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누구인가.
그들이 종종 말하기를
나는 감방에서 걸어나올 때
마치 왕이 자기의 성을 걸어나오듯
침착하고, 활기차고, 당당하다고 한다.
나는 누구인가.
그들이 종종 말하기를
나는 간수에게 말을 건넬 때
마치 내게 명령하는 권한이라도 있는 듯
자유롭고, 다정하고, 분명하다고 한다.
나는 누구인가.
그들이또한 말하기를
나는 불행한 나날을 견디면서
마치 승리에 익숙한 자와 같이
평화롭고, 미소 지으며, 자연스럽다고 한다.
나는 정말 다른 이들이 말하는
그런 존재인가?
아니면 다만 나 자신이
알고 있는 자에 지나지 않는가?
새장에 갇힌 새처럼 불안하게
뭔가를 갈망하다 병이 들고
손들이 나의 목을 조르고 있는 듯
숨 가쁘게 몸부림치고
빛깔과 꽃들과 새소리를 갈구하고
부드러운 말과
인간적인 친근함을 그리워하고
사소한 모욕에도 분노를 일으키는..
그리고 위대한 사건들을
간절히 고대하고
저 멀리 있는 친구들을 그리워하다
힘없이 슬퍼하고
기도하고 생각하고
글 쓰는 일에 지치고 텅 빈,
무기력하게 그 모든 것과
이별할 채비를 갖춘 그런 존재..
나는 누구인가.
이것인가, 저것인가.
오늘은 이런 인간이고
내일은 다른 인간인가.
아니면 동시에 둘 다인가.
타인 앞에서는 위선자이고,
자기 자신 앞에서는
경멸할 수밖에 없는
가련한 약자인가.
나는 누구인가.
이 고독한 물음이
나를 비웃는다.
<좋은 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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