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대한민국 探訪

정상 오르니 西海가 품안으로…

鶴山 徐 仁 2007. 9. 23. 12:10
바다로 내린 마니산 자락에 포구로 가는 길이 있네/(…) / 달맞이꽃 피어나는

제방길을 사이에 두고 / 산 사람은 배를 타고 바다로 가고 / 죽은 사람은

상여를 타고 산으로 가네 / 밀물과 썰물을 타고 오가는 망둥이여 / 육지도

바다도 아닌 뻘밭의 세월이여 / 두 개의 포구가 있는 길이여

(‘동막리 바다로 가는 길’, 함민복)


#1 개펄과 동막리가 한눈에

강화군 화도면 마니산(摩尼山·468m)에 무턱대고 오르다보면 안다. 왜 올랐는지. 서해를 보기 위함이다. 산 꼭대기에서 보이는 바다는 왜 이리도 다른지.

눈앞에 펼쳐지는 강화도 남쪽 끝자락에 펼쳐진 개펄과 시원스러운 경기만(京畿灣)…, 그 사이 ‘바다로 내린’ 마니산 자락에 가지런히 놓인 마을이 동막리다. 시인 함민복이 서울 달동네와 친구 방을 전전하며 떠돌다 96년 우연히 놀러 왔던 마니산이 너무 좋아 보증금 없이 월세 10만 원짜리 폐가를 빌려 둥지를 튼 곳이다.

“부드러움 속에 집들이 참 많기도 하지/집들이 다 구멍이네/(…)딱딱한 모시조개 구멍 옆 게 구멍 낙지구멍/갯지렁이 구멍 그 옆에도 또 구멍구멍구멍/딱딱한 놈들도 부드러운 놈들도/제 몸보다 높은 곳에 집을 지은 놈 하나 없네”(‘뻘밭’, 함민복)

자본주의와, 수직으로 세워진 그 문명에 쫓겨 변두리의 자락으로 밀려온 시인은 육지도 바다도 아닌 ‘뻘밭의 세월’을 보낸다. 거기는 ‘제 몸보다 높은 곳에 집을 지은 놈이 하나도 없는’ 땅 끝이다.

동막리에는 강화도의 명물인 개펄체험을 하는 강화개펄센터가 있고, 석양을 감상하기 그만이라는 낙조조망대도 있다. 지금은 서울 사람들 때문에 이 곳 땅값도 꽤 올랐다고 한다.

#2 참성단, 흉물스런 철책으로 막아 눈살, 마니산 정상에는 쓸데없는 산불 초소

마니산은 지금은 행정적으로 이름이 고정됐지만, 강화군민들은 여전히 마리산이라고 부른다. 마리산은 우리나라의 머리에 해당하는 산이라는 뜻이다. 이 산에서 백두산 천지와 한라산 백록담까지 거리가 같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기(氣)가 센 곳이라고도 하는데 그래서 참성단(塹星壇)이 그 정상에 세워진 것은 아닐까. 그렇게 보면 마니산의 이름은 국문학자 정호완(대구대 사범대학 국어교육과) 교수의 풀이가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마’는 ‘걸’, ‘니’는 ‘태양’으로 읽어 ‘거룩한 태양신의 산’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것. 참성단과 어울리는, 우리 고어(古語)를 통한 적절한 해석으로 보인다.

참성단 얘기가 나온 김에, 안타까운 점 한 가지를 얘기하자. 상고시대 단군이 쌓았다고 전해지면서 1964년 사적 제136호로 지정된 참성단은 자연석으로 둥글게 쌓은 하원단(下圓壇)과 네모 반듯하게 쌓은 상방단(上方壇)의 이중으로 구성돼 있다. 그 연원의 사실성을 떠나 언제부턴가 우리가 모셔온 자리인만큼 아끼고 가꿔야 할 유산이다.

그런데 지금 참성단을 가보면 흉물스러운 철책으로 막혀있고 출입문에는 쇠 자물통이 채워져 있다. 1년에 두 번, 개천절 행사와 전국체전 성화채화 때 개방된다고 한다. 남쪽 사면에는 둥글둥글 말린 철조망이 떡하니 얹혀져 있다. 막상 철책에 갇힌 참성단을 보면 가슴이 턱 막힌다. 기자만의 느낌은 아닌 것 같다. 한 등산객이 여기를 다녀가서 쓴 글이 인터넷에 떠있다. “신의 강림마저 먼 빛으로 봐야하는(…)접근 금지, 훼손금지에 갇힌 신의 영역…. 철망에 갇혀있는 참성단에 소망을 빌면 내 소망도 갇혀버릴 듯싶다.”

