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메밀꽃의 발견
메밀꽃의 발견 사물에 대한 우리의 기억은 매우 선택적인 것처럼 느껴진다. 내 기억 속에서 접시꽃은 도종환 시인의 '접시꽃 당신'이 나온 이후 어느 날부터 존재하기를 시작했던 듯하다. 내 발길이 닿는 곳마다 본래 접시꽃이 그렇듯 지천으로 피어 있었던 것인지, 시인의 시가 세상에 나온 이래, 집중적으로 접시꽃이 심어진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후자의 가능성은 희박하다. 따라서 새로운 '접시꽃의 발견'의 책임은 마땅히 내 기억에 있는 것이다. 일상에는 존재하되, 기억 속에서는 존재하지 않던 사물도 새롭게 부여된 어떤 동기로 말미암아 비로소 존재하기를 시작하는 것일까. 내 유년시절에 가장 흔한 꽃이 분꽃과 접시꽃이었다. 동네 어귀에서부터 돌담으로 꼬부랑하게 이어진 골목에는 초여름서부터 접시꽃과 분꽃이 지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