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열의 역사 아직 치유 안돼”
정부와 보수단체는 남한에서의 정부수립을 건국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야당과 진보단체는 “헌법에 명시된 임시정부 법통 계승과 독립운동의 역사를 무시하는 처사”라고 반발했다. 전문가들은 “분단과 분열의 역사를 치유하지 못한 우리들의 자화상”이라고 평가했다.
정부는 이날 오전 9시부터 옛 중앙청 광장(경복궁 흥례문 앞 광장)에서 2만 7000명이 모인 가운데 ‘제63주년 광복절 및 건국 60년 중앙경축식’을 열었다. 이 가운데 1만 2000명은 이명박 대통령과 함께 시청 앞 서울광장까지 행진했다.
한나라당과 자유선진당 지도부는 정부가 주관한 행사에 참석했지만 민주당, 민주노동당, 창조한국당 등 3당 지도부는 정부 행사에 불참하고 효창공원 내 백범 김구 선생 묘역을 참배했다.
오후 들어서는 진보단체들의 광복절 기념 및 건국절 반대 집회가 줄을 이었다.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사업회, 독립유공자회 등은 오후 2시 종로구 신문로 역사박물관에서 ‘대한민국 건국 89주년 학술회의’를 열고 “대한민국 건국은 임시정부가 수립된 1919년이며, 임시정부의 법통을 부정하는 것은 역사왜곡”이라고 비판했다.
진보연대와 민주노총 등으로 구성된 ‘8·15 기념대책추진위원회’ 소속 회원 3500여명은 오후 4시부터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문화제를 열었다. 저녁 7시부터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100번째 촛불집회가 도심 곳곳에서 열렸다.
●도심 곳곳 촛불집회 ‘충돌´
시민들은 국민적 합의 없이 건국 기념일 행사를 치른 정부와 보수단체를 비판했다. 안형준(31·서울 서대문구)씨는 “미국산 쇠고기 파동, 일본의 교과서 왜곡만으로도 나라가 어수선한데, 정부가 또 하나의 분란거리를 제공했다.”고 말했다. 상지대 사회학과 홍성태 교수는 “친일과 독재에 뿌리를 둔 현재의 보수 세력은 진정한 보수가 아니며, 민족주의와 민주주의에 대해 올바르고 보편적인 인식을 가진 실질적인 보수 세력이 육성돼야 국민통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종락 이경주 김승훈기자 kdlrudwn@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