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歷史. 文化參考

[고려 궁중비사] 46. 禍를 自招한 變態行爲

鶴山 徐 仁 2007. 4. 8. 13:31
팔만대장경 신돈이 주살되자 왕은 허전함을 이길 수 없었다. 왕은 항상 정을 흠뻑 쏟아 놓을 상대가 있어야 견디는 성품이었다. 
 
그러므로 신돈이 없어지자 그 대신 가까이 두고 총애하게 된 것이 환관 중에 젊고 외모가 아름다운 소년들이었는데 그들이 속해 있는 관청을 자제위(子弟衛)라고 불렀다. 이 자제위에 속한 소년들 중에서 왕의 총애를 가장 극진히 받은 자가 홍륜(洪倫), 한안(韓安), 권진(權  ), 홍관(洪寬), 노선(盧瑄) 등이었다.
 
자제위에 속한 소년들은 항상 왕을 가까이 모시고 있던 때문에 궁중 어느 곳이나 출입할 수 있었고 따라서 비록 남자이긴 하지만 왕비들의 거처를 드나들어도 별로 의심하는 사람이 없었다.
 
이렇게 되자 왕은 한 가지 기발한 착상을 했다.
 
자제위의 소년들로 하여금 왕비들과 밀통케 하자는 것이었다. 왕이 이런 착상을 하게 된 이유로 후사가 없었기 때문에 후사를 얻으려고 한 행동이라고 보는 이가 많다. 그러나 후사는 이미 신돈의 종 반야(般若)의 몸에서 낳은 무니노(牟尼奴)로 정하고 있었으므로 그런 견해는 논거가 박약하다.
 
노국공주가 세상을 떠난 후 차츰 성격에 이상을 가져온 공민왕이었으므로 마침내 변태가 되어 이러한 생각을 갖게 되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는지도 모른다. 어쨌든 공민왕은 어느 날 홍륜, 한안 등 미소년을 은밀히 불렀다.
 
"너희들은 내가 계집을 싫어한다는 걸 잘 알고 있지?"
 
"예, 잘 알고 있나이다."
 
"그런데 내게 후사가 없단 말이다. 태후께서도 심려하시고 중신들도 말이 많고, 나 역시도 오백년 사직의 앞날을 생각하니 때로 잠이 오지 않는단 말이다."
 
여기까지 말하고 왕은 천연스럽게 한숨을 쉬었다.
 
"그러니 무슨 좋은 수가 없겠느냐?"
 
한참 동안 소년들은 말이 없었다. 왕의 건의를 짐작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여러 가지 궁리한 끝에 한 가지 결단을 내렸다."
 
소년들은 일제히 왕의 입을 바라보았다.
 
"누구 딴 사람을 비들과 접하게 해서 후사를 얻는단 말이다."
 
왕의 두 눈은 광기를 띠우고 이글이글 빛났다.
 
"그래서 이렇게 생각해 보았다. 비들과 접하는 자는 가장 믿을 만한 자라야 하는데 가장 믿을 만한 자라면 너희들밖에 없단 말야. 그래서 너희들은 내 지시하는 대로 비들과 접하되 비밀은 단단히 지켜야 한다."
 
소년들은 놀랐다. 아무리 왕의 명령이라고는 하지만 그것은 너무나 무서운 일이었다. 천한 환관의 몸으로 왕비를 범한다. 비밀이 누설되는 날이면 목숨이 달아날 것을 각오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한편으론 야릇한 호기심의 불길이 타오르기도 했다. 보통으로는 우러러보기조차 어려운 고귀한 왕비(王妃)들, 그들의 향기로운 입김을 직접 마시고 그들의 비단결 같은 속살을 마음대로 주무르고. 소년들의 마음의 움직임을 왕은 재빠르게 알아차렸다.
 
"홍륜과 한안과 홍관과 그리고 권진은 나를 따르라."
 
지상명령이었다. 
 
네 소년은 하는 수 없이 왕의 뒤를 따랐다.
 
