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대한민국 探訪

울릉도·독도 옥빛 가을 내려앉는 동해의 형제섬

鶴山 徐 仁 2007. 9. 23. 12:15



[중앙일보 김한별]  섬 여행은 날씨가 반이다. 내내 뱃멀미 하며 갔다가 숙소에서 시간만 축낼 수도 있고, 밝은 햇살 아래 이국적 풍광을 만끽할 수도 있다. 모든 게 날씨에 달렸다. 특히 울릉도·독도가 그렇다. 서·남해 섬들과 달리 망망대해에 홀로 떨어져 있는 탓에 날씨의 영향이 절대적이다. 올여름엔 내내 날씨가 좋다. 게릴라 호우로 고생한 뭍과는 사뭇 다르다. 마른 장마가 끝나고 최근 몇 주간은 여기 사람들이 “최고의 날씨”라고 입을 모을 정도. 흔치 않은 기회다. 늦여름 더위 숨가쁜 지금, 국토의 동쪽 끝 ‘형제 섬’엔 벌써 가을 냄새도 살짝 난다.

<울릉도·독도> 글·사진=김한별 기자<http://go.daum.net/bin/go.cgi?relative=1&url=/Mail-bin/login_f.cgi%3Ferror%3Dlogin%26lu%3D/Mail-bin/send_mail.form.cgi%3FTO%3DIDSTAR@JOONGANG.CO.KR>

비경 트레킹, 울릉도 대풍감

 울릉도 단체관광 코스는 대개 해안도로로 섬을 한 바퀴 돌고 나리분지까지 간다. 보통 12~13인승 미니 버스나 사륜구동 택시를 이용한다. 한나절 동안 ‘알짜’만 골라 볼 수 있지만 남는 추억의 빛은 옅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더운 여름 성인봉(984m)을 오르는 것은 쉽지 않은 노릇. 이럴 때 현실적인 대안이 대중교통을 이용한 트레킹이다.

 대풍감(待風坎)은 울릉도 서북쪽 태하리에 있다. 도동항에서 시내버스로 35분 걸린다. 옛날 돛단배가 드나들던 곳으로, 바람을 기다리며(待風) 구멍(坎)을 뚫어 배를 매어뒀다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이곳 절벽은 천연기념물 49호로 지정된 향나무 자생지. 또 정상에서 바라본 인근 해안절벽 풍광은 ‘우리나라 10대 비경’으로 꼽을 만큼 아름답다.

트레킹은 대하리 사성신당에서 시작한다. 원래는 걸어 10분 거리에 있는 황토구미에서 오르지만, 현재 모노레일 공사 중이라 접근이 힘들다. 대신 사성신당 지나 마을 뒷산 길로 오를 수 있다. 정상까지는 약 1.5㎞, 성인 남자 걸음으로 30~40분 거리다.

 아담한 솔숲·대숲을 지나 정상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새하얀 태하등대가 손님을 맞는다. 그 뒤쪽 억새 군락 사이의 헬기 착륙장을 지나면 바로 ‘대풍감 전망대’다.

이곳에 서면 향나무 군락과 가운데 부분이 오목하게 들어간 포구가 눈앞에 펼쳐진다. 그 너머로 구비구비 해안선이 이어진다. 수십 미터 절벽 위에서도 바닥이 들여다 보이는 맑고 투명한 옥빛 해변은 멀리 현포·추산리까지 달려간다. 두 마을을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노인봉과 송곳봉, 추산 앞바다에 떠 있는 유명한 공암(코끼리 바위) 구경은 덤이다.

대풍감의 빼어난 풍광은 절묘한 입지 덕분이다. 울릉도 북쪽 해안은 오른쪽이 위로 올라간 경사면 형태. 대풍감은 그 왼쪽 끝 돌출 부분에 있다. 정상에 서면 서북쪽 해안선 굴곡이 막힘 없이 눈에 들어온다.

