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政治.社會 關係

[스크랩] [새해 아침에] 대한민국을 '재(再)부팅' 하자

鶴山 徐 仁 2009. 1. 2. 22:02

 원문링크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8/12/31/2008123101134.html
서남표·KAIST 총장


▲ 서남표·KAIST 총장
글로벌 경제위기로 인해 전 세계가 매우 어려운 시기다. 한국의 경제위기는 다른 나라에 비해 덜한 편이지만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일자리 감소, 경제 성장 둔화 그리고 유동성 부족 등으로 인해 사회, 경제, 정치 전반에 걸친 여러 문제들이 나타나고 있다. 각국 정부에서는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 공공분야 활성화를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재정적자를 감수하면서 국고지원을 확충하며 뱅킹시스템에 유동성을 불어넣는 등 다양한 금융·회계정책과 재정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는 물론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대한민국 정부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더 큰 위기와 미래의 경제 공황을 막기 위해 '주기적 재초기화(Re-initialization)'를 이행해야 한다. 간단히 말하자면 컴퓨터 시스템이 기능을 멈출 경우 재부팅(재초기화)하는 것과 같다.

최근의 금융위기는 주기적인 재초기화가 필요한 시스템을 장기간 방치하여 시스템 불안과 혼란을 야기하는 길을 걷도록 한 결과이다. 이 상황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것으로 항공기 운항 편성과정을 예로 들 수 있다. 기상 상태가 좋은 경우 항공기 운항 편성 시스템은 계획대로 운영된다. 하지만 많은 비행기가 이·착륙하는 주요 공항의 기상 상태가 악화되는 경우 엄청난 혼란이 발생한다.

예를 들어 미국의 주요 허브 공항이 위치한 시카고의 기상이 악화되면 항공기 이·착륙은 불가능해진다. 그 결과 시카고 공항과 연결된 타 도시의 항공사들은 그들의 예정된 비행 일정에 필요한 항공기가 부족하게 된다. 항공기 부족 현상으로 인해 비행 일정 관리자들은 선별적으로 항공편을 운행하는 등 임시적인 방법을 사용하게 된다. 그러나 항공 운항 시스템의 혼란은 피할 수 없다.

다행스럽게도 날씨가 좋아지면 항공사들은 시스템을 재정비할 수 있다. 비행 일정이 거의 없는 야간의 짧은 시간을 이용하여 비행기를 신속히 재배치함으로써 다음 날 오전 6시부터는 정규 운항 일정이 정상적으로 가동되도록 시스템을 재초기화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항공사들은 마치 어제 아무 문제가 없었던 듯 운항할 수 있게 된다.

시간의 진행에 따라 복잡한 변수와 결과를 만들어내는 각종 시스템들은 주기적으로 초기화함으로써 안정화될 수 있다. 금융과 경제 시스템이 붕괴되기 전에 주기적으로 초기화되었다면, 우리는 최근과 같은 경제 공황을 겪지 않았을 것이다. 이는 우리 금융 시스템도 주기적, 다각적으로 재검토되어야 하고 필요에 따라 다시 초기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만약 정부가 현재의 금융시스템을 신속하고 적절하게 재초기화하지 않는다면, 도미노 효과로 인해 대학과 연구개발(R&D) 인프라 등과 같은 사회 각 조직과 기능의 붕괴로 이어질 것이다. 이러한 일이 일어날 경우 회복을 위해 수년의 세월이 필요할 것이고, 우리 경제에 대한 여파는 오랜 시간 지속될 것이다.

그러나 만약 한국이 지금의 금융위기 속에서 교육과 연구 시스템을 재초기화한다면, 한국은 과학기술과 인적자원개발 분야에서 다른 나라들을 월등히 앞지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얻게 될 것이다. 마치 항공사가 기상이 좋아진 후 신속히 시스템을 재초기화하는 것처럼, 우리도 교육과 연구 시스템을 즉각적이고 적절하게 재초기화한다면 대한민국의 과학기술이 전 세계를 선도할 수 있는 위치를 선점할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우리나라가 교육, 과학 그리고 기술 강화에 과감한 투자를 해야 할 시기이다.

나는 정부가 공공부문에 투자하기로 계획한 재원의 10%를 새로운 기술과 기초과학 발전을 목적으로 하는 R&D 부문에 투자할 것을 제안한다. 공공부문에 대한 투자는 자재구입 및 중장비 대여료 등으로 사용되는 데 비해 R&D 투자는 대부분이 인건비로 사용되는 만큼 공공부문에 대한 투자에서 기대되는 정도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연구대학을 강화하고 재정비하기 위해 R&D 투자액 중 일부는 혁신적인 연구개발을 수행하고 세계적으로 경쟁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현대식 연구 장비의 확충을 위해서 쓰여야 할 것이다.

과거 몇몇의 경제학자들은 세계무역기구(WTO)와 관련된 규칙을 인용하고 경제 이론과 연관 지어 정부는 경제활동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경제시스템이 무질서하게 되는 경우 이 같은 주장은 더 이상 적용되지 않으며 타당성을 잃게 된다. 그 예로 최근 미국 정부가 GM(제너럴모터스) 구제를 위해 공적 자금을 투입할 것을 결정하였는데, 이는 불과 수개월 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다.

단기적으로, 혁신적인 기술과 기초과학의 발전은 새로운 상품, 프로세스, 서비스 그리고 시스템을 만들어 냄으로써 21세기를 위한 경제활동의 버팀목이 되고 역동적인 산업발전과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해 낼 것이다. 장기적으로, 과학기술의 발전은 가까운 미래는 물론 수세대에 걸쳐 대한민국 사회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고, 궁극적으로 대한민국 경제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전 인류를 위해 삶의 질을 향상시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