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歷史. 文化參考

타계 50주년 이중섭, 다시 죽다

鶴山 徐 仁 2006. 9. 6. 11:46
내일은 ‘국민화가’의 50주기 그러나 추모행사·기념전시는 없다
작년 위작시비 이후 이름만 나와도 꺼린다
死後도 쓸쓸한 그 이름, 이중섭

▲ 불운했던 화가 이중섭은 타계 50주기도 쓸쓸하게 맞고 있다. 작년 위작사건 여파로 올 해 이중섭 50주기를 기리는 전시 하나 없다.
오는 6일은 화가 이중섭(1916~1956)이 타계한 지 꼭 50주년이 되는 날. 하지만 이날은 미술인 30여명이 서울 망우리에 있는 이중섭의 묘소를 찾아가 제사를 지내는 것 외에는 예정된 공식 추모행사가 없다. ‘국민화가’의 50주기이건만 올 한 해 내내 기념전시 한 번 없었다. 국립현대미술관을 비롯해 모든 미술관과 갤러리들이 이중섭에서 손을 뗐다. 경매에서도 1년이 넘도록 이중섭 작품은 다루지 않는다. 작년 한 해 미술계를 흔들었던 이중섭 위작 사건의 여파다.“이중섭 50주기는 미술계는 물론 문화관광부에서도 관심을 가져야 할 일인데, 모두들 구더기 무서워 장을 못 담그고 있으니 통탄할 일입니다.” 이중섭 연구가인 미술평론가 최석태씨의 말이다.

이중섭 위작 사건은 작년 3월 서울옥션에서 거래된 작품 5점 등의 진위(眞僞) 여부를 놓고 관계자들이 맞고소까지 한 사건. 검찰은 해당 작품들에 대해 사실상 위작 판정을 내렸고, 이후 이중섭은 한국 미술계에서 ‘피해야 할 화가’가 돼 버렸다.

미술계에서는 이중섭의 이름을 언급하는 것조차 꺼리고 있다. 이중섭이 전시나 경매에 나오면 십중팔구 진위 시비가 붙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5~7월 덕수궁미술관 전시 때 나온 이중섭의 ‘물고기와 아이들’(1952~1953)은 감정위원 4명 중 1명이 위작이라고 주장하자 이런 사실이 일부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미술평론가 이구열씨는 “정확한 증거 없이 어느 한 사람이 가짜라고 의견만 내면 선정적으로 다뤄지니, 소장자는 물론 화가에게도 치명적인 상처를 입힌다”고 말했다. 한 큐레이터는 “이중섭 작품만 등장하면 근거 없이 진위 시비가 붙는 이상한 관행이 생겨서 소장가들이 전시에 작품 내놓기를 꺼리니 전시기획을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미술시장에서도 이중섭은 사라진 지 오래다. K옥션 김순응 대표는 “과거엔 이중섭의 드로잉이나 수채화도 좋은 것은 억대에 팔렸으니 박수근보다 더 블루칩 화가였는데, 이제는 컬렉터들이 굳이 이중섭 작품에 손을 대려 하지 않아 시장이 다 죽었다”고 말했다. 미술평론가 김현숙씨는 “이중섭에 대해 너무 작품의 가격과 진위 문제에만 매달리다 보니 그의 예술적 가치가 얘기되지 않고 있는 것도 큰 문제”라며 “전시를 하기 어려우면 학술행사라도 해서 이중섭 50주기의 의미를 새겨야 할 텐데 미술계가 너무 소극적이어서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이규현기자 kyuh@chosun.com
입력 : 2006.09.04 23:55 25' / 수정 : 2006.09.04 23:57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