰 없이 분향대 옆에 놓였다.
나머지 화환들은 마을회관 주변에 자리를 잡았다. 노 전 대통령의 인맥과 관심사를 가늠하게 해주는 화환이 많았다. '광주노씨' '안동권씨' '진영중학교 동기회' '개성고(옛 부산상고) 재경 동창회' 명의의 화환과 함께 '마라톤회' '산악회' 등 노 전 대통령이 생전에 즐겼던 운동모임과 농림부 신지식농업인 중앙회가 보낸 화환이 눈에 띄었다.
국회의원 화환 배열에서는 '정치적 배려'도 엿보였다. 김성곤 민주당 의원과 송훈석 무소속 의원의 화환은 마을회관 옆에 놓였다. 한나라당 의원들이 보낸 화환은 일반인 발길이 닿지 않는 마을회관 뒤편에 놓였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 보내온 화환도 조문객 눈길이 잘 닿지 않는 곳에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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