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政治.社會 關係

[양상훈칼럼] '관료는 영혼이 없다'

鶴山 徐 仁 2006. 11. 9. 10:16
101년 전 장지연(張志淵) 선생이 “돼지와 개만도 못한 대신(大臣)들”이라며 토한 울분이 생각나는 시절이다.
조선일보   
 요즘 여권 사람들은 “전쟁하자는 거냐”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닌다. 김정일 압박 조치만 나오면 자동 반응이다.
 
 그런데 이 말은 이 정권이 처음 쓰는 게 아니다. 기자는 이 말을 김대중 정부에서도 아니고, 김영삼 정부 때 고위 관료에게서 들었다. 그는 똑똑하고 잘나가는 관료로 장관에까지 오른 상태였다. 그가 어느 자리에서 북한에 쌀 지원을 하는 문제로 사람들과 논쟁을 벌이다 “그럼, 전쟁하자는 거냐”고 화를 냈다.
 
 그 말이 튀어나온 계기와 분위기, 저간의 사정이 지금과 다를 것이 하나도 없었다. 당시 정부는 선거를 앞두고 북한에 쌀을 지원하는 것으로 ‘한 건’을 하려고 부심하고 있었다. 그런데 여기저기서 반대론이 나오자 이 똑똑한 관료출신 장관이 “전쟁하자는 거냐”고 총대를 메고 나섰던 것이다. 그 다음에 정권 실세들로부터 “전쟁하자는 거냐”라는 말을 수차례 더 들었다. 아마도 그들 내부에선 ‘괜찮은 반격 논리’로 평가된 모양이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정치인보다 한술 더 뜨는 관료들이 있다. 추병직 건설교통부 장관은 정부 내에서도 알아주는 부동산 전문가였다고 한다. 관료 생활 중 주로 이 분야를 맡아와 지식과 감(感)이 뛰어나다고 하는데, 지금은 부동산 공적(公敵)이 돼 있다. 정권의 코드 정책에 앞장서 총대를 메 온 결과다. 비웃음을 흘리며 야당과 싸우는 모습은 여당 정치인보다 몇 술 더 뜬다. 그를 아는 인사들은 “사람이 너무 바뀌었다”고 한다.
 
 김진표 전 청와대 정책실장·경제부총리·교육부총리는 알아주는 세제(稅制) 전문 관료였다. 그런 사람이 노무현 정권에 발탁되자 발 빠르게 친노(親盧) 인터넷 매체와 저녁 회식 자리를 가졌다. 기자들과 술·밥 먹지 말라는 정권의 엄명이 시퍼럴 때였다. 당시 한 여권 중진 정치인은 김 전 부총리를 보면서 “우리 정치인들은 족탈불급(足脫不及)”이라고 했다. 그 후 김 전 부총리는 자신이 불과 며칠 전에 발표했던 정책도 180도 뒤집으면서 대통령과 코드를 맞췄다.
 
 권오규 경제부총리는 사람들 사이에 시장경제와 경제성장을 중시하던 경제관료였다고 기억돼 있다. 그가 OECD 대사로 나가더니 반대로 분배형 스웨덴 모델에 대한 보고서를 대통령에게 보내기 시작했다. 대통령 입맛에 정확히 맞았는지 승승장구했다.
 
 변양균 청와대 정책실장은 예산통 관료였다. 그가 정권이 바뀌고 기획예산처 장관으로 발탁되자 입시정책을 놓고 대통령과 맞서 있던 당시 정운찬 서울대 총장을 맹비난했다. 자신의 업무분야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데도 총대를 메고 나섰다. 1100조원이 든다는 ‘2030 복지국가 계획’이란 것을 주도한 것도 이 사람이다.
 
 지금 생각하면 희극과도 같은 동북아균형자론을 앞장서 변호했던 것도 외교관료들이고, 갑자기 자주파로 등장한 것도 외교관료들이다. 지금 한미연합사 해체에 앞장서고 있는 것도 다른 사람이 아닌 직업군인들이고, 정권이 바뀌자 눈치 빠르게 공안 파트를 없애다시피 한 것도 정치감각의 귀재인 검사들 스스로가 한 일이다. 대통령 한 명 바뀌면 나라가 왔다 갔다 하는 것은 관료들이 총대 메고 앞장서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일본은 관료집단이 나라의 중심을 잡고 있다.
 
 이들 관료에게 대통령은 ‘승진시켜 주는 사람’이다. 자신들에게 월급을 주는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것 같다. 승진시켜 주는 사람이 하라면 그게 무엇이든 정치인보다 더 앞장서서 총대 메고 나선다. 외국 관료도 승진을 원하지만 이렇게 제 영혼까지 팔면서 달려들지는 않는다. 인간이란 게 원래 그렇다 해도 도를 넘어섰다. 지금 이 순간에도 다음에 또 정권이 바뀌면 그 정권 앞에서 지금의 처신을 180도 뒤집고 총대 메고 나설 관료들이 광화문, 서초동, 과천에서 대기하고 있다. 틀림없는 일이다.
 
 정치·경제·외교·군사 모든 면에서 국정이 엉망이 되고 있는 것은 위정자의 꼭두각시 노릇을 앞장서 하는 관료들의 책임도 크다. 101년 전 장지연(張志淵) 선생이 “돼지와 개만도 못한 대신(大臣)들”이라며 토한 울분이 생각나는 시절이다.
 
 
 양상훈 · 정치부장
 
 
[ 2006-11-08, 01: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