우리 등산객들 수준도 예전과 다르다. 그리고 설사 조금 파손이 따른다 해도 어차피 자연석으로 쌓은 것인데 보수하면 된다. 그 원형은 기록으로 없으며 여러 차례 보수한 적이 있지 않은가. 철책에 갇힌 참성단을 국민에게 다시 열자고 제안하고 싶다.

또 하나, 참성단을 바라보기 맞춤한 위치에 있는 마니산 정상에는 산불감시초소가 역시 흉물스레 자리 잡고 있는데, “마니산에 자주 다니지만 한 번도 이용하는 걸 본적이 없다”고 한 등산객이 혀를 찬다. 이 역시 이 자리에 없어도 되는 인공물이다.

#3 단군로 오르면 호젓한 산기운 만끽

산을 오르기 전, 마니산국민관광지 앞 화도초등학교에서 오른 쪽으로 차를 타고 5분만 가면 후포밴댕이회 마을이 나온다. 요즘은 밴댕이보단 전어가 철이다. 산에 오르기전에, 아니면 내려와서 맛보기 좋다.

마니산은 서해안을 따라 길게 뻗어 있는 크지 않은 산이어서 두툼한 맛을 못느낀다고 할지 모르지만, 생각보다 아기자기한 맛이 있다. 예전에 마니산을 다녀온 분들은 계단로를 주로 떠올리며 힘들었던 기억을 갖고 있다. 계단로는 아무래도 힘이들고, 또 길을 따라 키 큰 나무들이 없어 여름에는 뙤약볕이 괴롭힌다. 그런데 상방리관리사무소에서 조금 오르다 계단로와 단군로가 갈라지는데, 그 단군로를 권하고 싶다. 오르다보면 뜻하지 않은 실개천도 있고, 양 옆으로 나무들이 줄지어 있어 호젓하다. 지난 13일에 들렀을 땐 휴가철이지만 사람들도 거의 없어 홀로 산기운을 만끽하며 오를 수 있었다.

이 길이 능선에서 장곶돈대부근 해안도로에서 시작하는 선수등산로와 만나는데, 그 때 척하니 경기만이 눈앞에 펼쳐지는 것이다. 바다를 바라보며 참성단까지 완만한 능선을 오르는 기분은 더 비할데가 없다. 차를 상방리에 주차했다면 하산 때는 계단길로 내려오면 강화도 전경을 조망하는 맛도 누릴 수 있다. 아예 함허동천으로 내려가면 마니산의 전부를 감상할 수 있다.

함허동천 길도 괜찮다. 전에는 이 길로 자주 올랐었는데, 고찰 정수사를 들르기 위해서였다. 이 절은 놀랍게도 대한불교조계종 직할교구 본사인 조계사의 말사다. 639년(선덕왕 8) 회정대사가 참성단을 참배한 후 이곳의 지세가 불제자의 삼매정수(三昧精修)에 적당하다고 보고 정수사(精修寺)를 창건했다고 한다. 1426년(세종 8) 함허(涵虛)가 중창했는데, 법당 서쪽에서 맑은 샘이 솟아나는 것을 보고 절이름을 정수사(淨水寺)로 바꾸었다고 한다. 정수사법당(조선 초기)은 보물 제161호다. 함허동천 길은 능선에서 암릉길이 이어져 ‘돌맛’을 보는 재미도 솔솔하다.

강화 = 글·사진 엄주엽기자 ejyeob@munhwa.com

등산로..................................................

▲ 상방리관리사무소 ~ 기도원 ~ 계단로 ~ 정상 ~ 하산(약 2시간)

▲ 상방리관리사무소 ~ 단군로 ~ 정상 ~ 하산(약 2시간30분)

▲ 상방리 관리사무소 ~ 계단로 ~ 정상 ~ 함허동천(약 3시간)

▲ 정수사 ~ 함허동천 갈림길능선 ~ 암릉지대 ~ 정상 ~ 참성단(약 3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