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國際.經濟 關係

이젠 석유가 국제사회 절대권력으로

鶴山 徐 仁 2007. 11. 24. 20:05

산유국들, 高유가 앞세워 영향력 확대
유류 소비대국 中·印은 사회불안 걱정

박민선 기자 / 김선일 기자

 

 

‘석유가 말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천정부지로 뛰는 고유가가 세계 정치와 경제 지형도까지 바꿔 놓고 있다. 산유국이냐 수입국이냐에 따라 승자와 패자로 나뉘는 양상이다.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에 육박하면서 이제 국제사회의 권력은 석유에서 나온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7일 보도했다. 러시아와 중동 산유국들은 기록적인 성장을 구가하고 있고, 중국과 인도 등 유류 소비대국들은 물가가 급등하면서 사회·경제적 불안에 떨고 있다.

◆힘 얻는 러시아와 중동=블라디미르 푸틴(Putin)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7월 동계올림픽을 유치하기 위해 소치에 120억달러(약 11조원)를 투자하겠다고 공언했다. 원유 수출로 벌어들인 막대한 ‘쌈짓돈’을 풀어놓겠다는 것이다. 10여 년 전 거의 파산 상태였던 러시아는 오일 머니를 앞세워 세계 무대에서 갈수록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세계는 최대 산유지인 중동을 다시 주시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7일 ‘세계 에너지 전망 보고서’에서 석유수출국기구(OPEC) 국가들의 산유량이 전 세계 산유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현재 42%에서 2030년 52%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인도는 전체 수입 원유의 66% 이상을, 중국은 45%를 중동에서 수입하고 있다.

러시아 등 산유국들은 오일 머니로 국부펀드를 조성해 국제 금융계의 큰손이 됐다. 케임브리지 에너지연구협회 대니얼 예르긴(Yergin) 총재는 “불과 5개월 전만 해도 사람들은 국부펀드가 뭔지 몰랐지만, 이제 국부펀드는 국제 경제의 중요한 파워로 인식된다”고 말했다.


◆중국과 인도 사회 불안 우려=원유 확보를 위한 수입국들의 경쟁은 치열하다. 원유를 위해서라면 어떤 국가와도 손을 잡을 태세다. 중국은 최근 원유 공급을 보장받는 대가로 앙골라 등 아프리카 국가의 재정 후원자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한때 원유 수출국이었던 중국은 현재 국내 원유 소비량의 절반을 수입한다. 중국 정부는 정유사들이 정부 통제가격으로는 경유를 공급하지 않겠다고 반발하는 바람에 지난 1일 소매가격을 전격 10% 인상했다. 중국에서는 최근 주유소 앞에서 줄을 서다 새치기한 남성이 현장에서 살해되는 일까지 벌어졌다. 인도는 원유의 70%를 수입에 의존하고 원유 비축고도 없어 고유가 상황에 더욱 취약하다.

◆오일 머니가 만든 그늘=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Chavez) 대통령은 막대한 원유 수익을 무상 의료 혜택과 무상 교육 제공, 저가 식료품 공급 등으로 대표되는 ‘사회주의 개혁’에 쏟아 붓고 있다. 그러나 엄청난 원유 수익은 부패한 공무원들의 배만 불렸다는 지적도 있다. 국제투명성기구가 올해 집계한 베네수엘라의 부패지수는 179개국 중 162위였다. 산유국 앙골라는 3년 전에 비해 2.5배의 수입을 올리게 됐지만 국민 3명 중 2명은 여전히 하루 2달러(약 1800원) 이하로 살아가고 있다. 2003년 앙골라 최고 부호 20명 중 17명은 전·현직 관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