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용택 前국방장관:"盧대통령 ‘자주국방’ 단순논리 집착하는 듯. 시간표 정해놓고 작통권 주고받아선 안돼" |
조선닷컴 |
노태우 정부 시절 평시 작전통제권 환수 협상을 맡았던 천용택 전 국방장관은 김대중(DJ) 정부 때 국방장관과 국가정보원장을 지내고 현재 열린우리당 고문으로 있는 여권 인사다. 그러나 천 전 장관은 노무현 대통령의 전시 작전통제권 단독 행사 방침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천 전 장관은 16일 “전직 국방장관들이 거리에 나가서 목청 높이는 게 정상이냐”고 반문하면서 “군 후배들에게 대통령이 아무리 정치적으로 밀어붙이더라도 그냥 넘어가지 말라고 여러차례 충고했는데, 윤광웅 국방장관은 불행하게도 알아듣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음은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천 장관의 발언 요약. ◆주권문제 아니다 노 대통령이 전시 작통권을 우리가 단독 행사했을 때 오는 안보·정치·경제·사회적 득실에 대해서 고민했는지 의심스럽다. 평시 작통권 환수로 자존심과 주권 문제는 완전히 해결됐다. 전쟁이 발발하지 않는 한 우리는 미군을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내가 평시 작통권 가져올 때는 이게 작통권의 전부라고 생각했다. 그때 전시 작통권 단독 행사를 거론하지 않았던 것은 국가 이익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대통령은 ‘자주 국방’이라는 단순 논리에 집착하는 경향이 강하다. 전쟁이 벌어지면 자존심이고 뭐고 다 필요없다. 전쟁에서 이기는 것이 최선이다. 다른 나라들은 한·미 연합 방위체제를 부러워하며, 세계적인 모델 케이스로 평가한다. 전쟁의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이를 깨선 안된다. 전시 작통권은 전쟁에 이기기 위한 수단 방법일 뿐이다. 이를 국가의 주권문제로 확대 해석할 필요가 없다. ◆전쟁 억지력 크게 약화 전시 작통권을 한·미가 공동으로 가지고 있을 때 북한이 남침하면 미군의 즉각적·전면적 개입이 자동으로 이뤄진다. 북한이 전쟁을 하려면 한·미 양국과 싸우겠다고 선포해야 하는 것이다. 전쟁 나면 미군은 최신 항공기 3000대, 해군 5개 항모전단, 66만의 병력을 한반도에 신규로 파견하게 돼 있다. 이보다 더 큰 전쟁 억지력은 없다. 하지만 한국군 단독 행사로 바꾸면 연합사(CFC)가 해체되고, 주한미군사령관은 위상이 급격히 낮아져 억지력이 크게 약화될 수밖에 없다. ◆통수권과 작통권은 달라 현재의 한·미 연합체제가 헌법상 통수권을 손상시킨다는 노 대통령의 말은 틀린 것이다. 평시에는 우리가 주한미군을 간접 통제할 수 있는 권한까지 갖고 있을 정도로 통수권을 완전히 행사하고 있다. 통수권과 전시 작통권은 전혀 다른 개념이다. 작통권 공동행사는 오로지 전쟁이 났을 때 이기기 위한 체제다. 또 전시 작통권 ‘환수’라고 하지만 ‘단독 행사’가 정확한 표현이다. 한미연합사가 창설될 당시 작통권이 한·미 공동 행사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세계 최고 작계 붕괴 한반도 전면전 발발시 한·미 연합군은 ‘작전계획 5027’에 따라 전쟁을 수행하게 되는데, 지휘권이 한국군 단독 행사로 전환되면 세계에서 가장 잘된 작전계획으로 평가받는 ‘작계 5027’이 붕괴된다. 미군은 1·2차 세계대전과 베트남전 등을 치르면서 가장 강력한 군수 지원망을 구축했다. 한국군의 장비물자가 일반 집에 있는 물탱크라면 미군은 소양강댐이다. 현행 체제에서는 미군의 군수 네트워크에 한국군이 파이프만 꽂으면 미국의 무한정한 보급물량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어 전략 선택에 유연성을 갖게 된다. 우리에게 일종의 ‘전쟁보험’인 셈이다. 단독 행사 땐 이런 보장이 없다. ◆심리적 안정성 저하 단순 군사력만으론 미 증원군 없이도 북한에 이길 수 있다. 그러나 압도적인 우위에 있지 못하다면 가장 중요한 개전 초기 2~3일에 위기가 올 수 있다. 이를 극복 못하면 국민이 정부에 대해 ‘지도 능력, 전쟁 수행 능력이 없다’고 판단해 패닉 상태가 오게 되고, 결정적 위기를 맞게 된다. 하지만 전시 작통권을 한·미가 공동으로 갖고 있으면 미군의 자동 개입이 보장되므로 전쟁에서 절대 지지 않는다는 신뢰감이 생기고, 우방들의 지원을 확보할 수 있어 심리적 안정감을 제공한다. ◆美여론 갈려 한국전 개입 안 할 수도 현재의 한·미 연합방위체제에서 미국은 전시 작통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전쟁이 나면 무조건 자동적으로 개입할 수밖에 없다. 북한의 남침에 대한 대응 책임을 미국 정부와 우리 정부가 절반씩 공유하고 있는 것이어서 선택의 여지가 없다. 우리의 동의 없이 미군이 전역(戰域)을 빠져나가지도 못하게 돼있다. 미군은 오로지 ‘승리’를 위해 싸우는 길밖에 없다. 물론 전시 작통권을 우리가 단독행사해도 한·미 상호방위조약에 의해 미 증원군이 오는 것으로 돼 있다. 그러나 ‘조약’이라는 것은 역사적으로 봤을 때 얼마든지 이익에 따라 파기될 수 있는 것이다. 지금처럼 우리 사회에 반미 감정이 팽배한 상황에서, 남침을 당한다면 미국 내 여론이 막대한 인원·물량을 증원하는 데 회의적으로 될 가능성이 많다. ◆시간표 안돼 정해진 시간표에 의해 작전통제권을 주고받는다는 자체가 군사 전략의 기본개념을 모르고 하는 얘기다. 이는 정치적인 로드맵일 뿐이다. 전시 작통권을 가져오는 것은 오로지 안보적인 측면으로 접근해야 한다. 북한의 군사 능력이 붕괴돼 전쟁 위험이 완전 소멸되고 한·미 연합 방위체제가 불필요해지는 환경이 왔을 때 합의해서 가져오면 된다. 임민혁기자 lmhcool@chosun.com 입력 : 2006.08.17 00:43 21' |
[ 2006-08-17, 08:5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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