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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에서 여야가 또 추태를 보였다.이번에는 해머와 전기톱,소화기,물대포가 등장하는 등 난장판의 정도가 심했다.정상적인 법안 심의를 외면한 채 거친 욕설과 격렬한 몸싸움을 거듭하고 있으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 대화 노력을 게을리 하고 밀어붙이는 여당, 물리력으로 막으며 국회를 무법지대로 만드는 야당이 함께 책임져야 할 상황이다.
어제 대격돌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의 외교통상통일위 상정을 둘러싸고 빚어졌다. 한·미 FTA 비준동의안은 민주당이 여당 시절인 17대 국회에서 민주노동당의 격렬한 반대를 뚫고 상임위 상정을 강행했던 안건이다. 18대 국회에서 야당이 되었다고 비준동의안 재상정을 몸으로 막는 것은 민주당의 자가당착이다. 한나라당 역시 비판받아 마땅하다. 쟁점법안 처리를 놓고 국회가 파행하고 있는 상태에서 FTA 비준동의안 상정을 이렇듯 밀어붙여야 했는가. 쟁점법안 대치를 흐리려는 생각이 깔려 있다면 치졸한 전략이다. 특히 질서유지권 발동이나 비준안을 상정한 외통위 개의시간의 적법성을 둘러싼 논란까지 나오고 있다.
앞서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는 물컵이 깨지는 등 소동이 벌어졌다. 여야는 서로 상대를 폭력행위·모욕죄 등으로 윤리위 회부,형사고발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폭언과 폭력, 일방적인 상대 헐뜯기는 이제 보기도, 듣기도 지겹다.
한나라당은 FTA 비준동의안과 쟁점법안을 일방적으로라도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원내에서 물리적인 저지와 함께 장외투쟁 불사를 외치고 있다. 다음 총선은 3년 이상 남았지만 내년 4월 재·보궐선거 등 국민들이 정치권을 심판할 기회는 언제든 있다는 사실을 여야는 깨달아야 한다. 한나라당은 인내심을 갖고 야당 설득에 나서야 한다. 민주당은 해머로 국회 기물을 파손한 것을 사과하고 회의장에서 떳떳하게 찬·반을 주장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