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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국민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불황의 한파와 실직의 위기를 온몸으로 느끼고 있는데 뒤늦게 정부가 호들갑 떠는 것 같아 왠지 쓴 웃음이 나온다. 더욱이 올 들어 대통령과 정부 관료들 입에서 경제 위기감을 고조시키는 발언들이 잇따르고 있어 의도가 뭔지 어리둥절하기까지 하다. 우선 이명박 대통령은 올 신년연설에서 '위기'란 단어를 29차례나 언급했다. 작년 말 경제부처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도 "현재 상상을 뛰어넘는 어려움에 처해 있다. 그러나 주말에 차가 밀리는 것을 보면 얼마나 큰 어려움이 우리 앞에 닥쳐오고 있는지 잘 체감하지 못하는 것 같다"는 말을 했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3일 한 방송 프로에서 "경제성장률이 지난 해 4분기에 이미 마이너스로 돌아섰다"며 아예 마이너스 성장을 공식 선언했다. 그는 5일 금융기관 신년 인사 자리에서도 "올해는 일자리를 만들기보다 있는 일자리를 지키기도 어려운 사정이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강 장관은 작년 말 업무보고 때만 해도 올해 일자리 10만개를 새로 만들겠다고 보고하더니 새해 들어 태도를 정반대로 바꾼 것이다. 정부는 가계와 기업 등 경제 주체의 심리 위축을 막기 위해 가급적 비관적인 얘기를 자제하는 게 그 동안 관행이었다. 가뜩이나 경제가 어려워져 국민들 마음이 심란(心亂)한데 대통령과 장관들이 먼저 나서 비관론을 입에 올리고 국민의 위기감을 부추겨서 좋을 게 없다. 잘못하면 국민은 국민대로 힘들고 위기는 위기대로 더 증폭될 수 있다. 물론 대통령과 장관들이 비상한 각오로 지하 벙커에 모여서 어려운 경제상황이 풀려나간다면 백 번이라도 가야 하고, 지하 벙커 아니라 '땅굴'이라도 갈 수 있다. 또 대통령과 장관이 국민을 겁 줘서 위기대응 능력이 높아지고 기업체질이 강해진다면 매일 아침이라도 대(對)국민 방송에 나서 '위기'를 외칠 일이다. 하지만 그건 아니지 않는가. 돌아보면 역대 어떤 정부에서도 위기가 없었던 적이 없었다. 지금 '전대미문(前代未聞)의 경제위기'니 '100년 내 최악의 불황'이니 하며 떠들지만 1970년대 1, 2차 오일쇼크 위기, 90년대 외환위기도 당하는 국민 입장에서 춥고 힘들긴 마찬가지였다. 중요한 건 위기 극복의 사령탑 역할을 해야 하는 대통령과 정부의 대응 자세다. 말과 이벤트보다는 행동과 실질적 리더십으로 국민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 유감스럽게도 청와대 '지하벙커 회의'에선 그런 게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 대통령이 국민 앞에 '행동하는 리더십'을 보여주려면 지하 벙커에 있을 게 아니라 위기의 현장으로 나가야 한다. 경제현장, 민생현장, 수출현장으로 가서 정부 정책은 제대로 집행되고 있는지, 일자리 창출 약속은 지켜지고 있는지, 중소기업과 서민 지원 대책은 효과가 있는지, 수출 전선엔 무슨 어려움이 있는지 직접 확인하고 또 확인해야 할 때다. '지하 벙커 회의'가 못미더운 또 다른 이유는 시장에서 신뢰를 잃어 어려운 경제를 더 꼬이게 만든 일부 장관들이 주요 참석자를 이루고 있는 점이다. 대통령은 이 회의가 국민에게 어떻게 비쳐질 지 한번 생각해볼 일이다. 그 얼굴이 그 얼굴인 경제팀이 회의 간판만 바꿔 달고 지하 벙커에서 모여 앉았다고 해서 비상한 위기 대처 능력이 생겨날 거라고 믿는 국민은 별로 없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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