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집 마루 / 마경덕 마루는 나이를 많이 잡수신 모양입니다 뭉툭 귀가 닳은 허름한 마루 이 집의 내력을 알고 있을 겁니다 봄볕이 따신 궁둥이를 디밀면 늘어진 젖가슴을 내놓고, 마루귀에서 이를 잡던 쪼그랑 할멈을 기억할 겁니다 입이 댓발이나 나온 며느리가 아침저녁 런닝구 쪼가리로 박박 마루를 닦던 그 마음도 읽었을 겁니다 볕을 따라 꼬들꼬들 물고추가 마르던 쪽마루 달포에 한 번, 건미역과 멸치를 이고 와 하룻밤 묵던 입담 좋은 돌산댁이 떠나면 고 여편네, 과부 십 년에 이만 서 말이여궁시렁궁시렁 마루에 앉아 참빗으로 머릴 훑던 호랑이 시어매도 떠오를 겁니다 어쩌면 노망난 할망구처럼 나이를 자신 마루는 오래전, 까막귀가 되었을지도 모르지요 눈물 많고 간지럼을 잘 타던 꽃각시 곰살맞은 우리 영자고모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