성지 순례, 독도 가는 길

사실 관광지로만 보자면 독도는 ‘빵점짜리’다. 울릉도에서 2시간을 달려 고작 20여 분을 머문다. 동·서 두 섬 중 동도만, 그것도 간신히 선착장 주변만 둘러볼 수 있다. 사진 몇 장 찍다 보면 금세 배에 오르라는 기적이 운다. 선착장 주변엔 매점·화장실은커녕 땡볕 피할 그늘막 하나 없다. 그나마 상륙이라도 하면 다행. 방파제가 없어 너울이 조금만 높아도 배를 못 댄다. 코 앞까지 왔다 발 한번 못 디뎌보고 그냥 돌아오는 경우도 허다하다. 오죽하면 ‘삼대가 덕을 쌓아야 독도 구경을 할 수 있다’는 말이 돌까.

그렇게 ‘힘들고 허무해도’ 사람이 몰린다. 독도여행은 단순한 관광이 아니라 일종의 ‘성지 순례’ 이기 때문이다.

 8월의 ‘성지’는 생기가 넘친다. 변변한 흙무더기 하나 없는 칼바위 섬이지만, 그 거친 바위 위에 풀과 나무들이 촘촘하다. 절벽에 걸린 탐방로 곳곳엔 보랏빛 술패랭이가 무리 지어 자란다. 세찬 해풍을 견디며 여름을 난 여린 꽃술이 여간 대견스럽지 않다. 가을바람 불면 소담스러운 왕해국이 바통을 이을 거다.

 선착장 주변 손바닥만한 해변은 몽돌 세상이다. 잔잔한 물결이 오갈 때마다 ‘사르락 사르락’ 노래를 부른다. 그 위로 힘차게 나는 괭이 갈매기. 몸 전체가 잿빛인 걸 보면 아직 어린 놈이다. 그래도 바위에 버티고 앉는 모습만큼은 ‘독도 지킴이’답게 의젓하다. “산란기인 4~5월에 특히 많이 찾아온다”는 게 경비대원들의 귀띔.

독도 주민 김성도 선장과 울릉도에서 같은 배편으로 독도에 들어왔다. “친구인 울릉군수가 오징어 축제라고 불러 구경갔다 오는 길”이란다. 독도·지킴이·몽실이·오징어. 경비대원들이 기르는 삽살개 네 마리는 배가 들어올 때마다 선착장으로 마중을 나온다. 관광객 말고 머무는 손님도 꽤 많다. 접안시설 정비 공사 중인 인부들, 섬 주변 청소를 하러 온 봉사 단체들….

 독도(獨島)는 외롭지 않았다. ‘저 멀리 동해 바다 외로운 섬~’이란 노래 가사는 이제 그만 바꿔야 할 성싶다.

■교통= 가는 배는 묵호·포항에서 오전 10시에 떠난다. 한겨레 호(묵호) 4만5000원, 썬플라워 호(포항) 5만3000원(터미널 이용료 1500원 별도). 각각 2시간20분, 3시간이 걸린다. 단체여행이 아닐 경우 울릉도 내 육상관광은 택시를 이용하는 게 보통이다. 하루에 15만원. 도동∼태하 간 버스 요금은 편도 2500원.

■숙소= 리조트·관광호텔부터 여관·여인숙까지 다양하다. 가장 규모가 큰 대아리조트(www.daearesort.com)의 경우 4인 패밀리 룸이 17만원(10월 31일까지). 하지만 단체 관광객을 많이 받기 때문에 방 잡기는 쉽지 않다. 같은 계열 여행사(www.dae-atour.co.kr)에선 2박3일 패키지가 23만5000원(9월 기준)이다. 독도 관광을 위해선 추가 요금(4만원)을 내야 한다.

■독도 여행=단순 관광의 경우 울릉도∼독도를 오가는 배편만 구하면 누구나 갈 수 있다. 입도 가능 인원은 한 회 470명, 하루 1880명. 배편은 하루 3~4편 있는 게 보통이지만 관광객 수와 기상 상태에 따라 자주 바뀐다. 울릉여객선터미널에 미리 확인을 해두는 편이 좋다. 대아고속해운 054-791-0801, 독도관광해운 054-791-8111. 요금은 둘 다 3만7500원. 독도에 오래 머물고 싶으면 울릉군청 독도관리사무소에서 체류 허가를 받아야 한다. 관광 외에 공익 목적이 있는 경우에만 허가를 내준다. 054-790-6645. 아침 배로 들어가 6~7시간 머문 후 오후 배로 나오는 게 보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