먼저 정비 안씨(定妃安氏)의 거처로 향했다. 안씨는 죽성(竹城) 사람 안극인(安克仁)의 딸로서 녹록치 않은 여인이었다. 안씨는 몇 해를 두고 단 한 번도 찾아주지 않던 왕이 행차했다는 말을 듣고 기쁨에 가슴을 설레며 맞아들였다. 그러나 왕의 뒤를 따라온 소년들을 보고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후사를 얻기 위해서 앞으로 비는 이 소년들과 정을 통하도록 하오."
 
왕은 다짜고짜 이렇게 말했다. 
 
정비 안씨는 그 말에 까무러치듯 놀랐다.
 
"무슨 말씀이옵니까? 천한 백성들도 한 남편을 섬기는 것을 도리로 알고 있사온데 한 나라의 비로서 어찌 전하 이외의 남자에게 몸을 허락하겠습니까?"
 
정비는 겨우 정신을 가다듬고 이렇게 항의 했다. 그러나 왕은 두 눈을 부라리고 언성을 높이며 꾸짖었다.
 
"긴 말이 필요 없다. 임금인 내가 정한 일이니 두말 말고 순종하오."
 
그리고는 홍륜 한 사람만 남겨 놓고 다른 소년들과 더불어 밖으로 나갔다.
 
정비와 단둘이 방에 남자 홍륜은 정비에게로 다가 앉았다. 홍륜은 슬며시 정비의 무릎에 손을 얹으려 했다. 그러자 정비는 펄쩍 뛰며 물러앉더니 날카롭게 꾸짖었다.
 
"이 천하 무도한 놈! 뉘게다 감히 손을 대려 하느냐?"
 
정비가 꾸짖자 홍륜은 그만 발끈했다.
 
"방금 전하께서 하신 말씀을 같이 듣지 않았소? 신하된 자로서 임금의 명을 쫓을 뿐인데 어찌 이토록 시끄럽게 구시오."
 
이렇게 말은 했지만 홍륜은 왕의 명이라는 의무감에서가 아니라 사나이로서의 욕정에 못 이겨 불문곡직(不問曲直)하고 정비의 허리를 덥석 끌어안았다. 
 
왕비는 홍륜의 손을 뿌리치려고 몸부림을 쳐 보았지만 연약한 여자의 몸으로 남자의 힘을 당할 길이 없었다. 몸은 점점 홍륜의 품안에 안겨 들어가고 옷자락은 하나 둘 흩어졌다.  이제 조금만 더하면 된다고 홍륜이 생각했을 때였다. 왕비는 마지막 안간힘을 쓰더니 소리를 쳤다.
 
"이 이상 욕을 보이면 차라리 혀를 깨물어 죽고 말 테다."
 
이 말에 홍륜은 아찔했다.
 
왕의 말이 재주껏 농락하라고는 했지만 비가 죽어도 상관없다는 말은 듣지 못했다. 죽으면 큰일이다. 홍륜은 입맛을 다시며 정비의 곁을 물러 나왔다.
 
공민왕은 한안, 권진 두 소년을 혜비 이씨(惠妃李氏), 신비 염씨(愼妃廉氏) 두 왕비의 방에 들여 보냈지만 결과는 홍륜의 경우와 비슷했다.
 
"그렇다면 마지막 수단이 있을 뿐이다. 너희들, 내 뒤를 따라오너라."
 
공민왕은 소년들을 거느리고 이번에는 익비 왕씨(益妃王氏)의 처소로 향했다. 그러나 왕씨 역시 정비와 마찬가지로 강경히 거절했다. 왕은 그만 화가 치밀어 견딜 수가 없었다.
 
"그래 끝내 임금의 말을 듣지 않겠단 말이지? 오냐!"
 
왕은 시퍼런 칼을 뽑아 들었다.
 
"끝내 듣지 않는다면 이 칼로 네 목을 당장에 쳐버릴 테다."
 
익비는 정비나 혜비보다 다소 마음이 약한 여인이었던 모양이다. 오들오들 떨면서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모기만한 소리로 한 마디 하고는 그 자리에 엎드려 버렸다.
 
"내가 나가면 또 딴소리를 할는지 모르겠으니 내 보는 데서 시키는대로 해라."
 
그리고는 그 자리에서 홍륜을 시켜 익비를 범하게 했다. 그러나 홍륜 한 사람만으로는 마음이 놓이지 않아서 그 이튿날에는 한안을 들여보냈고 그 다음 날에는 권진을 들여보냈다.
 
