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國際.經濟 關係

[만물상] 사우디 여성

鶴山 徐 仁 2007. 11. 25. 08:05

강인선 논설위원

 

 

사우디아라비아 여성들은 외출할 때 남자 친척이 모는 자동차를 이용해야 한다. 사우디에선 와하브파 이슬람 율법의 해석에 따라 여성이 친척이 아닌 남성과 같은 차를 타는 것을 음란죄로 규정하기 때문이다. 부인이 아픈데도 구급차에 남자 구조원뿐이라는 이유로 남편이 부인을 차에 태우지 않아 목숨을 잃을 뻔한 경우도 있었다. 여성은 운전면허를 딸 수도 없다. 운전을 하면 경찰관이나 자동차수리공 등 남자와 상대할 일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여성의 운전을 금지하는 것이다.


▶사우디에서 몇 달 전 방영된 드라마 ‘암샤, 아매쉬의 딸’이 사회적 논란을 일으켰다. 드라마에서 주인공 암샤는 남장을 하고 택시운전사로 일한다. 이를 두고 “여성들에게 운전하고 싶은 충동을 일으킨다”는 비난이 자자했다. 결국 드라마 작가가 “여성들을 자극하려는 의도가 아니었다”고 공개해명을 해야 했다. 사우디 여성들은 최근 왕에게 운전면허증을 받을 수 있게 해달라는 탄원서를 냈다.


▶사우디 여성들도 집에선 옷 차림이 자유롭다. 사우디 어느 가정을 방문했다가 집 주인의 미니스커트 차림을 보고 놀랐다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외출할 땐 반드시 ‘아바야’를 입어 온 몸을 가려야 한다. 외국 공항에 도착하면 제일 먼저 화장실에 가서 아바야부터 벗어던지는 사우디 여성들도 있다고 한다. 아바야 속에는 화려한 색상의 최신 유행 옷을 입는 여성도 많다는 것이다.


▶최근 사우디에서 집단 성폭행을 당한 19세 여성이 실형을 선고 받았다. 사우디 법원은 성폭행범 7명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하고 피해 여성에게도 태형 90대를 선고했다. 낯선 남자와 차를 함께 타고 있었다는 이유에서였다. 성폭행을 유발시킨 죄를 물은 것이다. 이 여성이 변호사를 동원해 항소하자 법원은 태형을 200대로 늘리고 징역 6개월을 추가했다. “언론을 통해 재판에 영향을 끼치려 했기 때문”이란 것이다.


▶사우디 여성들한테는 참정권도 없다. 형사 재판에서는 재판장이 여성에게 증언 기회도 잘 주지 않는다. 여성들이 사회생활을 하지 않아 본 것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여성의 증언은 사실로 볼 수 없고 추측으로 간주해야 한다는 터무니없는 논리다. 온 몸을 검은 옷으로 가릴수록 사우디 여성들의 자유에 대한 열망은 더 커질 것이다. 사우디 여성의 문제를 전통과 종교라는 명분으로 언제까지나 덮어둘 수는 없을 것이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7/11/22/2007112201224.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