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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해 7월 28일 중국 쓰촨성(四川省)의 농민들이 병에 걸린 돼지를 도살하기 위해 트럭에 싣고 있다. 이 돼지 파동이 중국발 인플레의 도화선이 됐다. (photo 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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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 사례들
중국 돼지 집단폐사 → 중국물가 급등 → 중국산 제품 수출가 상승 → 미·일·EU 등 물가 상승 및 금리 인상 → 세계경제 침체 가능성
원자바오 총리 국민에 우유 소비 권장 → 중국내 우유소비 급증 → 국제 원유(原乳) 가격 고공행진
중국경제 초고속 성장 지속 → 중국내 석유수요 급증 → 수급 불균형 및 투기세력 가세
중국발 인플레이션 우려가 지구촌을 강타하고 있다. 세계 물가안정의 1등공신이던 중국이 이제는 물가불안의 주역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중국은 전 세계에 값싼 상품을 공급하는 ‘세계의 공장’이었다. 이것은 중국의 국민소득이 1000달러에도 못미치는 낮은 수준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그러나 최근 상황이 급변하면서 이 표현은 옛날 이야기가 돼 가고 있다. 중국이 지속적으로 10% 안팎의 고도성장을 이어가면서 국민소득이 급격히 향상돼 저임금의 메리트가 사라지고 있는 데다 급격한 물가상승으로 더 이상 저가품을 공급할 수 없는 상황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중국의 1인당 GDP(국내총생산)는 2042달러로 전년 1703달러에 비해 약 20% 증가했다. 중국이 1000달러에서 2000달러를 돌파하는 데 걸린 시간은 3년에 불과했다.
중국의 소비자물가는 2005년 1.8%, 2006년 1.6% 등 연간 1%대 중반의 안정적인 상승세를 보여왔으나 올해 급등세로 돌아섰다. 올해 1~9월 중 물가는 작년 동월 대비 4.2% 상승해 작년 같은 기간보다 2배 이상 올랐다.
중국산 제품 가격이 오르는 것은 물가가 오른 것 외에 중국 기업의 생산비용이 최근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기업의 생산비용은 최근 ▲임금 상승 ▲중국 정부의 환경규제 강화 ▲위안화 가치 상승 ▲가격통제 완화 ▲수출기업에 대한 혜택 축소 등으로 인해 크게 늘었다. 이에 따라 수출제품의 가격도 높아질 수밖에 없어 각국의 물가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모건스탠리의 이코노미스트인 앤디 시에는 “중국의 임금이 지금 추세로 올라가면 섬유와 같은 노동집약적 제품의 가격도 최고 30% 정도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며 “이는 미국의 물가를 0.5% 끌어올리고 전 세계적으로는 0.7%의 물가상승 효과를 가져온다”고 진단했다.
중국의 인플레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건이 ‘장시(江西)성 돼지’ 파동이다. 지난해 여름 중국 양쯔강 유역 장시성에 ‘청이병(靑耳病)’이라는 전염병이 발생한 게 파동의 계기가 됐다. 이 병에 걸린 돼지는 고열증세를 보이면서 피부에 붉은 반점이 생기고 죽을 때는 귀가 푸른색으로 변하는 게 특징이다. 청이병은 올 들어 중국 전역으로 확산됐다. 집단폐사가 잇따랐고 돼지고기 가격은 폭등하기 시작했다. 현재 중국 전역에서 사육 중인 돼지고기는 약 5억마리. 세계 양돈의 절반을 넘는 수준이다. 중국 정부는 약 17만마리가 폐사했다고 밝혔으나 보도가 통제되는 중국 현실을 감안, 이 말을 액면 그대로 믿는 사람은 별로 없다.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은 “최소한 40만마리가 폐사했을 것”이라고 보도했고 100만마리가 넘을 것이라는 추측도 무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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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중국 등이 옥수수를 이용한 바이오디젤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데다 이상기후로 흉작이 겹쳐 올해 옥수수 국제가격이 큰폭으로 올랐다. 사진은 중국의 옥수수 생산 농가. (photo 조선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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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돼지고기의 위상은 특별하다. 중국인은 돼지고기 없이는 못사는 민족이기 때문이다. 핵심 생필품인 돼지고기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기 시작했고 지난 9월의 경우 1년 전에 비해 85%나 뛰었다. 설령 100만마리가 폐사했다고 해도 5억마리 중 100만마리면 0.2%에 불과한 미미한 비중인데 가격이 이렇게까지 급등할 수 있느냐는 의문이 생길 것이다. 그러나 돌발사고로 수급이 깨졌고 언제까지 사고가 지속될지 불확실한 상황은 소비자의 심리를 불안하게 만들고 이는 훌륭한 투기 대상이 된다. 중국 돼지고기 파동이 여기에 부합하는 사례다. 돼지고기값 폭등은 다른 품목의 물가 인상으로 연결됐고 인플레는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실제로 중국은 지난 8월 소비자 물가가 6.5% 올라 10년 만의 최고 수준으로 폭등한 데 이어 지난 9월에도 6.2%를 기록해 지난해 평균인 1.5%의 4배를 웃돌고 있다.
중국의 인플레가 문제가 되는 것은 중국의 경제력이 세계 4위이기 때문이다. 올해는 독일을 제치고 미국, 일본에 이어 세계 3위로 올라설 전망이다. 세계경제에 미치는 체감 영향력은 미국에 이어 2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계교역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8%나 된다. 2007년 세계경제 성장에 대한 중국의 기여율(17.3%)은 미국(14.3%)을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요즘 중국의 세계적 위상을 실감케 하는 데 자주 등장하는 용어가 있다. ‘나비효과’와 ‘차이나 프리’가 바로 그것. ‘나비효과(butterfly effect)’는 원래 기상학 용어다. 중국 베이징(北京)에 있는 나비의 날갯짓이 다음달 미국 뉴욕에서 폭풍을 발생시킬 수도 있다는 게 골자다. 미국의 기상학자 에드워드 로렌츠(E. Lorentz)가 1961년 기상관측을 하다가 생각해낸 이 원리는 훗날 물리학에서 말하는 카오스 이론(Chaos Theory)의 토대가 되었다. 변화무쌍한 날씨의 예측이 힘든 이유를, 지구상 어디에서인가 일어난 조그만 변화로 인해 예측할 수 없는 날씨 현상이 나타났다는 것으로 설명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