그런 후 몇 달이 지났다. 
 
하루는 최만생(崔萬生)이란 환관이 임금의 귀에 입을 대고 속삭였다.
 
"여쭐 말씀이 있습니다."
 
"신이 익비 계신 곳엘 갔더니 익비께서 말씀하시길 태기가 있은지 다섯 달이 된다고 하시옵니다."
 
"태기가? 다섯 달이나?"
 
왕의 눈은 야릇하게 번득였다.
 
"그래 그 상대가 누구지?"
 
"홍륜이라구 하시던군요."
 
"역시 홍륜이라?"
 
중얼거리더니 왕의 입가에는 싸늘한 살기가 감돌았다.
 
"홍륜의 씨를 뱄단 말이지? 이 일이 만약 누설된다면 큰일이거니와 사람의 입이란 원래 가벼운 법, 이 비밀을 아는 자를 없애버려야겠다."
 
혼자소리처럼 중얼거렸다.
 
그러자 최만생이 말했다.
 
"비밀을 아는 자라면 당사자인 홍륜과 익비뿐이 아닙니까?"
 
"익비는 아기를 낳아야 하니까 해칠 수 없고, 우선 홍륜을 없애야겠다. 내일 불러다 술을 주되 술 속에 독약을 넣어 그 입을 막아버리겠다."
 
이 말에 간사한 최만생이 말했다.
 
"암 그렇구 말구요. 비밀이 누설된다면 나라의 큰일이니까요."
 
재잘거리는 그를 왕은 그를 똑바로 보며 한 마디 했다.
 
"죽는 것은 홍륜 한 사람 뿐이 아니야."
 
"그럼 또 누가 있습니까?"
 
왕은 손을 들어 최만생의 콧등을 가리켰다.
 
"너다! 바로 너야! 너도 이 비밀을 잘 알고 있으니까 같이 없애버려야지. 으하하하하" 하고는 미친 사람처럼 한참 웃었다.
 
왕 앞에서 뛰쳐나온 최만생은 허둥지둥 홍륜에게로 달려갔다. 그리고는 왕이 하던 말을 전했다.  최만생의 말을 듣자 홍륜은 새파랗게 질려서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
 
"후사가 없다고 사람을 종자말(種馬)처럼,  부려먹을 때는 언제고, 일이 자기 뜻대로 되니까 응당 상이라도 주어야 하는 사람을 죽이려 들다니…"
 
"그러게 말이요. 그러니 이제 와선 임금이 죽으면 우리가 살고 임금이 살면 우리가 죽을 지경이 되었소. 말하자면 선수를 쓰는 편이 살아 남는 거요."
 
"임금은 우리를 내일 죽인다고 했더이까?"
 
"그러니까 기회는 오늘밤밖엔 없지."
 
그날밤 이슥해서였다. 
 
술이 만취되어 쓰러져 있는 임금의 침전에 홍륜, 최만생 두 사람은 은밀히 잠입해서 비수로 임금을 찔러 죽였다. 
 
공민왕 이십삼년 구월 이십일일이었다. 예상보다 수월하게 목적을 이루었다고 안심하고 두 사람이 침전에서 나가려 할 때였다.
 
"괴한이 침입했다!"
 
외치는 소리가 들리더니 여러 사람의 발소리가 침전을 둘러쌌다. 왕의 침전에 괴한이 잠입 했다는 것을 숙위하던 사람들이 알아채게 된 모양이었다. 도망칠 겨를도 없었다.
 
두 사람은 칼을 버리고 피 묻은 손을 닦고 침전 뒷문으로 빠져 나가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로 소리를 질렀다.
 
"괴한이다!"
 
"도둑이다!"
 
최만생이나 홍륜이나 궁중에는 무상출입하는 몸이라 아무도 의심하지 않았다. 침전 문을 열고 왕이 피투성이가 되어 죽은 것을 보자 사람들은 더욱 놀랐다.
 
"도둑은 아직 멀리 가지 못했을 거요. 도적은 반드시 궁중에 있을 테니 모두들 꼼짝 말고 기다리시오."
 
위사 은률(衛士殷栗)은 이렇게 말하고 태후(太后)에게 이 사실을 아뢰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